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은 대박 났다, 하지만 문보경·좌완은 불안…KBO ‘원칙주의’의 두 얼굴

김도영은 대박 났다, 하지만 문보경·좌완은 불안…KBO ‘원칙주의’의 두 얼굴

출처:KIA 타이거즈(MHN 정철우 기자)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뒤 여러 변수가 발생했지만 단 한 차례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부진하다는 이유로 선수를 바꾸지 않았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지도 않았다. 의학적으로 대표팀 출전이 어렵다...

출처:KIA 타이거즈
출처:KIA 타이거즈

(MHN 정철우 기자)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뒤 여러 변수가 발생했지만 단 한 차례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부진하다는 이유로 선수를 바꾸지 않았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지도 않았다. 의학적으로 대표팀 출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선수만 교체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붙들었다. 팀당 3명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기준 역시 예외 없이 적용했다.

지금까지는 이 선택이 적어도 잡음을 막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도영의 부상은 KBO가 세운 원칙이 시험대에 오른 대표적인 사례였다. 김도영은 경기 도중 번트 타구에 얼굴을 맞아 비골 골절상을 입었다. 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나온 부상이었다. 교체 가능성이 거론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자 KBO는 움직이지 않았다. 부상이 있다는 사실보다 '경기를 뛸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선택은 적중했다. 김도영은 복귀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스스로 지웠다. 성급하게 교체 카드를 꺼냈다면 대표팀은 가장 폭발력 있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을 잃을 뻔했다. 적어도 김도영만 놓고 보면 가볍게 움직이지 않았던 전력강화위원회의 판단이 좋은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김도영의 성공이 모든 고민을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KBO가 지켜온 원칙의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대표팀에는 부상과 부진이라는 불안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출처:LG 트윈스
출처:LG 트윈스

문보경의 허리 상태가 대표적이다. 통증이 있지만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진 상황은 아니다. KBO가 지금까지 적용해 온 기준대로라면 교체를 검토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대표팀의 실제 경기 운영이다. 문보경이 정상적인 수비를 소화하기 어렵다면 1루와 3루 운용의 폭은 크게 줄어든다. 엔트리에는 있지만 활용에는 제한이 생기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출전 가능'과 '정상적인 경기력 발휘'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마운드에도 고민이 있다. 좌완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진욱과 오원석의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하지만 부진은 교체 사유가 아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스스로 세운 기준을 유지한다면 두 투수 역시 그대로 아시안게임에 간다. 일본과의 승부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욱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국제대회에서 좌완 투수는 단순히 선발 한 자리를 넘어 상대 타선에 따라 경기 전체의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카드다. 특히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좌완 투수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최근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류지현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마운드 카드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출처: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역시 비슷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소속팀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것 역시 교체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대표팀 선발 이후 소속팀에서 부진했다고 선수를 바꾸기 시작하면 사실상 최종 엔트리의 의미가 사라진다. KBO가 이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대표팀이 감당해야 한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까지 끌어안고 제한된 엔트리 안에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의 특수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단순히 국제대회 성적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얽혀 있고 대회 기간에도 KBO리그는 계속된다. 특정 선수의 부진이나 작은 부상을 이유로 교체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 구단에서 더 좋은 선수를 보내기 위해 기존 선수를 바꾼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고, 다른 구단에는 왜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KBO는 적어도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켰다. 팀당 3명이라는 기준도, 부상 선수 교체에 대한 기준도 흔들지 않았다. 누구에게는 예외를 허용하고 누구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크게 번지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출처: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것과 강한 대표팀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같은 문제가 아니다. 원칙은 공정성을 지켜주지만 경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김도영처럼 우려를 씻고 곧바로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는 반면, 통증이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회를 맞는 선수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한두 명의 컨디션 저하가 전체 경기 운영을 흔들 수 있다. 교체를 최소화한 만큼 류지현 감독이 현장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오히려 많아졌다.

지금까지 KBO의 선택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김도영의 복귀와 3안타는 그 원칙이 성급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가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내려질 평가는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문보경이 얼마나 정상적인 수비를 할 수 있는지, 김진욱과 오원석이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공을 되찾을 수 있는지, 최근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들이 짧은 대회에서 얼마나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지가 모두 변수다.

결국 KBO는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상황에 따라 엔트리를 손보는 대신 스스로 만든 기준을 끝까지 지키기로 했다. 그 덕분에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은 최소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다.

김도영에서는 이미 한 차례 적중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전체의 성공까지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금메달을 따낸다면 흔들리지 않았던 원칙은 대표팀 운영의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왜 마지막까지 전력 보강의 기회를 스스로 닫았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원칙은 지켰다. 잡음도 막았다. 이제 그 원칙이 성적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진짜 평가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시작된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