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 입스 이겨낸 16세 손제이 … 아마추어 최고 '우뚝'

퍼트 입스 이겨낸 16세 손제이 … 아마추어 최고 '우뚝'

국가대표 손제이, 허정구배 첫 우승안성현과 접전 끝 1타 차 정상개인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KGA 랭킹 1위 굳건히 지켜올해 초 퍼트 입스 증상 겪어집게 그립 바꾼 뒤 안정 찾아19일 주니어 프레지던츠컵行"美 선수들 다 잡아볼 것" 다짐 11일 허정구배 제72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손제이가 한국아마추어골프...

국가대표 손제이, 허정구배 첫 우승 안성현과 접전 끝 1타 차 정상 개인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KGA 랭킹 1위 굳건히 지켜 올해 초 퍼트 입스 증상 겪어 집게 그립 바꾼 뒤 안정 찾아 19일 주니어 프레지던츠컵行 "美 선수들 다 잡아볼 것" 다짐

11일 허정구배 제72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손제이가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 트로피(오른쪽)와 허정구배 트로피를 양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대회는 대한골프협회를 이끌었던 고(故) 허정구 회장을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대회명에 허정구배가 붙여진 뒤 기존 한국아마선수권과 함께 트로피 2개를 수여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11일 허정구배 제72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손제이가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 트로피(오른쪽)와 허정구배 트로피를 양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대회는 대한골프협회를 이끌었던 고(故) 허정구 회장을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대회명에 허정구배가 붙여진 뒤 기존 한국아마선수권과 함께 트로피 2개를 수여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

대한골프협회 남자부 랭킹 1위, 국가대표 손제이(16·동래고부설방송통신고)가 아마추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허정구배 제72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1라운드부터 한 번도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손제이는 "꿈꿔왔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손제이는 11일 경기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안성현(경기도골프협회)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에서 3번째 우승을 달성한 손제이는 KGA 랭킹 포인트 750점을 확보하면서 아마추어 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손제이는 우승 트로피와 함께 장학금 및 핑골프 G440 LST 드라이버를 부상으로 받았다.

◆ 18번홀서 엇갈린 '희비'

허정구배는 1954년에 창설된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골프대회다. KGA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를 이끌었던 고(故) 허정구 SYTS·삼양인터내셔날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허정구배'로 명명된 이 대회는 김경태, 노승열, 김비오, 배용준 등 스타급 남자 골퍼를 대거 배출했다.

3타 차 선두로 최종일을 맞이한 손제이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차분하게 경기를 풀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안성현의 맹추격이 펼쳐졌다. 안성현은 12~14번홀에서 3연속 버디로 손제이와 동률을 이뤘다.

운명의 18번홀(파4). 손제이와 안성현의 희비는 세컨드샷에서 갈렸다. 먼저 플레이한 안성현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이어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홀을 비껴갔고, 파 퍼트마저 실패하면서 보기로 홀아웃했다. 반면 손제이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깔끔하게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파로 지켰다.

손제이는 지난해까지 국가대표로 뛴 안성현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사이다. 손제이는 "성현이 형의 기세가 올라 있어서 압박을 받기는 했지만 살살 쳤다가 내 스윙이 안 나올 것 같아서 18번홀에서 티샷할 때 우드 대신 드라이버로 세게 쳤다. 그랬더니 똑바로 갔다. 내가 할 것만 믿고 편하게 하니까 긴장감도 풀렸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내 인생에서도 처음"이라면서 "매번 역전 우승만 해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처음 우승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 올해 3승 포함, 10개 대회 톱10

만 6세에 골프를 시작한 손제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골프 천재'로 불렸다. 2020년 초등학교 4학년 때 MBN 꿈나무 골프선수권 저학년부 우승을 포함해 초등학생 때만 무려 37차례나 전국 대회 정상에 올랐다. 중학생 때 국가 상비군을 거쳐 올해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지난 7일 발표된 KGA 남자부 랭킹에서 개인 첫 1위에 오르면서 국내 최고 남자 아마추어 골퍼로 떠올랐다.

그랬던 손제이도 올해 초에는 남모를 시련을 겪었다. 짧은 거리에서조차 손이 떨리고, 두려움을 갖는 '퍼트 입스' 증상이 찾아왔다. 그는 "겨울 전지훈련 막판에 입스 증상이 온 뒤로 많이 답답하고 괴로운 시기를 보냈다. 온라인 동영상이나 검색 사이트, 생성형 인공지능(AI)도 다 뒤져보고 뭐가 문제인지 찾아봤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연구한 끝에 손제이는 집게 그립으로 바꿨다. 오른손가락을 퍼터 그립에 얹고 스트로크를 하는 집게 그립은 골프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지난해 변화를 준 퍼트 기술로 주목받았다. 손제이는 "임팩트 때 손이 많이 떨려서 이를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중에서 집게 그립이 가장 잘 맞았다. 어드레스 때는 똑같이 떨렸지만 임팩트 때 떨림이 줄면서 퍼트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퍼트 입스 증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새 샷에 대한 자신감은 더 올랐다. 손제이는 "드라이버샷 거리는 280~290야드로 작년과 비슷하다. 그러나 똑바로 가는 방향성이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 샷 메이킹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대회마다 경기력도 꾸준하게 유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제이는 4월 임실N치즈배, 지난달 송암배, 이번 허정구배 등 3승을 포함해 올해 KGA 주관 11개 대회 중 무려 10개 대회에서 톱10을 달성했다.

◆ "훗날 마스터스 우승하는 꿈꿔"

'천재골퍼'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손제이는 '노력형 골퍼'를 자부한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재능이 있다는 말 때문에 연습을 많이 안 했던 게 사실이다. 형들을 다 이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막상 올라오니까 형들이 정말 잘 치고 벽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하루 400개 이상 샷 연습을 하고, 1시간 안팎으로 퍼트 연습도 꾸준히 한다는 손제이. 그는 "자만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가고,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제패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세계적인 선수를 꿈꾸는 손제이에게 또 다른 꿈을 키워줄 무대도 곧 열린다. 미국과 비유럽 인터내셔널 팀의 골프대항전인 주니어 프레지던츠컵에 손제이가 인터내셔널 팀 C T 팬(대만) 단장 추천으로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19~21일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의 메디나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손제이는 "끈질긴 플레이로 미국 선수들을 다 잡아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 김지한 기자]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