"공부 좀 해라" 28세이브 마무리를 바꾼 한마디... 손주영이 말하는 '36세 FA 포수' 박동원의 진짜 가치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LG 박동원(왼쪽)과 손주영. /사진=김진경 대기자포수의 가치는 타율과 홈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순간, 마운드 위 투수에게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 LG 트윈스가 여전히 박동원(36)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LG 안방은 올 시즌 흥미로운 공존의 시간을...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포수의 가치는 타율과 홈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 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순간, 마운드 위 투수에게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 LG 트윈스가 여전히 박동원(36)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LG 안방은 올 시즌 흥미로운 공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전 박동원이 여전히 중심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젊은 포수 이주헌(23)도 조금씩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박동원은 18일 경기 전까지 114경기에서 타율 0.226(314타수 71안타), 12홈런 52타점, 출루율 0.332, 장타율 0.389, OPS(출루율+장타율) 0.721을 기록하고 있다. 이주헌도 67경기 타율 0.214(126타수 27안타), 4홈런 17타점, OPS 0.605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미래를 생각하면 젊은 이주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더구나 박동원은 올 시즌을 마치면 다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럼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LG가 박동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있다. 그 답을 가장 생생하게 설명한 사람이 마운드에서 직접 공을 던지는 마무리 손주영(28)이었다.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손주영은 박동원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단순히 박동원이 베테랑 포수이기 때문에 생긴 막연한 믿음은 아니다. 함께 공부하고, 실패하면서 3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였다.
손주영은 "(박)동원이 형과 선발로 많이 호흡을 맞췄다. 2024년부터 동원이 형이 나한테 '공부 좀 해라'고 했다. 혼나기도 했다"며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많이 물어봤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많다"고 떠올렸다.

박동원이 가르친 건 특정 구종을 던지라는 단순한 답이 아니었다. 타자의 반응을 읽고 다음 공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손주영은 "타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어떤 공이 더 나은지 정답은 없지만, (박)동원이 형과 함께하면서 확률을 높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패도 함께 책임졌다. 손주영은 "(박)동원이 형의 사인을 믿고 던졌다가 맞으면 동원이 형이 미안하다고 한 적도 많고, 내가 고집을 부려서 맞았을 때는 내가 죄송하다고 한 적도 많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렇게 3년을 함께하자 이제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읽는 관계가 됐다. 손주영은 "3년째 하다 보니까 (박)동원이 형이 뭘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제 안다"고 말했다.
염경엽(58) LG 감독이 바라보는 베테랑 포수의 가치도 같은 지점에 있다. 염 감독은 지난 1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포수의 경기 운영 능력을 강조하면서 "포수가 게임을 읽어야 한다. 오늘 투수의 어떤 공이 좋은지, 어떤 공이 안 좋은지도 알아야 한다.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승부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카라스코(39)처럼 스스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베테랑 투수와 달리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에게는 포수의 경기 운영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염 감독은 "좋은 투수는 누가 받아도 자기 공을 던진다"면서 "좋은 포수는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나 어린 투수가 던질 때 그 투수가 경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포수"라고 강조했다.

결국 박동원의 가치는 투수의 공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날의 구위와 타자의 반응, 경기 상황을 읽고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함께 찾아주는 데 있다.
손주영의 변화는 그 가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손주영은 2년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20승을 거뒀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올 시즌에는 팀 사정으로 처음 마무리로 변신해 18일 경기 전까지 39경기 1승 무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하고 있다.
마무리라는 새로운 자리를 경험하면서 손주영은 오히려 박동원에게 배웠던 '공부'의 의미를 더 깊이 체감하고 있다. 손주영은 "마무리는 공 하나로 끝날 수 있는 자리"라며 "짧은 순간에 '뭘 던져야 하지', '타자가 이런 반응을 보였으니까 다음에는 뭘 던져야 하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고 했다.
2년 전 박동원의 "공부 좀 해라"는 한마디가 이제 가장 압박감이 큰 순간 손주영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또한 그 순간 곁에 익숙한 박동원이 있다는 건 분명한 힘이다.
물론 이주헌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지난 15일 NC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LG가 3-2로 앞선 8회 1사 1, 3루. 손주영이 서호철을 삼진으로 잡자 이주헌은 곧바로 3루로 공을 던졌다. NC가 히트 앤드 런 작전을 펼치면서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오태양을 구본혁이 태그했다. 동점 위기가 한순간에 끝났다.

손주영은 "(이)주헌이가 정말 많이 성장한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타이트한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는데 잘 이겨냈고 블로킹도 잘했고 3루 주자도 잡아줬다"고 칭찬했다.
젊은 포수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과 박동원이 가진 가치가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손주영 역시 이주헌과 지난해 선발로 나서며 60~70이닝 가까이 호흡을 맞췄고 "(이)주헌이도 이제 나를 잘 안다"고 믿었다.
다만 박동원과 호흡을 맞출 때 느끼는 편안함은 또 다른 영역이다. 좋고 나쁨의 차이가 아니라 3년 동안 수없이 사인을 주고받고 함께 성공하고 실패하면서 축적한 경험에서 비롯된 신뢰다. 올 시즌이 끝나면 박동원은 다시 FA 시장에 나설 수 있다. 36세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LG도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지금 LG 마운드에는 젊은 투수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박동원의 가치는 타율과 홈런, 출전 경기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년 전 박동원에게 "공부 좀 해라"는 말을 들었던 선발투수는 이제 28세이브를 거둔 마무리로 성장했다. 공 하나가 승패를 바꿀 수 있는 순간 타자의 반응을 읽고 다음 공을 고민한다.
베테랑 포수가 팀에 남기는 것은 자신의 안타와 홈런만이 아니다. 투수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 투수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손주영의 성장은 기록지에는 좀처럼 찍히지 않는 박동원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스타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