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이정현-최고참 장재석 맹활약, '한일전' 완벽한 설욕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조 1위로 아시안게임 8강 진출에 성공했다.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13일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홈팀 일본을 100대 83으로 꺾었다.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82-66), 인도네시아(102-48...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조 1위로 아시안게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13일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홈팀 일본을 100대 83으로 꺾었다.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82-66), 인도네시아(102-48)에 이어 일본까지 제압하며 3연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일본은 NBA(미 프로농구)에서 뛰는 가와무라 유키, 하치무라 루이 등 간판 선수들이 대거 빠진 2진이었지만, 211cm의 귀화선수 알렉스 커크와 자국 리그 선수들 위주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성했다. 한국은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2군에게 패하여 대회 역사상 최악의 성적(7위)을 기록하는 '항저우 참사'를 당한 바 있다. 또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난 광복절 원정 평가전 2연전(68-88, 66-95)에서 일본에 연이어 대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기에, 설욕이 절실했다.
우려한대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1쿼터 17-19로 시작하여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한국은 2쿼터 들어 이현중의 외곽포가 터지며 38-31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일본에 3점 슛 3개를 연달아 허용하게 다시 역전을 내주고 40-42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소게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한국에 뜻밖의 대형악재가 발생했다. 55-51로 앞서가던 3쿼터 종료 3분 54초를 남기고 이우석이 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과 테크니컬 파울를 연이어 받으며 퇴장 당했다.
드리블 돌파과정에서 이우석의 팔꿈치가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한 것이 원인이이었다. 이후 일본 선수들과 신경전이 발생하며 테크니컬 파울이 추가됐다. 고의성이 없었기에 공격자 파울 정도로 판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우석과 한국 벤치의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여준석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최준용이 8강전부터 합류하느라 가용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흔들릴 뻔한 대표팀의 분위기를 되살린 해결사는 이정현이었다. 국내 최고의 가드로 2025-2026시즌 KBL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던 이정현은, 최근에는 부상 여파로 8월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 2연전에도 결장했고 국가대표 경기에서의 활약도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본전에서, 가장 절실한 타이밍에 우리가 아는 이정현으로 돌아왔다.
3쿼터 종료 마지막 3분은 '이정현 타임'이었다. 이정현은 일본에 역전을 허용하여 끌려가던 상황에서 3점슛 3개 포함 12점을 몰아치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68-66으로 재역전에 성공한 종료 직전에는 단독 드리블에 이어 스크린을 타고 짜릿한 버저비터 3점포까지 꽃아넣으며 점수차를 5점 차로 벌리고 환호했다.
4쿼터에서도 이정현의 활약은 계속됐다. 마줄스호 출범 이후 4쿼터에 줄곧 약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이지만, 이정현이 돌아온 이날은 달랐다. 일본이 외곽포로 추격해 올 때마다 이정현은 과감한 돌파와 속공으로 일본의 수비를 무너뜨리며 점수차를 벌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4쿼터 73-69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유기상의 3점포, 이현중의 팁인과 골밑슛으로 연속 득점을 쌓아 6분 30여 초를 남기고 80-69로 두 자릿수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종료 3분 전에는 이정현이 골 밑 돌파에 이은 추가 자유투까지 3점 플레이를 만들어 내며 91-77로 앞서가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여기에 종료 직전에는 문유현이 던진 장거리 버저비터가 그대로 림을 가르며 결국 100 득점을 채웠다.
이정현은 이날 3점 슛 5개를 포함해 25점 7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승리의 최대 수훈갑이 됐다. '에이스' 이현중은 이날 일본의 집중견제속에서 슛감이 저조했지만 그럼에도 리바운드 가담과 패스 등 궂은 일을 소화하며 16점 7어시스트로 지원사격했다.
'최고참' 장재석의 깜짝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장재석은 이날 자신보다 8cm가 더 크고 힘이 좋은 귀화선수 알렉스 커크와 주로 매치업을 이루고도 18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야투성공률 69%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커리어하이급 활약을 펼쳤다.
한국은 처음엔 이승현을 주전 센터로 투입했으나 높이의 열세로 고전하며 파울트러블에 몰렸다. 벤치에서 투입된 장재석은 커크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봉쇄하면서 공격에서는 적극적인 컷인 플레이에 턴어라운드 중거리슛까지 성공시키며 커크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커크는 이날 19점 12리바운드로 장재석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야투율은 45%에 그쳤다. 특히 후반에는 체력저하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며 장재석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한국의 빠른 속공시에 느린 백코트로 오히려 일본 수비의 구멍이 되어버렸다. 사실상 장재석의 판정승이었다.
35세의 베테랑인 장재석은 이번 대회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최장신이다. 국내에서는 정상급 수비형 센터였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라건아를 비롯하여 김종규, 하윤기, 이승현 등의 존재로 인하여 국가대표팀에 자주 선발되지 못했고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2미터 이상의 정통센터가 장재석 한명 뿐인 대표팀의 골밑은 최대 약점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장재석은 이번 대회에서 커크나 무하마드 알수웨일렘(사우디)처럼 자신보다 크고 힘좋은 빅맨들과의 매치업에서도 선전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도중 체력 부담으로 허리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몇 번이나 포착됐지만, 경기가 재개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코트를 부지런히 누비며 고참 선수다운 투지와 솔선수범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던 대표팀은 한일전 승리와 조별리그 3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조 1위에 8강 대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해 껄끄러운 상대인 중국, 이란 등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4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와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2개 팀이 8강에 진출해 토너먼트를 벌인다. 8강 대진은 조별리그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 뒤 상위 성적 팀과 하위 성적 팀이 맞붙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국은 아직 확정되지않은 8강전 상대와 16일에 격돌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이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하면서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8강전부터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최준용이 합류할 예정이고 여준석까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한국은 더욱 강력한 전력을 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