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온 몸을 던졌고, 팬들은 제대로 즐겼다’…2만3000명이 몰린 SSG의 특별한 가을 축제

‘선수들은 온 몸을 던졌고, 팬들은 제대로 즐겼다’…2만3000명이 몰린 SSG의 특별한 가을 축제

최광야구 1429 이벤트 경기에 참가한 SSG 선수들. SSG 제공인천 = 정세영 기자이벤트 경기라더니, 야구장으로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게 정말 이벤트 경기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1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 경기장으로 향하는 진입로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주...

최광야구 1429 이벤트 경기에 참가한 SSG 선수들. SSG 제공
최광야구 1429 이벤트 경기에 참가한 SSG 선수들. SSG 제공

인천 = 정세영 기자

이벤트 경기라더니, 야구장으로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게 정말 이벤트 경기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1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 경기장으로 향하는 진입로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주차장에서는 빈자리 하나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마치 정규시즌 주말 빅매치가 열리는 듯했다. 가을야구도 아닌, 정규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자체 이벤트 경기의 풍경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최광 야구 이벤트 경기에 나선 김광현(왼쪽부터)과 박성한, 최지훈, 최정. SSG 제공
최광 야구 이벤트 경기에 나선 김광현(왼쪽부터)과 박성한, 최지훈, 최정. SSG 제공

이날 행사는 SSG가 팬들을 위해 마련한 ‘최광야구 1429’. 최정과 김광현이 각각 감독을 맡아 팀을 꾸린 특별 이벤트 경기였다. 최광야구 1429는 두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 14번, 29번을 합친 이름이다. 그런데 관중 동원력은 웬만한 정규시즌 경기를 능가했다. 무려 2만30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베늩 경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팬들이 일찍부터 야구장으로 몰려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SSG가 경기 시작 무려 3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부터 경기장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 선수들의 훈련 모습까지 팬들에게 공개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장은 이미 축제의 장이었다. 선수들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팬들이 곳곳을 채웠고, 매점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규시즌이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을 만큼 뜨거운 열기였다.

이벤트 경기 전 구장 내 매점은 관중들로 꽉 들어 차 있었다. 인천 = 정세영 기자
이벤트 경기 전 구장 내 매점은 관중들로 꽉 들어 차 있었다. 인천 = 정세영 기자

경기장 안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팬들이 관중석을 채웠고, 매점과 각종 행사장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팬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경기는 투수와 야수가 포지션을 맞바꿔 7이닝으로 진행됐다. 그라운드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1회 말 좌익수로 나선 투수 한두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긴 머리 가발을 쓰고 등장한 한두솔은 그림 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수비 과정에서 가발까지 벗겨졌지만 타구를 잡아낸 뒤 환호했다. 관중석에선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투수가 본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선수들의 팬 서비스는 그야말로 ‘올스타전급’이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각자 준비한 소품과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웃겼다. 야수 박성한과 최지훈이 양 팀 선발투수로 맞붙는 장면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비디오 판독 때 감독이 안대를 쓰고 결과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 특별 규칙까지 마련했다. 승부보다 팬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의도가 곳곳에 담겼다.

SSG의 이로운. SSG 제공
SSG의 이로운. SSG 제공

깜짝 손님도 등장했다. 전날 SSG와 최대 2년 재계약에 합의한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가 김광현 팀의 특별 대타로 나섰다. 최정 팀에서는 올해 현역 생활을 마감한 김성현이 대타로 등장해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그간 SSG는 이런 이벤트 경기의 성공 사례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2024년 김민식과 이지영의 ‘민지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한유섬과 오태곤의 ‘섬곤전’, 올해 ‘최광야구’까지 3년째 이어왔다. 처음에는 선수들끼리 즐기는 소박한 행사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2만3000석을 매진시키는 대형 이벤트로 성장했다. SSG가 KBO리그에 새로운 팬 서비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흥행은 치밀한 준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SSG는 선수 선발 과정부터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경기 준비 과정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다. 본 경기에 앞서 사전 이벤트로 진행된 ‘드래프트 유튜브 라이브’는 무려 1만 5천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또 올해는 스포츠 전문 채널 SPOTV를 통해 이벤트 경기까지 생중계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실제 야구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경기장을 찾은 SSG 팬들. SSG 제공
경기장을 찾은 SSG 팬들. SSG 제공

올해 SSG는 정규시즌 홈 관중 125만1532명을 기록했다. 이번 이벤트 경기의 매진은 그 숫자가 단순한 흥행 기록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기꺼이 망가졌고, 구단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SSG 특유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 문화가 빛난 하루였다.

따뜻한 마무리도 준비했다. SSG 구단과 선수단은 이번 행사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선수들이 직접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재능 기부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야구장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지역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SSG의 한두솔. SSG 제공
SSG의 한두솔. SSG 제공

경기는 광현팀이 8-6으로 이겼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어느 팀이 몇 점 차로 이겼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어도 팬들을 위한 특별한 가을야구는 만들 수 있었다. 선수들의 헌신적인 팬 서비스, 구단의 기획력, 지역사회를 향한 나눔까지. ‘최광야구 1429’는 프로야구단이 팬들과 어떻게 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특별한 하루였다.

최정은 “우리 선수들이 장난으로 시작했던 경기가 이렇게 만원 관중이 모일 특별 이벤트로 이어진 것이 꿈만 같다”면서 “올해는 가을 야구에 가지 못했지만, 내년엔 가을 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꼭 팬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