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존중하는 슈퍼 에이스의 등장...키움은 '하현승 계약금 깜짝쇼'로 끝낼 생각 말라
출처:연합뉴스(MHN 정철우 기자) 하현승은 이미 자신의 선택을 했다. 이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은 키움 히어로즈가 답해야 할 차례다.U-18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새로운 스타 한 명을 한국 야구에 선물했다. 하현승은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MVP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을 상대로 10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한 투구는...

(MHN 정철우 기자) 하현승은 이미 자신의 선택을 했다. 이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은 키움 히어로즈가 답해야 할 차례다.
U-18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새로운 스타 한 명을 한국 야구에 선물했다. 하현승은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MVP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을 상대로 10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한 투구는 강렬했다. 단순히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조금 앞선 수준이 아니었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하현승의 이름이 화제가 될 만큼 압도적인 투구였다.
이제 시선은 21일 열리는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로 향한다. 현재로서는 하현승의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팀은 키움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하현승과 키움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약금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현승 정도의 재능이라면 한기주가 갖고 있는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1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선수의 가치가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를 해왔던 키움이다. 하현승에게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림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계약서에 사인한 뒤부터 시작된다.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키움은 야수 육성에서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 온 팀이다.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야수들을 잇달아 배출하며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우진이라는 확실한 성공 사례가 있지만 그 뒤를 잇는 투수 육성의 성공 방정식은 아직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높은 기대를 받았던 정현우와 박준현의 성장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하현승은 키움에도 특별한 시험대다. 좋은 투수를 뽑는 것과 좋은 투수로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하현승 정도의 재능이라면 당장 1군 마운드에 올려도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육성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눈앞의 성적에 매달려 1군 등판 기회만 늘리는 방식은 선수가 갖고 있는 성장 가능성을 너무 빨리 소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하현승은 평범한 전체 1순위 후보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강력한 러브콜을 뿌리치고 KBO리그를 선택한 선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A구단 스카우트는 하현승의 선택에서 실력만큼이나 KBO리그를 바라보는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하현승이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하고 KBO를 택한 것은 리그에 대한 존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시작해도 자신이 성장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봐야 한다. KBO리그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처럼 미국행 자체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도 아니다. 마이너리그의 처우와 육성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 A 스카우트는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다. 구단이 마이너리거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등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언어와 적응 문제는 남아 있지만 양키스가 300만 달러를 책정한 선수라면 그 수준에 맞는 후속 지원까지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300만 달러만 제시하고 끝났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돈보다 육성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300만 달러를 투자하려 했던 유망주에게 아무런 청사진 없이 계약서만 내밀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몸을 만들고, 어떤 수준의 리그에서 경험을 쌓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성장 계획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A 스카우트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300만 달러나 베팅한 선수를 알아서 성장하라고 놔둘 팀은 없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육성할 것인지 마스터플랜을 내놓았을 것이다. 하현승도 이런 부분에서 고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KBO를 선택했다. 하현승이 몸담게 될 팀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목이다. 그에 걸맞은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하현승의 KBO 선택이 결과적으로 아쉬운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키움의 책임이 시작된다.

하현승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1군 보장'이 아니다. 오히려 1군 데뷔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몇 년 뒤 어떤 투수로 완성시킬 것인지부터 설계해야 한다. 이닝과 투구 수 관리, 체력 강화, 구종 개발, 투구 메커니즘 분석, 부상 예방은 물론 심리 관리까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 하현승이 2027년 몇 승을 거두느냐보다 2029년과 2030년에 어떤 투수가 돼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일본 야구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지바 롯데는 사사키 로키를 지명한 뒤 사실상 전담 육성 체제를 구축했다. 지도자와 트레이닝 파트가 세밀하게 성장 과정을 관리했고 홍보 측면에서도 선수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첫해에는 1군 성적을 서둘러 요구하지 않았다. 실전 등판보다 몸을 만드는 데 무게를 뒀고 불펜 피칭 투구 수까지 조절하며 시간을 투자했다. 이후 사사키가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기다림이 있었다.

일본은 이전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진 투수를 특별하게 관리해 왔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처럼 한 시대를 대표할 재능이 등장했을 때 기존 선수와 똑같은 틀에 넣는 것보다 그 선수에게 필요한 성장 경로를 별도로 고민했다.
키움에도 이제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이른바 '하현승 프로젝트'다.
특혜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재능에 더 정교한 육성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투자다. 모든 선수가 소중하지만 모든 선수의 성장 속도와 필요한 관리 방식까지 같을 수는 없다. 특히 해외 최고 명문 구단의 거액 제안을 거절하고 KBO리그에서 성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선수라면 그 믿음에 걸맞은 준비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키움 출신 이택근 해설위원이 구단의 육성 시스템에 쓴소리를 한 적도 있다. 모든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키움이 야수 육성과 비교해 투수 육성에서 확실한 성공 모델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하현승은 그 평가를 바꿀 수 있는 선수이면서 동시에 키움의 육성 능력을 검증받게 할 선수다.
따라서 키움은 하현승을 지명하는 순간부터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첫해 목표 이닝은 얼마인지, 선발 로테이션에 언제 진입시킬 것인지, 어떤 구종을 보완할 것인지, 체력과 부상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투수·트레이닝·전력분석 파트를 묶은 전담 관리 체제도 검토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잘 키우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하현승은 이미 자신에게 가장 쉬울 수도 있었던 길을 버렸다. 양키스의 300만 달러 대신 KBO리그를 택했다.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한 뒤 더 큰 무대로 가겠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이제 키움이 그 믿음에 답해야 한다.
10억 원이든 그 이상이든 계약금은 결국 숫자로 남는다. 하현승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투수로 성장하느냐다. 키움이 해야 할 일도 최고 계약금을 안겨주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 야구가 모처럼 만난 슈퍼 에이스 후보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가장 정교한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현승의 KBO 선택이 몇 년 뒤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준비해야 할 진짜 계약 조건이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