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예외, 이집트는 징계…축구장은 평평하고 공은 둥글어야 한다

미국은 예외, 이집트는 징계…축구장은 평평하고 공은 둥글어야 한다

(MHN 최유한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반된 결정이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심판 판정에 항의한 이집트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무더기 출전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반면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은 레드카드를 받고도 출전정지 집행을 유예받았다.한쪽은 징계를 피했고 다른 쪽은 중징계를 떠안았다. 과연 같은...

(MHN 최유한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반된 결정이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한 이집트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무더기 출전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반면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은 레드카드를 받고도 출전정지 집행을 유예받았다.

한쪽은 징계를 피했고 다른 쪽은 중징계를 떠안았다. 과연 같은 상황에서 당사자가 미국이었어도 FIFA는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출처:연합뉴스 /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출처:연합뉴스 /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이집트축구협회는 20일(한국시간) FIFA 징계위원회가 호삼 하산 감독과 이브라힘 하산 단장에게 각각 3경기 출전정지, 공격수 무스타파 지코에게 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집트축구협회는 FIFA에 징계 사유와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규정에 따른 항소 절차를 밟을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집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3으로 역전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2-0까지 앞서며 사상 첫 8강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후반 34분 로메로의 만회 골을 시작으로 리오넬 메시와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후 이집트 선수단은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하산 감독은 경기 도중 주심을 향해 두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다 경고를 받았다. 기자회견에서도 무스타파 지코의 득점이 비디오판독을 거쳐 취소된 점과 상대 반칙으로 얻었어야 할 페널티킥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하산 감독은 "우리는 존중도, 페어플레이도 보지 못했다"며 "이번 월드컵의 남은 경기는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코는 "이건 우리 손에 달린 일이 아니었다. 심판의 손에 달린 일이었다"며 "이 대회는 명백히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한다며 심판 판정을 비꼬기도 했다.

출처:연합뉴스 / 호삼 하산 감독
출처:연합뉴스 / 호삼 하산 감독

이집트축구협회는 FIFA에 심판진의 이중 잣대에 대한 공식 조사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조사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출전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판정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려던 이집트는 징계의 근거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면 미국 대표팀의 상황은 달랐다. 공격수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퇴장에 따른 출전정지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었지만, FIFA는 징계규정 27조를 적용해 출전정지의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그렇게 발로건은 16강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토너먼트에서 핵심 공격수를 잃지 않았다. 퇴장으로 다음 경기 출전이 제한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FIFA가 예외를 적용한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 결정이 규정 적용의 일관성과 대회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FIFA는 이후 징계규정 27조 개정에 나섰다.

출처:연합뉴스 / 폴라린 발로건
출처:연합뉴스 / 폴라린 발로건

엄밀히 따지면 두 사건은 위반 행위와 적용 규정이 다르다. 발로건은 레드카드에 따른 출전정지 집행을 유예받았고, 이집트 감독과 선수들은 판정에 항의한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두 사례만으로 FIFA가 미국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발로건에게는 예외를 적용해 출전 기회를 열어준 FIFA가 이집트의 심판진 조사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100일이 넘게 지난 시점에 감독과 선수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FIFA는 발로건에게 예외를 적용한 근거와 이집트 측에 중징계를 내린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축구장은 평평해야 한다. 국적에 따라 기울어져서도, 목소리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서도 안 된다. 공은 둥글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경기의 결과는 오직 경기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것이 축구가 오랫동안 지켜온 약속이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