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전 → 섬곤전 → 최광야구 1429…3년째 SSG 시즌 마무리는 멋짐
SSG 선수단이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청백전 ‘최광야구 1429’를 마친 뒤 만원관중들에게 답례를 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SSG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게 뭐라고”라며 커진 스케일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은 모두가 진심을 담아 준비했고 신나게 뛰었고 끝까지 웃었다.투수진과 야수진이 포지션...

SSG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게 뭐라고”라며 커진 스케일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은 모두가 진심을 담아 준비했고 신나게 뛰었고 끝까지 웃었다.
투수진과 야수진이 포지션을 서로 바꿔 진행하는 청백전 ‘최광야구 1429’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불과 2년 전 시작된 청백전은 빠르게 SSG의 시그니처 비시즌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2024시즌을 마치고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콘텐츠 ‘민지전’이 구단 공식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양 팀 감독을 맡은 김민식-이지영의 이름을 따서 진행한 이 경기에서, 야수로 변신한 투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기 일쑤였고 투수로 전향한 야수들은 안타를 맞을 때마다 자책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듬해 한유섬-오태곤의 이름을 딴 ‘섬곤전’은 처음으로 관중이 입장한 홈구장에서 치러졌다. KBO 올스타전처럼 선수들의 등장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그리고 올해, 최정-김광현이 감독을 맡은 ‘최광야구 1429’는 기존 포맷에 다양한 팬 이벤트가 추가됐고 TV 생중계까지 이뤄졌다. 이보다 커질 수가 없는 규모, 이게 가능했던 건 기본적으로 선수단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가장 큰 뿌듯함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이게 뭐라고. 처음에는 시즌이 끝났으니까 우리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놀자고 시작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고 웃었다. 최정도 “우리끼리 놀자고 만들었던 경기에 팬분들이 이렇게 함께 해주신 게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야구에도 진심을 담았다. 실제로 매년 전반적인 실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듯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루, 슬라이딩 캐치를 금지했고 투수들의 구속에도 제한을 뒀는데 그 안에서 최대치의 승부욕을 불태웠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긴장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현에 따르면 전영준과 이로운이 4번 타순을 욕심냈는데 전영준이 선배여서 4번을 꿰찼다. 김광현은 1번 타자 1루수 조병현에 대해선 “그나마 1루에 공이 제일 덜 갈 것 같아서 1루수로 보냈다. 본인이 잡는 건 잘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최정은 “선수들을 보자마자 포지션은 딱 나왔다. 그런데 타순 짜기가 힘들었다. 어제(16일) 타순 짜느라고 머리가 아팠다”며 “9번(김건우)에서 1번(장지훈)으로 이어지면서 1점을 낼 수 있는 타선”이라고 웃었다.
퍼포먼스에 대한 욕심도 컸다. 최정은 “이럴 일이 아닌데, 우리 팀 선수들이 퍼포먼스를 많이들 한다고 하니까 내가 다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이내 팀 선발인 박성한에게 “너희 안타 세리머니는 없냐”고 압박을 넣기도 했다.
지난해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은 고명준은 ‘뿡뿡이’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내게 투표해달라”고 했다. 결국 우수상에 그치자 굳은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았다. 최우수상을 차지한 한두솔은 “이번에 경쟁률이 심상치 않았다. 상 욕심은 조금 있었다”며 “전날엔 좀 긴장되더라. 대충하면 안 되니까, 스케일이 커진 만큼 훈련 때도 잘 준비하고 다치지 않으려고 다 같이 노력했다. (퍼포먼스와 야구를) 둘 다 잘하고 싶었다. 팬분들이 좋아하시니까”라고 말했다.

최대 2년 재계약을 맺은 페드로 아빌라, 현역에서 은퇴한 김성현 코치, 올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나게 된 박종훈도 모습을 드러내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밤을 선사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최정과 김광현이 갑자기 팀 막내로 돌아가는 설정을 한 6분짜리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김민이 최정에게 ‘수비가 그게 뭐야. 내 평균자책 올라갔잖아’라고 혼내고, 포수 조형우가 김광현에게 ‘너 아까 고개 왜 저었어? 네가 인천 야구의 영원한 에이스라도 돼?’라고 따지는 등 모든 장면이 만원 관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한 김광현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누볐고 최정은 상대 팀이 비디오 판독에 성공하자 모자를 집어 던지며 분노했다. 평소 누구보다 겸손하던 박성한은 이날만큼은 선발 투수로서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시즌과는 다른 세계관 속에서 다른 자아를 표출한 선수단은 내년 봄을 기약하고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지훈은 “다 채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팬분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랠 방법이 이런 이벤트 경기이지 않을까 싶다. 내년, 내후년에는 조금 더 추울 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한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갔으면 좋았을 것이고 결과가 이렇게 돼서 너무 아쉽지만, 이 경기로 팬분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여운을 담아가려는 팬들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SSG의 2026시즌이 그렇게 마무리됐다.
유새슬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