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11월엔 접으려 했는데"…환갑 골퍼, 파크골프로 3000만 원 안았다
19일 인천에서 열린 2026 볼빅 전국 파크골프 챔피언십에서 남녀부 통틀어 최고 성적으로 MVP를 차지한 김형길 씨가 MVP 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 그라운드"11월에는 파크골프를 접으려고 했는데…."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운동이 환갑을 맞은 골프 선수 출신에게 새로운 기쁨을 안겼습니다. 19일 인천에서 열...

"11월에는 파크골프를 접으려고 했는데…."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운동이 환갑을 맞은 골프 선수 출신에게 새로운 기쁨을 안겼습니다. 19일 인천에서 열린 2026 볼빅 전국 파크골프 챔피언십 결선에서 54타를 기록하며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MVP를 차지한 김형길 씨의 이야기입니다.
11월이면 파크골프 시즌은 사실상 막을 내립니다. 김 씨는 올 시즌을 끝으로 클럽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했습니다.
MVP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인터뷰에서 그는 아내에게도 아직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 연락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파크골프를 접으려던 남편이 국내 파크골프 대회 가운데 최고 수준인 상금 3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으니, 아내에게 전할 소식도 특별해졌습니다.
골프 투어를 떠난 뒤 지난 몇 년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에게 3000만 원이 단순한 상금 이상인 이유입니다.
1966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은 김 씨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시니어 무대인 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했습니다. KPGA 기록에 따르면 최고 성적은 2022년 챔피언스투어 1회 대회 공동 2위. 이때 받은 약 617만 원이 투어 시절 한 대회 최고 상금이었습니다. 그 다섯 배 가까운 상금을 파크골프에서 안은 셈입니다.
이번에 손에 쥔 클럽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이 대회에는 볼빅 클럽으로 입상하면 상금을 두 배로 주는 '더블업' 제도가 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김 씨는 30만 원을 들여 볼빅 클럽을 장만했습니다. 덕분에 MVP 상금 1500만 원은 3000만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30만 원짜리 클럽이 100배의 상금을 안긴 셈입니다.
볼빅과의 인연은 처음이 아닙니다. 김 씨는 챔피언스투어 시절 4년 동안 볼빅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2년 단위로 계약을 이어가며 의류와 공 등 용품 일체를 지원받았습니다. 당시 받은 70만 원 상당의 비옷은 지금도 입고 다닙니다. 옛 후원사가 주최한 파크골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고 했습니다.
파크골프로 향한 계기는 부상이었습니다. 왼쪽 어깨 근육이 찢어지면서 투어 활동이 어려워졌고, 김 씨는 2023년을 끝으로 챔피언스투어 무대를 떠났습니다. 그 무렵 친구의 아내가 파크골프가 요즘 대세라며, 운동을 좋아하니 한번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김 씨는 이튿날 곧바로 연습에 나섰습니다. 직접 해보니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파크골프가 어느덧 2년 반이 됐습니다. 지금은 가평 설악클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화순에서 열린 공식 대회에서는 48타까지 기록했을 만큼 실력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골프 선수로 쌓은 경험은 새로운 종목에서도 자산이 됐습니다. 특히 땅의 경사를 살피고 공이 굴러갈 길을 읽는 능력이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힘 조절은 좀 어려운데, 라이를 읽는 데는 골프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가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회는 충남 청양, 경북 성주, 전남 화순, 경기 포천 등 4대 권역 예선을 거쳐 이날 인천에서 본선과 결선을 치렀습니다. 부천 대표로 지난주 포천 예선에 나선 김 씨는 8위에 그쳐 와일드카드로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따로 3~4일 시간을 내 준비했고, 인천 구장에서 이틀간 연습 라운드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300명이 겨룬 본선에서 61타를 기록해 남녀 각 36명, 72명이 맞붙는 결선에 오르며 어렵게 얻은 기회를 이어갔습니다.
결선 전반에도 고전했습니다. 평소 치던 코스와 결이 달라 애를 먹었습니다. OB가 한 차례 나왔고 퍼트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전반 성적은 30타. 흐름을 바꾼 것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나온 연속 버디였습니다.
"후반 1번 홀부터 4번 홀까지 연속 버디를 했습니다. 집중해서 마무리를 잘한 것 같습니다."

후반에만 24타를 기록하며 합계 54타(12언더파)를 완성했습니다. 남자부에서는 58타 동타자가 5명이나 나와 백카운트(마지막 홀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성적을 비교하는 방식) 규정에 따라 박종훈 씨(경기)가 1위에 올랐습니다. 여자부에서는 이상이 씨(인천)가 56타로 정상에 섰습니다. 김 씨는 이들보다 2~4타 앞선 압도적인 기록으로 전국 무대의 왕중왕에 올랐습니다.
김 씨는 최근 프로골프와 챔피언스투어 출신 선수들의 파크골프 행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엄청 많이들 넘어오고 있습니다."
자신처럼 부상을 겪은 선수에게도, 나이가 들어서까지 승부의 즐거움을 이어가려는 이들에게도 파크골프는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날 결선의 주요 장면은 다음 달 15일 채널A를 통해 녹화 방송될 예정입니다. 김 씨가 클럽을 내려놓으려던 바로 그 11월, 그의 54타가 안방을 찾아갑니다.

이날 김 씨가 밝힌 다음 목표는 지도자였습니다. 내년에는 1급 지도자 자격 취득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유소년을 가르치고 아카데미도 운영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유소년도 양성해보고 싶고, 아카데미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만둘 때를 고민하던 그가 이제는 누군가를 가르칠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골프 시니어 무대에서는 정상 문턱에서 멈춰 섰지만, 파크골프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가장 크게 불리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경기장에서 김 씨는 클럽을 들고 다시 스윙 자세를 취했습니다. 11월에 내려놓으려던 클럽이었습니다. 이제 그 클럽으로 열어보고 싶은 내일이 생겼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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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