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생애 첫 우승 마서영, “꾸준하게 승수 쌓아 20승까지 달리겠다 ”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생애 첫 우승 마서영, “꾸준하게 승수 쌓아 20승까지 달리겠다 ”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자 마서영이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마서영(리쥬란·23)의 이력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선발된 적이 없고, 정규투어에 데뷔한 2023년...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자 마서영이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자 마서영이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마서영(리쥬란·23)의 이력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선발된 적이 없고, 정규투어에 데뷔한 2023년 이후에도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하위권 선수였다.

하지만 18일 경기도 이천시 H1클럽에서 끝난 KLPGA 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통산 4승의 성유진을 꺾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나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서영은 자신의 골프 인생과 우승 소회, 향후 목표를 담담하게 밝혔다.

우승 직후 쏟아진 관심은 그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마서영은 “지금도 우승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축하 연락을 200~300통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상위권 선수가 아니었기에 TV 중계에 내 플레이 장면이 길게 나온 적이 없었다. 경기 끝나고 귀가해서는 풀타임으로 내 경기 장면을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돌려보고, 잠깐 자고 일어나 아침 6시에 또 봤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의 권유로 클럽을 잡은 마서영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경쟁을 즐기는 승부욕 강한 성향이 아니라 항상 스트레스가 있었다. 아버지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적이 훨씬 많아 마찰도 잦았다”고 돌아봤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동년배 선수들과 달리 평범한 주니어 시절을 보낸 그는 정규투어 진출 이후에도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마서영은 “실력이나 멘탈 모두 부족해 ‘내 자리가 아니다’라는 자괴감이 들었고, 골프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자 마서영이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자 마서영이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반전의 계기는 지난겨울에 베트남에서 40여 일간 했던 전지훈련이었다.

마서영은 “골프를 하느라 친구도 사귀지 못했고 하고 싶은 걸 못하면서 청춘을 바쳤는데 초라하게 끝내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먼저 100위 밖이던 비거리 늘리기에 착수했다. 매일 2시간씩 중량 운동을 했다. 그는 “근력이 강해지면서 차츰 비거리가 늘더라”며 “이번 시즌엔 거리가 안 나간다는 소리는 안 들었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도 바꿨다. “예전에는 막연히 공만 많이 쳤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회 때 58도 웨지부터 8번 아이언을 많이 칠 것으로 파악해 해당 거리의 샷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코스 매니지먼트도 달라졌다. 마서영은 “무조건 핀을 보고 쏘는 대신 미스 샷을 했을 때 세이브하기 좋은 곳이 어디인지, 두 번째 퍼트를 하기 편한 곳이 어디인지 먼저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근성이 강해지고 코스 공략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성적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이번 우승까지 이어졌다.

스스로 ‘재능이 없는 선수’라고 단정 지었던 마서영은 이번 우승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깼다.

마서영은 “잘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며 ‘저런 게 재능이구나’ 좌절한 적이 많았다. 골프는 타고난 사람만 정상에 올라간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증명한 것 같아 기쁘다. 힘들게 운동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내 우승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첫 우승을 신고한 마서영의 시선은 내년을 향해 있다.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우승 직전엔 상금 랭킹 56위로 내년 시드를 걱정하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2028년까지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세계 랭킹 역시 338위에서 186위로 152계단 뛰어올랐다.

마서영은 “내년에는 시즌 3승, 그리고 세계 랭킹 50위 진입이 목표”라며 “블랙스톤 골프클럽이나 블루헤런 컨트리클럽처럼 아직 내가 점령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통산 20승’을 꼽았다. 마서영은 “한꺼번에 다승을 몰아치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승수를 쌓아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400경기를 넘게 뛴) 안송이 언니처럼 힘이 닿는 데까지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오랜 기간 투어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2억 7천만원의 우승 상금 사용 계획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고 싶다. 넉넉하지 않았어도 내가 골프 선수로 성장하는데 모자람이 없는 지원을 해주셨다”고 답했다.

18일 경기 이천시 H1 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마서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18일 경기 이천시 H1 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마서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