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두 최고참의 사력을 다한 '투혼의 질주' 이런 경기는 반드시 이겼어야 했다
3회 온 몸을 날려 2루도루에 성공하는 최형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불혹의 두 최고참 선배들이 온 몸을 날렸다.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선두 탈환에 사활을 건 삼성 라이온즈가 팀의 '핵' 구자욱의 부상 이탈 속에서 '불혹의 두 베테랑' 최형우(43)와 강민...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불혹의 두 최고참 선배들이 온 몸을 날렸다.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
선두 탈환에 사활을 건 삼성 라이온즈가 팀의 '핵' 구자욱의 부상 이탈 속에서 '불혹의 두 베테랑' 최형우(43)와 강민호(41)의 투혼의 질주에도 끝내 웃지 못했다.
사력을 다해 베이스를 누빈 최고참들의 열정이 12일 대구 LG전 3대4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같은날 경쟁팀 KT 위즈가 승리를 거두면서 선두와의 격차는 1경기 차로 벌어졌다.
▶'타격 1위' 구자욱의 갑작스러운 이탈, 박진만 감독의 시름
1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는 무거웠다. 리그 타율 1위이자 타선의 핵 구자욱이 경기 전 훈련 도중 등 쪽에 급성 담 증세를 호소하며 선발 라인업에서 전격 제외됐기 때문이다.

상대 선발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5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1.24를 기록 중인 '킬러' 앤더스 톨허스트. 톨허스트에게 강했던 구자욱(11타수 4안타)의 부상 이탈은 삼성에 치명적이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올 시즌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인데 하필 톨허스트에 가장 강했던 자욱이가 빠져 답답하다"면서도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팽팽한 마운드 싸움을 이어가주면 중후반에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불혹 최고참들의 보기 드문 두 장면 - 최형우의 8년 만의 멀티 도루, 강민호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2회말 강민호의 선제 투런포로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추가점이 절실했다.
'천적' 톨허스트를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한 걸음 더 달아나야 한다는 것을 불혹의 베테랑 최형우와 강민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3회말. 선두 김지찬의 안타로 출루했지만 아쉬운 도루실패로 주자가 지워진 2사 후, 최형우가 안타로 출루했다. 최형우는 간절했다. 어떻게든 득점권 찬스를 다시 만들고 싶었다.

디아즈의 타석 2구째, 최형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느닷없이 2루로 폭주했다. 당황한 LG 포수 이주헌은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2루에 안착한 최형우의 시즌 2호 도루. 최형우의 한 시즌 멀티 도루는 KIA 소속이던 2018년(3도루) 이후 무려 8년 만의 기록이다. 최고참이 숨을 헐떡이며 득점권을 만들었으나, 아쉽게도 디아즈가 뜬공으로 물러나며 기회가 무산됐다.
4회말에는 강민호의 투혼이 빛났다. 1사 후 강민호는 톨허스트의 공을 당겨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터뜨렸다. LG 외야진의 기민한 펜스 플레이 속에서 느린 다리의 강민호는 사력을 다해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간발의 차 세이프를 만들어냈다.
이어 김성윤의 타석 때 3구째 커브가 3루쪽으로 살짝 굴절되자, 강민호는 주저 없이 3루로 전력 질주했다. 송구가 이뤄졌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강민호의 손이 조금 빨랐다.
1사 3루 절호의 득점찬스를 발로 만들어낸 순간. 하지만 후속 김성윤이 전진수비 하던 유격수 앞 땅볼, 김영웅이 2루 땅볼로 물러나며 삼성은 또다시 베테랑의 투혼을 추가점으로 연결짓지 못했다.

▶후배들의 타점 가뭄, 현실이 된 불길한 예감과 통한의 역전패
이런 타이트한 에이스 등판경기에서 달아나지 못하면 잡힌다는 사실.
산전수전 다 겪은 불혹의 베테랑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유니폼에 흙을 묻혀가며 사력을 다해 온 몸을 던졌다. 두번 중 한번이라도 추가점으로 연결됐다면 삼성 더그아웃과 시즌 50번째 만원관중이 가득 들어찬 라이온즈파크 분위기는 베테랑 투혼과 맞물려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참들이 만든 찬스가 잇달아 무산되자, 경기 흐름은 서서히 LG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LG 오스틴 딘에게 2-2 동점 홈런을 허용하자 다시 강민호가 나섰다.
7회말 선두타자 안타에 이어 김성윤의 타구를 2루수가 뒤로 흘리는 사이 전력 질주해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박승규의 땅볼 때 홈을 밟아 3-2로 다시 앞서갔다.
하지만 불안감은 8회초 끝내 현실이 됐다. 불펜이 흔들리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오스틴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송찬의에게 내야 땅볼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며 결국 3대4로 무릎을 꿇었다.
강민호는 9회말 1사후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고 나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였지만 후속타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이날 삼성의 불혹 최고참들이 보여준 질주는 단순한 투혼 그 이상이었다. 물불 안가리고 온 몸을 던져야 할 경기가, 상황이 언제인지 후배들 앞에서 보여준 경기였다.
치열한 가을승부를 펼쳐야 할 선수단에 던진 경각심. 이런 경기는 어떻게든 이겼어야 했다.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운 잔상을 남긴 하루.
하지만 패했다고 가치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앞으로 치를 박빙의 큰 경기에서 선수단 전체의 투혼을 자극할 긍정적 여파를 유니폼 흙자국 처럼 선명하게 남겼다. 이제 후배들이 답할 차례다.
출처: 스포츠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