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졌다' 말 대신 꼭 안았다…첫 가을 마운드를 지킨 후배를 기다린 대투수의 두 팔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6회말 양현종이 마운드를 내려온 시라카와를 안아주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잠실=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대투수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 품에 안긴 건 생애 첫 가을야구 선발 마운드를 씩씩하게 버텨낸 시라카와였다.KIA 타이거즈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

[잠실=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대투수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 품에 안긴 건 생애 첫 가을야구 선발 마운드를 씩씩하게 버텨낸 시라카와였다.
KIA 타이거즈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6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3대1로 대승했다. 시리즈 3연승. KIA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고 이제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툰다.
승리의 중심엔 시라카와가 있었다. 5이닝 4피안타 1실점(1자책) 9삼진. 생애 처음 밟은 가을야구 선발 마운드였지만 떨림은 보이지 않았다. 76개의 공으로 5이닝을 책임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153㎞까지 찍혔다. 주무기인 직구(36개)로 힘 있게 밀어붙이다가 슬라이더(17개)와 포크(16개)를 적재적소에 섞었다. LG 타자들의 방망이는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6회말 무사 2,3루에서 시라카와가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들어서자 기다리던 이가 있었다. 양현종이었다. 대투수는 후배를 꼭 끌어안고 등을 두드렸다. 동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양현종에게도 남다른 하루였다. KIA는 3차전을 내줄 경우 4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내세울 계획이었다.
양현종은 경기 전 취재진에 "프로 데뷔전,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내 커리어 첫 세이브를 모두 잠실구장에서 해냈다.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다"고 털어놨다.
잠실야구장은 올해를 끝으로 철거된다. KIA가 3차전을 잡으면서 이날 경기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로 남게 됐다. 그리고 시라카와는 그 마지막 경기의 승리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4차전 등판은 사라졌지만 양현종은 빈손으로 잠실을 떠나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잠실 마운드의 흙을 물병에 조심스레 담았다. 데뷔와 우승, 첫 세이브의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흙이었다.
후배의 첫 가을을 품에 안아준 대투수, 그리고 정든 마운드의 흙을 가슴에 품은 대투수. 잠실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출처: 스포츠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