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우리 팬들, 며칠 쉬세요”…교주가 된 슈퍼스타, ‘김도영교’의 신도들이 완성한 KIA의 PO 진출

“너그러운 우리 팬들, 며칠 쉬세요”…교주가 된 슈퍼스타, ‘김도영교’의 신도들이 완성한 KIA의 PO 진출

KIA 김도영이 20일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뒤 늠름하게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잠실 | 김은진 기자[스포츠경향 잠실 | 김은진 기자] 김도영(23·KIA)은 지난 1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려 KIA 승리를 이끈 뒤 방송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면서 “그렇지만 드레스코드는 지켜주시면...

KIA 김도영이 20일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뒤 늠름하게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KIA 김도영이 20일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된 뒤 늠름하게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스포츠경향 잠실 | 김은진 기자] 김도영(23·KIA)은 지난 1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려 KIA 승리를 이끈 뒤 방송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면서 “그렇지만 드레스코드는 지켜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는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홈 1·2차전 드레스코드를 빨간색으로 하자고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SNS를 하지 않거나 보지 못한 팬들은 알지 못했다. 김도영은 1차전을 마치고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야 관중석을 볼 수 있었다. 빨강색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한 마디 거들었을뿐인데, 이후 난리가 났다.

다음날 2차전 챔피언스필드는 붉은색으로 꽉 찼다. 그리고 잠실 원정을 준비하는 19일 하루, 팬들의 마음은 너무 바빴다. 입장권을 미처 구입하지 못하고 있던 팬들은 취소 티켓이라도 잡느라 예매 사이트와 씨름을 했고, 그 와중에 옷 걱정까지 더해졌다. KIA의 홈 유니폼은 화이트, 원정 유니폼은 블랙이다. 올해 KIA가 내놓은 서드유니폼이 과거 해태 시절 공포의 상징이던 빨강 상의에 검정 하의다. 이 서드 유니폼은 김도영의 ‘드레스코드’ 언급 직후 품절돼버렸다. ‘2002 월드컵 비더레즈 셔츠라도 입고 가야겠다’ ‘해병대 티셔츠를 입은 분도 봤다’ 등등 팬들의 즐거운 걱정과 목격담이 쏟아졌다.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앞서 국민의례 하는 KIA 선수단 뒤로 원정 응원석에 붉은 옷을 입은 KIA 팬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앞서 국민의례 하는 KIA 선수단 뒤로 원정 응원석에 붉은 옷을 입은 KIA 팬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일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장관을 이뤘다. 원정쪽인 3루측 내·외야석은 완전히 빨갛게 물들었다. 엄청난 함성과 함께, 응원단장 구호에 따라 KIA 구단이 나눠준 빨강과 노랑 응원타월을 관중석 블럭별로 교차해서 드는 모습은 마치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했다. 한 관계자는 “응원에서부터 이미 KIA가 이겼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KIA 팬들은 김도영이 무관중 경기를 원한다고 하면 진짜 한 명도 안 올 기세”라고 농담도 했다.

2003년생 어린 선수의 한 마디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즉각 단체로 응하는 것은 스타가 그렇게도 많았던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이 정도의 슈퍼스타가 탄생하기도 어렵고, 이 정도로 당당하게 리그의 호감을 사는 스타도 드물다.

KIA 팬들이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붉은 옷을 입은 채 일제히 노란 응원 타월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팬들이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붉은 옷을 입은 채 일제히 노란 응원 타월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어린 선수가 야구를 너무 잘 하고 팬들은 귀여워 한다. 팬들이 워낙 ‘도영이’라고 불러서인지 이날 인터뷰 중 관중석에서 한 어린이가 계속 “도영아”를 외쳤다. 김도영은 뒤를 돌아보며 “오빠, 오빠”라고 수정도 해줬다.

김도영과 KIA 팬들은 지금 ‘기브 앤 테이크’ 중이다. 야구를 잘 하는 김도영은 팬들한테 스스럼 없이 요청을 하고, ‘도니살’인 팬들은 마치 지령이라도 받은 듯 그대로 따라준다. 그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은 선수는 경기를 지배한다. 3차전 원정지 잠실을 가득 채운 붉은 색의 ‘열광’을 등에 업고 김도영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거리인 145.8m짜리 초대형 만루홈런으로 불과 2회에 승부를 갈라버렸다. 팬들과 김도영은 지금 서로 화답하고 있다.

KIA 김도영이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초 만루홈런을 때린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김도영이 20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회초 만루홈런을 때린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3차전 직후 시리즈 MVP 시상식에 나가기 전 만난 김도영은 “써드 유니폼이 그날 품절됐다고 들었다. 해병대 티셔츠 입은 분 얘기도 봤다”라며 “사실 드레스코드는 구단이 하신 건데 1차전은 첫날이라 소문이 안 난 것 같다. 구단에서 말해달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날 흰색이 너무 많이 보여서 다 보시는 앞에서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 제가 그냥 했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모두가 자리를 지키며 시상식을 기다리던 원정 관중석을 돌아본 김도영은 “저 빨간 옷들을 보세요. 진짜 무섭다니까요”라고 KIA 드레스코드의 위력을 실감하며 “저같은 어린 선수가 얘기했는데 들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 팬들이 워낙 너그럽고 잘 받아주시니까 제가 얘기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또 보답을 하기 때문에 팬들이 귀엽게 잘 봐주시지 않나 생각도 한다”라고 웃었다.

팬들과 함께 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대해 김도영은 “예상과 다른 전개로 흘러가긴 했는데 느낌이 마치 2024년 한국시리즈 5차전 같았다. 그때 질 것 같지가 않았었다. 오늘도 그때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했다.

KIA 김도영이 20일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단과 관중석에 인사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김도영이 20일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단과 관중석에 인사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는 이제 플레이오프로 간다. 삼성을 만나러 대구로 간다. 검빨 유니폼과 파랑 유니폼으로 맞붙었던 과거를 추억하며 ‘달빛 동맹’을 맺어온 두 구단이 2024년 한국시리즈 이후 2년 만에 격돌한다. ‘달빛 전쟁’으로 전환해, 빨강과 파랑의 대결을 한다.

지금 KIA 팬들은 김도영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 3차전에서 준플레이오프를 끝내버린 KIA는 플레이오프까지 나흘을 쉰다. 3차전까지 함께 땀 흘린 팬들에게도 휴식이 주어졌다. 김도영이 방송 인터뷰에서 “팬들도 며칠 푹 쉬시라”고 하자 팬들은 야구 없는 평일을 어색해하면서 “도영이가 쉬라는데 내가 출근을 해야 하나”라는 한탄을 쏟는다.

당초 홈 경기인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위해 출발한 KIA의 ‘드레스코드’는 이제 끝까지 간다. 김도영은 ‘팬들에게 또 부탁할 것 없느냐’는 질문에 “이제 없다”면서도 “빨간 드레스코드는 끝까지 유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더 뜨거운 응원을 부탁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