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그분?' 그래도 손흥민은 여전히 달리는데, 동료들은 함께 뛰고 있는 걸까
출처:연합뉴스(MHN 최유한 기자) 계주에서 바통을 건네는 주자는 혼자 달리지 않는다. 바통을 받을 주자도 정해진 구간에서 미리 속도를 올리며 앞선 주자와 호흡을 맞춘다. 팀마다 전략은 다르다. 일찍 속도를 끌어올리는 주자가 있는가 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바통을 받는 주자도 있다. 방식은 달라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

(MHN 최유한 기자) 계주에서 바통을 건네는 주자는 혼자 달리지 않는다. 바통을 받을 주자도 정해진 구간에서 미리 속도를 올리며 앞선 주자와 호흡을 맞춘다. 팀마다 전략은 다르다. 일찍 속도를 끌어올리는 주자가 있는가 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바통을 받는 주자도 있다. 방식은 달라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 바통을 건네는 주자와 받는 주자가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대표팀을 위해 달려온 선수가 있다면, 그가 팀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다음 세대에 경험과 책임을 전할 수 있도록 동료들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바통을 언제 넘길지 재촉하기에 앞서, 바통을 건네는 선수가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뛰는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8년 9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완장은 기성용에서 손흥민으로 넘어갔다. 오랜 시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기성용은 후임 주장으로 손흥민을 추천하며 새로운 리더의 출발을 뒷받침했다.
손흥민 역시 기성용을 향해 존중을 표했다. 그에게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의지할 수 있는 리더였다. 주장을 맡는다는 것은 완장을 차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선배의 신뢰가 있어야 하고, 그 신뢰를 이어받는 선수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대표팀 내부 분위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연욱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에게 선수들이 주장 손흥민을 두고 ‘7번’ 또는 ‘그분’이라고 부른다는 의혹을 질의했다. 이용수 직무대행은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물론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실제로 누가 그런 호칭을 사용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특정 선수를 지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표팀 내부의 소통과 존중, 리더십을 둘러싼 질문은 남는다.
핵심은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얼마나 더 뛰어야 하느냐가 아니다. 그가 대표팀에서 쌓아온 경험과 헌신을 동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다. 경기장에서든 라커룸에서든 팀을 이끄는 선수를 존중하고, 부담을 나누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은 함께 뛰는 선수들에게도 요구되는 몫이다.
이 대목에서 엄지성의 태도는 다른 의미로 눈길을 끈다. 손흥민을 롤모델로 꼽아온 엄지성은 선배의 플레이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태도를 배우고자 했다. 선배에게서 배우려는 마음과 그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는 태도는 세대가 이어지는 데 필요한 바탕이다.

물론 선수마다 성격과 소통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모든 후배가 선배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표현 방식의 차이와 동료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구분해야 한다. 팀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고, 주장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서로를 낮춰 부르거나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개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대화를 통해 풀어내야 한다.
계주에서 바통을 건네는 주자는 자신의 구간을 달리는 동안 다음 주자가 준비돼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주자 역시 앞선 주자가 어떤 속도로 달려오는지 살피며 자신의 출발을 준비한다. 그래야 바통이 끊기지 않고 레이스가 이어진다. 한 주자가 오랫동안 달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주자가 언젠가 바통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앞선 주자의 노력을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에게도 언젠가는 대표팀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준비하는 일은 손흥민 혼자 감당할 과제가 아니다. 선배가 쌓아온 경험을 존중하고, 그가 팀을 위해 달려온 시간을 인정하며, 필요할 때는 부담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어야 한다.
바통터치는 한 사람이 손을 놓는 순간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제대로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질문은 누가 손흥민의 자리를 대신할 것인지, 혹은 그가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가 아니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위해 달려온 선수가 안심하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건넬 수 있는 팀인가. 그리고 함께 뛰는 선수들은 그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대표팀의 다음 레이스는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