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트로피? 결과보다 도전 즐길래요"

"베어 트로피? 결과보다 도전 즐길래요"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올해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에요. 남은 시즌은 마음껏 즐기려고요.”유해란이 15일 경기 이천시의 H1클럽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뒤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해란은 올 시즌 LPGA 투어 메이저 2승과 KLPGA 투어 메이저 우승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올해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에요. 남은 시즌은 마음껏 즐기려고요.”

유해란이 15일 경기 이천시의 H1클럽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뒤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해란은 올 시즌 LPGA 투어 메이저 2승과 KLPGA 투어 메이저 우승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0.01타 차로 놓친 LPGA 투어 최소타수상 ‘베어 트로피’에도 다시 도전한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2승에 국내 메이저 우승까지 거머쥔 유해란(25)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간발의 차로 놓친 LPGA 투어 최소타수상 ‘베어 트로피’가 다시 눈앞에 다가왔고, 당장 이번 주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에서 국내 대회 2연승에도 도전하지만 결과에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유해란은 “베어 트로피를 받으면 좋겠지만 다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메이저 체질 만든 건 실수를 받아들이는 법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유해란은 2023년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했다. 올해는 LPGA 투어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했고, 지난 4일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정상에 오르며 한국과 미국에서 메이저 우승컵만 3개를 들어 올렸다.

유해란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 대회에서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며 “일반 대회는 버디를 많이 잡아야 우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메이저는 다르다. 코스 세팅이 까다로운 만큼 더블보기를 할 상황에서는 보기로 막고, 보기를 할 상황에서는 파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유해란은 메이저 대회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만큼 이미 나온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해란은 “예전에는 보기를 하면 자책했는데 이제는 ‘보기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한 번의 실수에 흔들리기보다 빠르게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는 법을 익혔다.

이처럼 결과를 받아들이는 여유는유해란이 오래 전부터 꿈꿔온 ‘롱런하는 선수’라는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프로 8년 차인 유해란은 “어렸을 때부터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정상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며 “지금까지는 내가 추구했던 모습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골프는 실패가 훨씬 많은 직업…‘내려놓기’ 배워

올해 유해란은 ‘더 많은 연습이 반드시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깨달았단다. 과거에는 쉬는 것이 불안했지만 올해 복부 통증 수술로 약 5주간 골프채를 잡지 못한 뒤 출전한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유해란은 “20대 중반이 되면 내 몸에 이미 경험과 기술이 많이 쌓여 있다”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체력도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충분히 연습했다면 때로는 과감하게 쉬는 것도 경기력 관리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LPGA 투어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골프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유해란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코치님’ 같은 선수들”이라며 “브룩 헨더슨이 유틸리티로 어프로치하는 모습이나 마들렌 삭스트룀이 30m 거리에서 퍼터를 잡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새로운 선택지를 배운다”고 말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프로 무대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우승하지 못하면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게 유해란의 설명이다.

그는 “골프가 매일 잘될 수는 없다. 모든 골프 선수는 극소수의 잘되는 날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며 “때로 골프 선수는 성공보다 실패를 훨씬 많이 경험하는 직업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결과에 계속 집착하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변화의 계기는 지난해 찾아온 번아웃이었다. 유해란은 “작년에도 우승은 했지만 개인적인 기대치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을 하기 싫을 정도로 번아웃이 심하게 왔다. 그 이후부터 조금씩 내려놓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런 변화는 베어 트로피를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평균 타수 1위인 넬리 코다(미국)가 최소 출전 라운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수상 자격을 얻지 못한 가운데, 2위 유해란에게 기회가 열렸다. 유해란은 2년 전 불과 0.01타 차이로 후루에 아야카(일본)에게 베어 트로피를 내주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올해 다시 수상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개인 타이틀에 도전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유해란은 “2등도, 3등도 충분히 잘한 것이다. 올해 베어 트로피를 놓치더라도 올해를 웃으며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해란이 15일 경기 이천시의 H1클럽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유해란은 올 시즌 LPGA 투어 메이저 2승과 KLPGA 투어 메이저 우승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0.01타 차로 놓친 LPGA 투어 최소타수상 ‘베어 트로피’에도 다시 도전한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출처: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