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한마디에 붉게 물든 관중석…요즘 가을야구 트렌드는 ‘드레스코드’

김도영 한마디에 붉게 물든 관중석…요즘 가을야구 트렌드는 ‘드레스코드’

준PO 2차전에서 드레스코드 '레드'에 맞춰 붉게 물든 KIA 홈 관중. 사진 KIA 타이거즈 “드레스코드(dress code), 맞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퍼스타’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한마디에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관중석이 붉게 물들었다. 김도영은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이끈...

준PO 2차전에서 드레스코드 '레드'에 맞춰 붉게 물든 KIA 홈 관중. 사진 KIA 타이거즈
준PO 2차전에서 드레스코드 '레드'에 맞춰 붉게 물든 KIA 홈 관중. 사진 KIA 타이거즈

“드레스코드(dress code), 맞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퍼스타’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한마디에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관중석이 붉게 물들었다. 김도영은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이끈 뒤 “팬들의 응원이 정말 대단했고,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도 “드레스코드는 꼭 맞춰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KIA 팬들은 즉각 대동단결했다. “김도영이 하라고 하면 그냥 하자” “도영이 마음 편히 뛰도록 무조건 빨간색 입는 거다”, “빨간 유니폼이 없으면 붉은 악마 티셔츠라도 입어라” 등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준PO 2차전이 열린 다음날(18일), KIA 팀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빨간 유니폼과 롱패딩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관중석은 첫날과 달리 거대한 붉은색 인파로 뒤덮였다. KIA의 올가을 드레스코드는 ‘레드’다.

LG의 가을야구 필수품인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LG의 가을야구 필수품인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드레스코드는 시간·장소·상황에 어울리는 옷의 스타일과 색상 등을 미리 정하고 따르는, 일종의 약속이다. 그러나 가을야구의 드레스코드는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팬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파이팅 코드’ 역할을 한다.

포스트시즌 필수 드레스코드의 원조는 LG의 유광점퍼였다. LG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2010년대 암흑기의 팬들에게 “유광점퍼 입고 싶다”는 말은 곧 “LG의 가을야구를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염원하며 미리 사둔 유광점퍼를 옷장 속에 고이 보관하던 팬들이 수두룩했다.

마침내 강팀이 된 LG가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던 2023년 한국시리즈에선 관중석이 온통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유광점퍼로 번쩍거렸다. LG 관계자는 “그해 유광점퍼 매출이 직전 시즌 대비 300% 늘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입는 어센틱 제품은 20만원 대, 레플리카 제품도 10만원대로 고가인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다.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마저 선수용 유광점퍼를 목 끝까지 채워 입고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주황색 우비 응원으로 화제가 됐던 한화 팬들. 사진 한화 이글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주황색 우비 응원으로 화제가 됐던 한화 팬들. 사진 한화 이글스

관중들의 의상 색을 통일하는 드레스코드 유행에 불을 붙인 건 지난가을 한화 이글스의 히트상품인 주황색 우비다.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폭우로 취소돼 하루 밀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한화는 이틀간 야구장을 찾은 현장 관중의 편의를 위해 미리 제작해둔 우비를 나눠줬다. 그런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 우비를 덮은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응원하자 관중석에 주황색 물결이 넘실대는 뜻밖의 장관이 펼쳐진 거다. 다른 팀 선수들까지 “멋지다”며 부러워한 명장면이 주황색 우비 덕에 탄생했다.

한화는 그 후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도 팬들에게 우비를 배포해 사실상의 응원 도구로 활용했고, 팀 스토어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우비도 순식간에 동났다. 팬들 사이에서도 ‘필수 아이템’으로 소문나 중고거래 사이트에 웃돈을 붙인 매물로 올라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전 관중에게 푸른 우비를 선물한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전 관중에게 푸른 우비를 선물한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 사진 삼성 라이온즈

올해 PO에 선착한 삼성 라이온즈도 가을야구 최신 트렌드에 발맞출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한화의 오렌지빛 물결을 맞은편에서 지켜본 삼성은 올가을 대구의 홈 팬들에게 푸른색 우비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미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스카이블루 우비와 파우치를 입장 관중 전원에게 선물해 관중석이 파란색으로 가득 차는 효과를 체험했다. 오는 25일 PO를 시작하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푸른 빛으로 물들 날이 머지않았다.

배영은 기자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