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승 유현조 “우승 횟수 쌓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시즌 2승 유현조 “우승 횟수 쌓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지난 11일 막을 내린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른 유현조. 그는 ‘벌크업 소문’에 대해 “성적이 안 나와 쌓이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KLPGA 제공 “벌크업을 했다는 얘기가 돌던데 사실인가?” 유현조와의 유쾌한 인터뷰는 다소 짓궂은 질문으로...

지난 11일 막을 내린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른 유현조. 그는 ‘벌크업 소문’에 대해 “성적이 안 나와 쌓이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KLPGA 제공
지난 11일 막을 내린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른 유현조. 그는 ‘벌크업 소문’에 대해 “성적이 안 나와 쌓이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KLPGA 제공

“벌크업을 했다는 얘기가 돌던데 사실인가?”

유현조와의 유쾌한 인터뷰는 다소 짓궂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202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멀티플 우승’을 달성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현조는 지난 11일 막을 내린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개막 전 그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았던 목표는 ‘다승왕’이었다. 지난 5월 DB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릴 때만 해도 목표 달성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추가 우승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고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졌다. 승수가 멈춰 선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표정에는 그늘이 짙어졌다.

그랬던 그가 5개월 만에 갈증을 해소하고 시즌 2승(통산 4승)째를 신고했다.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유현조는 “정규투어 데뷔 이후 3년 동안 다승이 없어 ‘나는 다승을 못하는 선수인가 보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며 “드디어 첫 다승을 이뤄내 정말 기쁘고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몇 마디 속에는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체격을 키웠다는 ‘벌크업 소문’에 대해 묻자 그는 파안대소했다.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린 건 절대 아니에요. 사실 성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걸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늘었어요.”

그는 오히려 시즌 중간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여파로 아이언샷 비거리가 전보다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미세한 거리감 조율에 애를 먹으면서 경기 운영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사이 또 다른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선수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서교림과 김민솔이 나란히 맹활약하며 투어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유현조 역시 체중 감량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치열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며 “올해 일정이 끝난 뒤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층 강한 자신감을 장착한 유현조의 시선은 이제 더 큰 무대로 향하고 있다. 바로 오는 2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이번 대회에는 KLPGA투어 시즌 상금 순위 ‘톱15’ 선수들이 출전해 LPGA투어 선수들과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상금 순위 4위로 당당히 출전권을 따낸 유현조에게 이번 대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가 LPGA투어 주관 대회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앞선 5차례의 도전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표를 남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국내 팬들 앞에서 열리는 만큼 배수진을 치고 임하겠다는 각오다.

유현조는 “사실 올 시즌이 끝나면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도전할 계획이고 이미 참가 신청도 마친 상태”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개인적으로 정말 귀중한 기회다.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그 장점을 최대한 살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서 출전한 해외 대회 코스들에선 생소한 잔디 품종이 많아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파인비치 역시 정식 라운드 경험은 없지만 페어웨이가 한국 잔디(금잔디)로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 대회들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무대에서 유현조가 2003년 안시현, 2005년 이지영, 2011년 김하늘, 2013년 장하나, 2014년 백규정의 뒤를 잇는 한국 선수 ‘신데렐라’로 등극할 수 있을지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생애 첫 멀티플 우승의 기쁨은 남은 시즌을 향한 뚜렷한 목표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현조는 “올해 타이틀 구상을 할 때 상금왕보다는 다승왕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김)민솔이나 (서)교림이가 워낙 쟁쟁한 성적을 내고 있어 추격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타이틀 경쟁 여부와 무관하게 우승 횟수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 자체가 지금 나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원동력이다. 남은 레이스에서도 최선을 다해 승수를 추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가 꼽은 가장 중요한 열쇠는 ‘프레셔(압박감) 관리’다. 그는 “아직은 우승 경쟁 압박이 극심한 상황에서 내 템포와 플레이를 오롯이 유지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더 완성도 높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고 짚었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우승 다툼을 벌인 경쟁자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에서는 유현조의 한층 성숙해진 내면이 엿보였다.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그는 김민선, 안지현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명승부를 연출했던 김민선에 대해 각별한 소회를 전했다. “민선 언니는 KLPGA투어에서 샷 감각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과거 함께 플레이했을 때도 샷의 정교함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어요. 그만큼 실력 있는 선수이기에 마지막 홀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죠. 오히려 그런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고 결국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데뷔 3년 차에 마침내 다승의 한을 풀고 진정한 강자로 거듭난 유현조는 신설대회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에서 시즌 3승 도전에 나선다. 그가 써 내려갈 가을 골프의 해피엔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