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는 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36년 인생을 잠실에 바친, KBO 최고 단장이 떠납니다

"베어스는 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36년 인생을 잠실에 바친, KBO 최고 단장이 떠납니다

◇2019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잠실구장과 함께 퇴장하는 베어스의 살아있는 역사.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바친 일터가 사라지고, 또 그 직장을 떠나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2019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2019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잠실구장과 함께 퇴장하는 베어스의 살아있는 역사.

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바친 일터가 사라지고, 또 그 직장을 떠나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시즌을 마감한 두산 베어스. 19일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새 단장 선임. 운영팀장 일을 하던 정재훈 팀장이 새 단장으로 선임됐다.

프로야구단이 단장 인사를 하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다. 그리 놀랍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두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베어스맨으로 36년, 단장으로 16년을 일해온 김태룡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베어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살아있는 역사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최장수 단장이자, 바닥에서부터 산전수전 다 겪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단장이 된 스토리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었다.

◇2011년 처음 단장에 선임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2011년 처음 단장에 선임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김 단장은 동아대 야구부였다. 하지만 훈련 도중 어깨를 다쳤고, 도저히 야구를 할 수 없는 몸상태였지만 늘 성실했던 김 단장을 눈여겨보던 강병철 감독(당시 동아대 감독)이 훈련 보조를 하며 졸업을 했고, 강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로 갈 때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를 시켜줘 프런트일과 연을 맺게 됐다.

롯데에서 7년을 보낸 김 단장은 다른 꿈을 품고 상경했지만, 결국 야구와 이별하지 못하고 OB 베어스 직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그 때도 주어지는 일은 뭐든지 했다. 강단 있고, 성실한 모습에 결국 1군 선수단 매니저 일을 했다. 프로야구 환경이 지금과 같지 않던 시절, 팬들이 그라운드에 던지는 족발 뼈와 쓰레기를 치우며 선수들을 뒷바라지 했다.

◇201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전 기원제를 하며 그라운드에 술을 뿌리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201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전 기원제를 하며 그라운드에 술을 뿌리고 있는 김 단장. 스포츠조선DB

경력이 쌓이고 김 단장은 2000년부터 본격 프런트 업무를 시작했다. 운영, 홍보 파트를 두루 거쳤다. 더 이상 김 단장보다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에 대한 보상은 화려했다. 2011년 단장직에 오른다. 야구단 계약직 사원이, 단장이 되는 그 당시 전무후무할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 사실만으로도 김 단장은 이후 야구단 프런트의 신화적 존재이자 롤모델이 된다.

단장으로도 역사의 순간에 늘 김 단장이 있었다. 김 단장과 함께 두산은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두산 왕조' 시절을 경험했다. 한 명의 단장이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팀을 이끄니, 베어스는 늘 흔들림이 없었다. '화수분 야구', '허슬두'라는 타이틀 속 늘 새로운 선수들이 튀어나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내년 신인 김지우는 김 단장 주도로 지명한 마지막 1라운드 신인 선수가 됐다. 스포츠조선DB
◇내년 신인 김지우는 김 단장 주도로 지명한 마지막 1라운드 신인 선수가 됐다. 스포츠조선DB

야구에 대한 성과 뿐 아니라, 김 단장은 평소 동네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주변과 거리낌 없이 소통했다. 구단 직원들은 물론 음지에서 애쓰는 응원단, 아르바이트생들도 알뜰살뜰 챙겼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그룹 슬로건을 몸소 실천해왔기에 성과를 떠나 16년 최장수 단장, KBO리그 최고의 단장 타이틀을 달 수 있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 단장과 역사를 함께 한 잠실구장이 올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동반 은퇴를 하게 된 격이다. 김 단장은 "30대 초반 나이에, 처음 잠실구장에 출근하던 날이 생각 납니다. 저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매일같이 출근해 구단 살림을 챙겼습니다. 잠실구장, 베어스 사무실은 내 집보다도 편한 곳이었습니다. 지난 36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베어스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베어스와 함께 행복했던 순간만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퇴임 인사를 남겼다.

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