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와 44년 동고동락… 잠실, 잠시만 안녕
서울 잠실구장에서 20일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2026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진행되고 있다. 철거를 앞둔 잠실구장의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였다. 뉴시스 20일 2026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9회말 2아웃 KIA 타이거즈 황동하가 LG 트윈스 구본혁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

20일 2026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 9회말 2아웃 KIA 타이거즈 황동하가 LG 트윈스 구본혁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냈다. 44년 동안 한국 야구의 중심이던 잠실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잠실구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마쳤다. 1982년 KBO리그 출범과 함께 개장한 잠실구장은 올해까지 1군 경기가 열린 구장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전설이 탄생한 장소이자, 두산 베어스와 LG의 ‘한 지붕 라이벌’ 스토리가 펼쳐진 세계 유일의 프로야구 공동 홈구장이었다.
다음 달 이벤트 경기를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은 철거된다. 2032년 같은 자리에 돔구장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44년간 한국 야구사와 동고동락한 ‘전통 잠실’을 떠나보내는 야구인들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원년부터 LG를 응원했다는 전성진(55)씨는 “나에게 잠실은 학생 때 공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아지트였고, 직장인이 되고서는 사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장소였다”며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 같다.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 응원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스케치북에 잠실과의 작별 문구를 적은 팬들도 눈에 띄었다. 정모(20)씨는 “유치원 시절 타이거즈 열혈 팬인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며 “아버지는 LG 팬이다. 가족들과 어릴 때부터 항상 오가던 소중한 장소가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KIA 팬인 정씨는 스케치북에 ‘오늘이 마지막 잠실이기를’이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응원가를 열창했다.
십수년간 잠실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에게도 잠실구장은 특별한 장소였다. 잠실구장에서 마지막으로 한 경기 멀티 홈런을 기록한 나성범(KIA)은 “떠나는 잠실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 더 기분 좋다”고 했다. KIA 양현종 역시 “이곳에서 데뷔 후 첫 등판을 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야구 인생 첫 세이브를 달성한 곳도 잠실”이라고 회상했다.

경기장 3층 복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백모(77)씨는 “오늘 LG가 이겨서 내일까지 경기를 했어야 하는데 손해봤다”고 쓴웃음을 지은 뒤 “동대문야구장 시절부터 야구장에서 슈퍼를 했다. 잠실구장이 지어지고 이곳으로 옮겨 매일 출퇴근하며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청춘을 바친 잠실과 손잡고 떠난다. 자식들이 내 은퇴식을 해준다고 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아직 잠실구장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11년째 야구장 2층 복도에서 만두를 팔고 있는 최양식(62)씨는 “60개가 넘는 야구장 내 점포의 임시 야구장(잠실종합운동장) 이전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단골손님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임시 구장에서도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구장을 옮기면서 점포가 줄어든다고 한다.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