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9일 전 "형우선배, 그때도 계셨다" 고영표 공부 '천적' 잡고 금자탑 '임찬규 100승하는 소리 하고있네' 조롱 딛고 다승왕 우뚝
100승 축하 물세례 후 취재진 앞에 선 임찬규.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email protected][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임찬규가 완봉하는 소리 하고 있네', '임찬규가 100승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했었죠."무엇을 섞었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료 폭탄세례에 흠뻑 젖은...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임찬규가 완봉하는 소리 하고 있네', '임찬규가 100승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했었죠."
무엇을 섞었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료 폭탄세례에 흠뻑 젖은 100승 투수. 잠시 라커룸에서 정비하고 단정해진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2011년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후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의구심과 조롱을 묵묵히 이겨낸 LG 트윈스의 '낭만 투수' 임찬규가 마침내 통산 100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데뷔 첫 승을 거뒀던 바로 그 상대를 제압하며 무려 5609일 만에 완성한 감격스러운 금자탑이었다.
임찬규는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7안타(2피홈런) 무4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팀의 13대5 대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 타이 기록으로 시즌 14승(5패)째를 수확한 임찬규는 이날 나란히 승리한 최민석(두산)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를 달렸다.

▶첫 승도, 100승도 대구 삼성전, "그 때도 최형우 선배님이 계셨다"
2011년 5월 6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신인 임찬규는 박한이 박석민 최형우 등이 포진한 막강 삼성 타선을 상대로 4이닝 동안 1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9대5 승리를 이끌며 감격의 데뷔 첫승을 거뒀다. 무려 15년의 세월을 지나 2026년 9월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100번째 승리를 품에 안았다.

100승 달성 과정에서나, 100승 달성 직후에도 임찬규의 머릿 속을 스친 인물은 다름 아닌 상대 팀의 '불혹의 대타자' 최형우였다.
임찬규는 "데뷔 첫 승도 삼성을 상대로 거뒀는데, 그때도 타석에 최형우 선배가 계셨다. 그만큼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계신 선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긴 시간 야구를 하고 싶다"며 까마득한 대선배를 향해 존경심과 함께 롱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천적 최형우 압도한 하이존 커브, "고영표 형의 존 공략을 연구했다"
이날 임찬규의 100승 달성 뒤에는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있었다.
통산 7개의 홈런을 자신으로부터 뽑아낸 '천적' 최형우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새로 연습한 '하이 존 커브'가 결정적이었다.
임찬규는 "최근 고영표 형이 삼성전에서 높은 존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직구 대신 바깥쪽 높은 코스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존을 스치는 커브를 많이 연습했는데, (박)동원이 형이 서서 포구할 정도로 잘 들어갔다. 그동안 나에게 강했던 최형우 선배도 스트라이크가 울리면서 기분이 좋지 않으셨을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최형우 선배와 상대한 3타석을 모두 막아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승왕 욕심은 아예 없다. 묵묵히 걸어온 길 갈 뿐"
이번 승리로 14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섰지만, 임찬규는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단칼에 잘라냈다.
특히 경쟁자인 두산 최민석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앞서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승왕 욕심은 아예 없다"라고 단호하게 입을 연 임찬규는 "기록을 향해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하면 본질이 변질된다. 내가 이기든 지든 절대로 그런 욕심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묵묵히 걸어왔던 제 방식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는 '한화전 완봉승'…조롱을 찬사로 바꾼 5609일
100개의 승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임찬규는 망설임 없이 지난해 3월26일 잠실 한화전 100구 완봉승을 꼽았다.
그는 "유일하게 욕심을 냈던 게 '99구 완봉승'이었는데 지키지 못해 아쉬웠다"고 웃어 보인 그는 "사람들이 '임찬규 완봉승 하는 소리하고 있네', '임찬규 100승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믿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을 하나씩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16년 차 베테랑은 자신을 이끌어준 이들과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임찬규는 "100승까지 오는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나 공부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직 남은 시즌이 있고, 제 선수 생활도 끝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