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진출 확정 후, 대투수는 조용히 마운드로 향했다…주섬주섬 담은 잠실 ‘흙’ [준PO]
KIA 양현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경기를 마친 후 마운드의 흙을 생수병에 담은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 | 잠실=연합뉴스KIA 양현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경기를 마친 후 마운드의 흙을 생수...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경기가 끝났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통틀어 최후의 경기다. 한 선수가 조용히 마운드로 향했다. 주섬주섬 뭔가 한다. 생수통에 흙을 담았다. KIA '대투수' 양현종(38)이다. 나름대로 잠실과 작별을 고했다.
20일 잠실구장에서 KIA와 LG의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KIA 13-1 대승이다. KIA가 3승으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가을야구 잠실에서 더는 경기가 열릴 수 없게 됐다. LG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다. 2027시즌은 없다. 잠실구장이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돔구장을 짓기 위해 허문다.
1982년 문을 열었다. 45년 동안 수백, 수천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KBO리그와 역사를 함께한 구장이기도 하다. 더 좋은 집을 만들기로 했다. 헌 집은 사라진다. 무수히 많은 야구인이 "내 청춘과 추억이 서린 곳"이라 한다. 그래서 아쉽다.

경기가 끝났다. 살짝 어수선하다. 퇴장한 팬들도 있고, 조금 더 잠실을 음미하는 팬들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패장과 승장, MVP 인터뷰가 진행된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철수했다.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에는 흙 보호를 위한 덮개가 깔렸다.
이때 3루 더그아웃에서 양현종이 조용히 나왔다. 조심스럽게 마운드로 걸어갔다. 덮개를 살짝 걷은 후 쪼그려 앉았다. 빈 500㎖ 생수병을 꺼냈다. 흙을 조금씩 담기 시작했다. 이내 가득 찼다. 다시 덮개를 복구한 후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200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KIA에 왔다. 데뷔 첫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올해로 프로 20년차다. 텍사스에 진출한 2021시즌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만 19시즌이다. 이것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잠실에 서린 추억도 많다. 정규시즌 기준 총 569경기 등판했다. 잠실에서 63경기 치렀다. 4974개 공을 뿌렸다. 홈으로 쓴 무등구장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등판한 곳이 잠실이다.

2007년 4월7일 잠실 LG전에서 데뷔했다. 개인 통산 세이브가 딱 1개 있는데, 그게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 잠실 두산과 경기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투수이기도 하다.
이제 잠실은 없다. 새롭게 돔구장이 들어와도 현재 잠실구장과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마지막을 기리고 싶지 않았을까. 조용히 마운드 흙을 챙긴 이유가 여기 있다. 양현종이 꽤 강렬한 '울림'을 안긴 장면이다. 야구인들에게 잠실이 이런 의미다.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