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의 ‘홈런왕 번트’와 너무 닮은 박재현의 ‘20-20 포기 번트’…슈퍼스타가 특급칭찬을 쏟아냈다[스경x비하인드]

김도영의 ‘홈런왕 번트’와 너무 닮은 박재현의 ‘20-20 포기 번트’…슈퍼스타가 특급칭찬을 쏟아냈다[스경x비하인드]

KIA 김도영과 박재현이 12일 광주 LG전을 마친 뒤 인터뷰 하다가 또 티격태격 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스포츠경향 광주 | 김은진 기자] 김도영(23·KIA)은 12일 광주 LG전에서 시즌 45호 홈런으로 승부를 갈라 KIA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그 뒤 김도영은 박재현(20·KIA) 칭찬을 잊지...

KIA 김도영과 박재현이 12일 광주 LG전을 마친 뒤 인터뷰 하다가 또 티격태격 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KIA 김도영과 박재현이 12일 광주 LG전을 마친 뒤 인터뷰 하다가 또 티격태격 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스포츠경향 광주 | 김은진 기자] 김도영(23·KIA)은 12일 광주 LG전에서 시즌 45호 홈런으로 승부를 갈라 KIA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그 뒤 김도영은 박재현(20·KIA) 칭찬을 잊지 않았다. “재현이가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진짜 확 끌어올렸다”고 했다.

박재현은 2번 타자로 3번 김도영 앞에 섰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선제 솔로홈런을 때렸다. 시즌 19호 홈런이었다. 이미 21도루를 해 놓은 박재현에게 20홈런-20도루 기회가 눈앞에 왔다. 올시즌 한 경기 2홈런을 때린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전혀 욕심 없었던 기록의 기회가 막상 생기자 욕심도 났다. 박재현은 2-1로 앞서던 5회말 1사 2루 세번째 타석에서 대형 타구를 날렸다. 좌익선상으로 시원하게 뻗어나간 타구는 홈런 느낌을 물씬 풍기며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폴 바깥으로 비껴갔다. 홈런인 줄 알고 크게 좋아했던 박재현은 1루를 돌며 파울임을 감지하고 아쉬워했다. 결국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6회초 1실점을 해 2-2로 팽팽해진 8회말, 박재현은 선두타자로 네번째 타석에 섰다. 예상을 깨고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3루 쪽으로 워낙 잘 댄 번트를 상대가 처리하는 사이 빠른 발로 1루에 세이프 됐다. ‘20-20 포기 번트’였다. 이제 2년 차, 20세 타자가 기록을 욕심내지 않고 성숙하게 팀 플레이를 한 이 놀라운 장면은 김도영의 기적 같은 홈런 만큼이나 이날 명승부 속 명장면이다.

KIA 김도영이 12일 광주 LG전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중에 박재현이 멀찍이 서서 바라보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KIA 김도영이 12일 광주 LG전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중에 박재현이 멀찍이 서서 바라보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김도영도 “재현이가 20홈런을 오늘 쳤으면 진짜 최고의 날이었을 것 같은데, 재현이도 욕심을 내지 않았고 아직 할 날이 많으니까, 또 재현이가 지금에 만족할 성격도 아니다. 진짜 잘 했다”고 했다.

박재현은 “세번째 타석에서 너무 잘 맞아 홈런인 줄 알았는데 파울 되면서 딱 20-20은 못 하겠구나 생각하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파울이 돼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팀 위해서 할 수 있었다”라며 “(8회말) 2-2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도영이 형이 점수 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서 번트를 댔다. 케네디 투수가 좌타 상대 성적이 좋고 워낙 치기 까다롭다. 나는 선구안이 아직 완벽하지 못해서 번트라도 대서 나가보자 생각하고 했다”라고 말했다.

후배는 좋아하는 선배를 보고 배운다. 친할수록 점점 닮아간다. 김도영은 지난 달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팀 분위기가 너무 처져 있고 자신의 타격감도 좋지 않자 어떻게든 출루하겠다고 기습 번트를 대다 코뼈가 골절됐었다. 당시 “김도영이 거기서 번트를 왜 대냐”라고 속상해하며 형을 질책했던 박재현도 어쩔 수 없이, 타이거즈의 팀원임을 먼저 생각하는 김도영의 마인드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KIA 박재현이 12일 광주 LG전에서 8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기습번트를 대고 1루에 세이프,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박재현이 12일 광주 LG전에서 8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기습번트를 대고 1루에 세이프,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박재현은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3-4로 뒤지던 9회초 1사 1루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갔다. LG와 3위 싸움을 하던 맞대결 3연전의 마지막날이었다. 전날 무안타로 침묵했고 이날도 안타가 없다가 처음 친 안타였다. 그리고 2사 1·2루에서 김도영이 그 유명한 홈런을 쳤다. 원정인데도 잠실벌을 들썩거리게 한 역전 3점 홈런, 시즌 42호포를 때렸다. 3연전 내내 안타가 없던 김도영이 처음 때린 안타가 바로 이 홈런이었다. 당시 박재현은 뛸 뜻이 기뻐 김도영을 끌어안으며 “내가 쳐야 형도 치는구나”라며 좋아했었다.

다시 그날과 똑 닮은 기적 같은 경기를 둘이 해냈다. 인터뷰 말미에 ‘박재현이 치니까 김도영도 쳤다’고 하자 김도영은 “사실 관심 없었는데 그런가 싶다. 진짜로 쳤으니까”라고 웃었다. 그 순간 박재현이 어디선가 등장했다. ‘KIA의 톰과 제리’는 또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멀찍이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박재현을 발견한 김도영은 “이제 네가 이 자리를 맡아야 돼. 팀에 슈퍼스타가 두 명이면 얼마나 좋냐”라고 괜히 타박을 했다. 박재현은 지지 않는다. “왜 (형처럼) 그렇게 하는 거만 슈퍼스타라 생각해요? 형을 만들어주는 사람도 슈퍼스타에요”라고 했다. 김도영은 “나는 네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라고 하자 박재현은 “형이 메이저리그 가고 없으면 그때 제가 할게요”라고 대꾸했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라면서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 김도영에게 ‘후계자로 인정한 거냐’라고 묻자 “충분하다. 얘 지금 2년 차다. 나는 2년 차에 홈런 7개 쳤다”라고 최고의 특급 칭찬을 후하게 쏟아냈다.

KIA 김도영이 12일 광주 LG전 승리 뒤 박재현에게 “팀에 슈퍼스타가 2명이면 얼마나 좋겠냐”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KIA 김도영이 12일 광주 LG전 승리 뒤 박재현에게 “팀에 슈퍼스타가 2명이면 얼마나 좋겠냐”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박재현은 지난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3루에 서 있던 김도영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김도영은 결승전에서 금메달 확정 결승타를 쳤지만 그 전까지 대회 내내 부진했던 자책감에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박재현과 성영탁, 조희영 트레이너가 가장 먼저 김도영에게 달려가 넷이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당시 무표정하게 있다가 자신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오던 박재현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환해졌던 김도영은 귀국 이후 “그때 재현이한테 진짜 고마웠다”고 조용히 털어놓았었다. 나중에 이 얘기를 전하자 박재현은 “진짜요? 도영이 형이 진짜 그랬어요?”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좋아했다.

둘이 8회말의 기적을 합작한 이날도 같았다. 박재현은 ‘도영이 형이 칭찬 많이 했다’는 말에 “아, 오늘은 당연히 칭찬해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웃지 않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지만 웃음은 새어나오고 있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