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동희 만루포가 만들어낸 단두대 매치의 결말은 ‘KIA 김도영 홈런 엔딩‘...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준PO 티켓 확정과 홈런왕 등극이 있었던가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남정훈 기자] 이래서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걸까. 아니 롯데 한동희가 쏘아 올린 만루포로 만들어진 외나무다리에서의 단두대 매치의 결말은 ‘김도영 홈런 엔딩’이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준플레이오프(PO) 티켓 확정과 홈런왕 등극이 있었던가. 가을야구 초입부터 야구의 매력이 진하게 드러난 ‘빛고을 혈투’...
[남정훈 기자] 이래서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걸까. 아니 롯데 한동희가 쏘아 올린 만루포로 만들어진 외나무다리에서의 단두대 매치의 결말은 ‘김도영 홈런 엔딩’이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준플레이오프(PO) 티켓 확정과 홈런왕 등극이 있었던가. 가을야구 초입부터 야구의 매력이 진하게 드러난 ‘빛고을 혈투’였다.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8회말 무사 1루에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12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최종전에서 LG를 4-2로 꺾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IA가 78승2무63패로 3위, LG가 78승1무64패로 반 경기 차 뒤진 4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경기는 승자가 최종 3위를 차지해 준PO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 그야말로 외나무다리, 단두대 매치였다. 이날 승리로 KIA는 LG를 1.5경기 차로 따돌리고 3위를 확정했다. 최종전에서 극적인 승리로 3위를 차지한 KIA는 17일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를 안방인 광주로 불러들여 준PO를 시작한다.
사실 KIA는 지난 11일 롯데전에서 이 상황 자체를 안 만들 수 있었다. 외인 에이스 애덤 올러를 올려 조기에 준PO 직행을 확정지으려 했으나 올러가 6회 2사 만루에서 한동희에게 그랜드 슬램을 얻어맞으면서 결국 12일 LG와의 최종전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8회말 무사 1루에서 투런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초반부터 주거니 받거니 하며 8회초까지 2-2로 맞섰다. 승부가 연장으로 향하는 것 아닌가 싶던 찰나, 8회말 KIA가 단숨에 승부를 끝냈다. 선두타자 박재현이 재치 넘치는 3루 방면 기습 번트로 출루하며 미세한 균열을 낸 게 시작이었다.
박재현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건 KIA의 간판타자 김도영. 이 타석 전까지 성적은 2타수 무안타. 진정한 ‘슈퍼스타’는 팀이 필요로 할 때 결정적인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다주는 이라고 했던가. 김도영은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4홈런으로 KT 힐리어드와 홈런 부문 공동 선두였던 김도영. 큰 거 한 방이면 자신의 생애 첫 단독 홈런왕 등극은 물론 소속팀을 준PO 무대로 곧바로 데려갈 수 있었다.
그런 만화같은 상황? 진짜로 일어났다. 김도영은 LG의 좌완 불펜 존 케네디의 바깥쪽 슬라이더 유인구를 연달아 참아내며 2B-0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케네디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시속 131㎞짜리 슬라이더를 한가운데 던졌고, 김도영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그가 벼락같이 받아친 타구는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130m를 날아가 챔피언스필드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김도영의 시즌 45번째 홈런이자 개인 통산 100번째 홈런.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8회말 무사 1루에 시즌 45호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

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8회말 무사 1루에서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
김도영의 극적인 아치 하나에 KIA는 승기를 잡았고, 김도영은 2009년 김상현(36홈런) 이후 17년 만에 타이거즈 홈런왕에 올랐다. 불과 몇 분 전에 김도영과 MVP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 오스틴이 1사 1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한 방이었다. 어쩌면 김도영의 홈런은 KIA의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과 홈런왕 등극에 2024시즌에 이은 2년 만의 정규리그 MVP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임팩트가 큰 홈런이었다.
3년차 시즌이었던 2024시즌, 김도영은 시즌 내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김도영의 40-40 클럽 달성 여부가 야구계의 큰 관심사였다. 그해 MVP는 당연히 김도영의 몫이었다.
슈퍼스타로 등극한 이후 맞은 2025시즌. 김도영은 고개를 숙였다. 햄스트링 부상만 세 차례를 당하며 단 30경기를 뛰고 시즌아웃됐다. KIA도 통합우승 2연패는커녕 8위로 떨어지며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했다.

12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트윈스 대 KIA타이거즈의 경기. 8회 말 KIA 김도영이 시즌 45호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4-2 승리로 경기를 마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
절치부심한 2026시즌. 김도영은 도루를 극도로 자제했다. 대신 방망이에 정확히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 도루는 11개로 급감했지만, 생애 첫 40홈런을 넘어섰다. 해태-KIA를 통틀어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40홈런은 1999년 샌더스만이 밟아본 영역이었지만, 김도영은 샌더스를 넘어섰고, 홈런 5개를 더 때리며 타이거즈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김도영의 최종 성적표는 타율 0.308(496타수 153안타) 45홈런 118타점 120득점 11도루 출루율 0.413 장타율 0.647 OPS 1.060.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2주간 자리를 비웠음에도 홈런왕을 차지했고, 장타율 1위도 차지했다. 타격 세부 스탯, 2차 스탯으로 들어가면 오스틴에게 밀릴지도 모르겠지만, 12일 한판 승부로 기자단의 표심은 김도영으로 쏠릴 게 명약관화다.
출처: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