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서 겸손해질 자 누구?’ 파인비치서 펼쳐지는 별들의 전쟁

‘바람 앞에서 겸손해질 자 누구?’ 파인비치서 펼쳐지는 별들의 전쟁

김세영. ⓒ AP=뉴시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한국 여자골프의 가을 축제가 이번에는 남해안으로 향한다. 지난해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정상에 올라 오랜 우승 갈증을 풀었던 김세영이 이번에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연이어 제패한 유해란과 올 시즌 두 차례 우승을 거...

김세영. ⓒ AP=뉴시스
김세영. ⓒ AP=뉴시스

[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한국 여자골프의 가을 축제가 이번에는 남해안으로 향한다. 지난해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정상에 올라 오랜 우승 갈증을 풀었던 김세영이 이번에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연이어 제패한 유해란과 올 시즌 두 차례 우승을 거둔 김효주까지 가세한다.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6’이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다. 총상금 235만 달러가 걸린 이번 대회에는 LPGA 투어 선수 68명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15명, 초청 선수 1명 등 모두 84명이 출전한다. 컷 탈락 없이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하는 곳은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이다. 지난해 김세영은 대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를 4타 차로 따돌렸다. 2020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에 거둔 LPGA 투어 우승이자 개인 통산 13번째 우승이었다.

특히 지난해 대회는 강풍 속에서 치러져 김세영의 우승에 더욱 의미를 더했다. 대회 3라운드에는 해안 지역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LPGA 투어는 당시 순간 풍속이 시속 40마일을 넘었다고 전했다. 시속 64㎞를 웃도는 바람은 선수들의 티샷과 세컨드샷은 물론 그린 공략에도 부담을 줬다. 김세영은 마지막 날에도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이번 대회에서 김세영은 2연패를 노린다. 세계랭킹 9위에 올라 있는 김세영은 파인비치에서 자신의 경기력을 입증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선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경기 흐름이 반복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달라지면 같은 홀에서도 공략법이 달라지는 만큼, 코스 적응력과 경기 중 판단이 타이틀 방어의 관건이다.

유해란. ⓒ AFP=연합뉴스
유해란. ⓒ AFP=연합뉴스

김세영의 아성을 위협할 선두 주자로는 유해란이 꼽힌다. 유해란은 올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메이저 2승을 달성했다. 이어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한국과 미국 무대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성과를 냈다. 세계랭킹 3위까지 올라선 유해란은 올 시즌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해란에게 이번 대회는 세계 정상급 기량을 국내 팬들 앞에서 다시 확인할 기회다. 메이저 대회에서 입증한 경기 운영 능력과 집중력이 파인비치에서도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바람이 강해질 경우 무리한 공격보다 안전한 지점에 공을 보내고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이 중요해질 수 있다. 코스 상황에 맞춰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우승 경쟁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효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효주는 올 시즌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LPGA 투어 2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5위에 자리한 그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앞세워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바람의 영향을 받는 코스에서는 단순한 비거리보다 목표 지점을 정확히 설정하고 그린을 공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김효주의 플레이도 주목할 만하다.

KLPGA 투어 선수들의 도전도 이번 대회의 볼거리다. 서교림과 김민솔을 비롯해 박민지, 이예원, 유현조, 김민선7 등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LPGA 투어 강자들과 맞붙는다. 특히 김민솔은 세계랭킹 13위에 올라 KLPGA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진입한 경험도 있어 파인비치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이번 대회는 LPGA와 KLPGA가 출전 선수 구성을 놓고 협의를 마친 뒤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양 협회는 2026년 KLPGA 선수 15명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2027년부터는 출전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투어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같은 코스에서 경쟁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결과는 물론 선수들의 경기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변수는 파인비치의 코스 특성과 날씨다. 해남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바다와 맞닿은 풍광으로 잘 알려진 코스다. 해안 지형의 굴곡을 살린 코스 구성은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지만, 바람이 강해지면 선수들의 거리 계산과 방향 설정을 어렵게 만든다. 같은 클럽을 사용하더라도 맞바람과 뒷바람에 따라 탄도와 비거리가 달라질 수 있어 티샷부터 정교한 판단이 요구된다.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대표적인 홀은 17번 홀이다. 파5, 536야드로 구성된 이 홀은 페어웨이가 좁고 굽이진 형태여서 티샷을 어디에 떨어뜨리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릴 수 있지만, 무리한 공격은 오히려 타수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LPGA 투어 자료에 따르면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직접 노리는 선수는 약 34%에 그쳤으며, 러프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안전한 레이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대회 기간 날씨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예보는 기온 변화와 강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실제 경기 여건은 대회 직전과 당일 발표되는 예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처럼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선수들의 체감 난도는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바닷바람은 순간적으로 방향과 세기가 달라질 수 있어 연습 라운드에서 파악한 거리 감각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파인비치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기장 분위기다. 지난해 LPGA 투어는 현장을 찾은 국내 골프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대회장 분위기를 인상적인 요소로 꼽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도 갤러리의 관심은 김세영의 타이틀 방어와 유해란·김효주의 맞대결, 국내 선수들의 도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