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승 남기고 은퇴 이정민 “나는 100점 만점에 1000점 선수…후배들, 공에만 너무 집착말길”
이정민(가운데)이 15일 경기 이천 H1 클럽에서 진행된 은퇴 기념행사에서 동료들이 팔로 만든 가마에 올라타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프레인스포츠15일 경기 이천의 H1 클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1승 선수인 이정민의 은퇴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후배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는...

15일 경기 이천의 H1 클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1승 선수인 이정민의 은퇴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후배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는 지금 행복해. 너무 행복해 보여. 우리만 이렇게 슬프게 울고 있고.”
기념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이정민은 “지금 감정은 ‘시원섭섭’이 아니라 그냥 ‘시원’”이라고 했다. “매 순간 그 선택에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습니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난 공도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거든요. 내일 당장 어디가 부러지거나 골프를 못 치게 돼도 후회없이 오늘을 보내자는 마음으로 지내왔어요.” H1 클럽을 은퇴 장소로 정한 것은 평소 연습 코스이기 때문이다.
2010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정민은 메이저 대회 1승을 포함해 11승을 쌓은 베테랑이다. 남자 같이 파워풀하고 기술적인 샷을 구사해 그처럼 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았다. ‘원조 걸크러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24년 4월 메이저 KLPGA 챔피언십을 우승한 이정민은 그러나 이후 컷 탈락이 쌓이며 내리막을 걸었다. 이정민은 “그때 그 우승 이후 손목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치료는 잘 됐는데 시즌 막판에 날이 추워지고 러프가 길어지면 불편해지더라”며 “스스로 납득할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싶으면 미련 없이 떠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규 투어 시드가 내년까지 있지만 이정민은 정말 미련 없이 필드를 떠나기로 했다.

이날 은퇴 행사에는 20여 명의 동료들이 모여 이정민의 제2 인생을 응원했다. 따르는 후배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이정민은 “뭘 안 해서”라고 답했다. “기강을 잡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해서인 것 같다”는 설명이다. 후배들에 한마디 남겨달라는 요청에 이정민은 “너무 공에 집착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홀에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러프로 가거나 페어웨이를 지키거나 너무 연연하지 말고 ‘공이 도망가면 어디로 가겠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이정민은 한때 “남을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가 승부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상대가 아니라 저 스스로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1타 차 상황이나 우승권에 있다고 해서 제가 준비한 스윙을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저한테 진 것”이라며 “남에 대한 승부욕이 없을 뿐이지 스스로에 대한 승부욕은 엄청 세다”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커리어를 점수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100점 만점에 1000점”이라고 답한 이정민은 “17년 정규 투어 뛰었으니 당분간은 백수처럼 쉴 것”이라고 했다. 올 초 스키 지도자 자격증도 딴 그는 “얼른 추워져서 스키장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빙긋 웃었다.

출처: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