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리그' 오명, 한국프로축구연맹 어쩌나
'세금리그'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쉽사리 반박하지 못하는 오명이다. 여기에는 뚜렷한 근거가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개 시·도민구단에 편성된 지자체 지원 예산은 총 1511억 원에 달한다. 구단당 평균 약 89억 원 수준이다.운영이라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올해 프로에...
'세금리그'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쉽사리 반박하지 못하는 오명이다. 여기에는 뚜렷한 근거가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개 시·도민구단에 편성된 지자체 지원 예산은 총 1511억 원에 달한다. 구단당 평균 약 89억 원 수준이다.
운영이라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올해 프로에 진입한 파주 프런티어FC는 합류 8개월 만에 급여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포FC의 공금 횡령 사건과 작년 충남아산FC의 임금 체불 사건에 이어, 시민구단의 부실 운영이 재차 반복된 것이다.
반복된 운영 부실의 책임을 개별 구단에만 물을 수 있을까. 시민구단의 프로리그 진입을 승인하고 관리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재정 안정성' 언급했는데... 9달 만에 임금 지불 위기
15일 의 보도에 따르면, 파주는 올해 예산 90억 원 중 15억 원을 기업 후원금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후원금 15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를 보전할 추가 재원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선수단과 사무국의 급여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태는 파주시의 감사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구단이 선수단과 직원들의 10월 급여 약 3억 원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파주시는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긴급 종합감사에 착수했다. 구단은 파주시에 3개월 치 급여 지급을 위한 긴급 자금 10억 원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시는 고강도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절했다.
구단은 대기업 후원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구단주가 부족한 재원을 보전한다는 구두 약속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간 인수를 통한 재정 정상화 방안과 경영진의 보수 반납 등 자구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후원금 확보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구두 약속에 의존해 예산을 편성한 점이다. 애초에 가입 승인이 나지 않았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연맹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8월 연맹은 용인FC, 김해FC, 파주 프런티어FC의 K리그2 가입을 승인하며 세 구단의 재정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고, 사업계획서의 완성도와 타당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연맹의 판단과 달리 파주는 프로 진입 첫해부터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고, 급기야 선수단의 급여 지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이 처음 아니다... 반복된 시도민구단의 부실
2024년 K리그2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승격에 실패한 충남아산FC는 K리그1 승격을 목표로 2025년 선수단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연봉 총지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74.9%나 증가했다.
그러나 무리한 선수단 확대는 결국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15일, 충남아산은 구단 SNS를 통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선수단과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 불황과 집중호우의 여파로 기업 후원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같은 달 20일에는 선수단과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재정 파탄의 징후는 이미 뚜렷했다. 지난해 5월 시 체육진흥과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파악해 구단에 통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구단은 선수 9명을 추가로 영입했고, 결국 충남도와 아산시는 임금 체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 27억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다.
연맹의 대응 역시 사후 조치에 그쳤다. 선수단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졌음에도 연맹은 구단이 임금 미지급을 예고한 뒤에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더욱이 구단의 경위서와 재무자료를 검토한 뒤에는 실제 임금 체불이 발생했지만, 충남아산에 2026시즌 K리그1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지난해 충남아산에 이어 올해 파주에서도 급여 지급 위기가 불거진 상황이다. 이쯤 되면 연맹의 재정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리그' 오명, 연맹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지난해 충남아산의 임금 체불 사태 당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이를 '예고된 인재'라고 비판했다. 일부 구단의 재정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음에도 연맹 차원의 실효적인 관리와 개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충남아산에 이어 프로 진입 첫해부터 급여 지급 위기를 맞은 파주까지,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연맹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구단은 분명 K리그의 저변 확대에 적잖이 기여했다. 그러나 구단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구단의 자생력을 기르고 한국 축구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다. 구단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세금리그'라는 오명은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 오명을 만든 것은 팬들이 아니다.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재정 관리가 반복되는 현실이야말로 K리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연맹은 프로구단의 숫자를 늘리는 데 앞서 기존 구단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세금리그'라는 비난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스스로 성찰하지 않는 한, 구단이 아무리 늘어난들 K리그를 향한 불신과 멸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