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영역’ 3000안타 최유력 후보 손아섭의 두산 방출, 수비 불가능 교타자의 씁쓸한 ‘말로’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남정훈 기자] 한때 KBO리그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꿈의 영역’인 3000안타 고지를 밟을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이 그에게도 직격탄이 되는 모양새다. 전성기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군림했던 손아섭이 두산에서 방출됐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20...
[남정훈 기자] 한때 KBO리그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꿈의 영역’인 3000안타 고지를 밟을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이 그에게도 직격탄이 되는 모양새다. 전성기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군림했던 손아섭이 두산에서 방출됐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손아섭에게 2026년 가을은 유독 더 춥게 느껴질 법하다.

손아섭. 뉴시스
두산은 지난 19일 재계약 불가 통보 명단에 오른 11명을 발표했다. 여기엔 손아섭을 비롯해 투수로는 김명신·김지윤·박강민·장우진·이기석·백승우, 내야수 김민혁·이종혁·지강혁, 외야수 양현진이 포함됐다.
오랜 기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이자 안타 머신이었던 손아섭의 방출은 세월무상을 느끼게 한다. 통산 2223경기 출전, 여전히 통산 타율은 0.318에 달하는 손아섭이다. 타격 기량 자체는 여전히 풀타임을 맡기면 2할 8~9푼대, 혹은 3할을 기록할 수 있을진 몰라도 노쇠화로 인해 수비를 맡길 포지션이 없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없는, 수비가 불가능한 교타자의 씁쓸한 말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손아섭이다.


불과 3년 전인 2023년만 해도 손아섭은 여전히 리그 최강의 안타 머신이었다. NC로 FA 이적한 뒤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3년, 손아섭은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을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다. 그때만 해도 누가 알았을까. 2023년이 손아섭의 마지막 불꽃이 될 줄은.
2024년부터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3할대 타율을 다시는 기록하지 못한 손아섭이다. 2025년 7월엔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2025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손아섭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1988년생인 손아섭보다 5살이나 많은 최형우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친정팀 삼성으로부터 2년 계약을 제의받고 화려하게 돌아갔고, 1988년 1월생으로 1년 선배인 김현수가 KT로부터 3년 50억원을 풀보장받고 이적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시장에서는 손아섭을 찾는 구단은 없었고, 원소속팀인 한화마저 지명타자 슬롯에 쓸 타자로 강백호를 낙점해 4년 최대 100억원을 안겼다. FA 미아 신세에 놓인 손아섭은 지난 2월초 1년 1억원이라는 초라한 계약으로 한화에 잔류했다. 2018년엔 롯데에 잔류하며 4년 98억원, 2022년 NC로 이적하며 4년 64억원을 받았던 손아섭이기에 1억원이라는 숫자는 더없이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한화에 잔류했지만, 손아섭에게 주전 자리는 없었다. 개막전 대타 한 타석 소화 후 2군으로 내려간 뒤 4월14일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두산에서도 처지는 비슷했다. 이따금 주어지는 선발 출장 기회와 대타를 전전했고, 올 시즌 54경기 출전 타율 0.236(157타수 37안타) 1홈런 15타점에 그쳤다. 출루율은 0.280으로 3할을 넘기지 못했고, 장타율도 0.301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10시즌 이후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이면서 손아섭은 그에겐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통산 안타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2026시즌 시작 전만 해도 손아섭이 2618안타로 1위, 최형우가 2586안타로 2위, 김현수가 2532안타로 3위였지만, 올 시즌 148안타를 때려낸 최형우가 2734안타로 1위, 159안타를 더한 김현수가 2691안타로 2위, 손아섭은 불과 37안타만을 추가해 2655안타로 3위로 내려앉았다.

손아섭의 몰락은 수비툴이 사라진 교타자의 말년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최형우도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야 하는 리그 최고령 선수지만, 여전히 20홈런 가까이 때려줄 수 있는 파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형우는 타율 0.301에 18홈런 106타점을 기록했다. 20홈런을 넘기진 못했지만, 클러치 능력으로 100타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김현수는 손아섭에 비해 훨씬 나은 장타력에 올 시즌 1루수로 컨버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더그아웃 리더라는 리더십까지 더해져 여전히 대우받고 있다.
반면 전성기 시절에도 타구 판단 등 수비력이 좋지 못했으나 운동능력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의 외야수였던 손아섭은 나이가 들어 운동능력이 저하되자 평균 이하의 수비수로 전락했다. 결국 지명타자로만 나서야 한다는 얘긴데, 3할3푼대 이상의 고타율과 4할 이상의 출루율을 담보해준다면 지명타자 슬롯을 그에게 쓸 수 있지만, 타율이 3할 이하로 떨어지면 장타 생산 능력이 거의 없는 손아섭은 생산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손아섭에게 손을 내밀어줄 구단이 있을까. 지난겨울에도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손아섭인데, 이젠 상황이 더 나빠질 게 분명하다. 한 살 더 들었고, 올 시즌엔 기록도 좋지 않았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은 손아섭의 고향팀이자 15년간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롯데로의 컴백이다. 롯데에서도 주전을 맡을 순 없겠지만, 세대교체 중인 젊은 야수들의 멘토 역할과 대타 요원으로는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손아섭의 3000안타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만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영역은 최형우와 김현수에게 넘어갔다. 이제 현실적 목표는 2700안타 고지다. 과연 손아섭은 2027시즌에 안타 45개를 채워 2700안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출처: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