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진 여자축구의 그늘…“프로처럼 뛰는데 대우는 아마추어”, 선수 절반 조기 은퇴 고민
아스널의 알레시아 루소가 지난 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여자슈퍼리그(WSL)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액션이미지스·로이터연합뉴스[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세계 여자축구 선수의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선...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세계 여자축구 선수의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12일 공개한 ‘2026 글로벌 고용 보고서-여자축구의 근로 조건’에 따르면 전 세계 여자축구 선수 800명 가운데 49%가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59%는 경제적 문제, 46%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꼽았다.
여자축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혜택은 일부 선수에게 집중돼 있었다.
여자 선수의 월평균 클럽 급여는 2601달러(약 370만원)로 2017년 조사 때보다 물가를 반영해도 3배가량 늘었다. 중간값은 1669달러(약 240만원)에 그쳤다. 일부 고액 연봉 선수가 평균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동유럽 10개국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평균 임금이 해당 국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유럽과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도 평균 임금이 각국 최저임금을 크게 웃돌지 않았다.
고용 안정성도 낮았다. 정식 고용계약을 맺은 선수는 전체의 56%에 그쳤고, 구단이 제공하는 연금 혜택을 받는 선수는 13%였다. 선수의 47%는 소속 구단의 지원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계약 기간은 2017년 평균 12개월에서 올해 19개월로 늘었다. 에이전트를 둔 선수 비율도 같은 기간 14%에서 41%로 높아졌다. 일부 분야에서는 프로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수의 고용 조건은 국가와 구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57%가 선수 생활 중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구단으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FIFPRO 여자축구 담당 이사 알렉스 컬빈은 “여자축구 산업은 많이 발전했지만 상위 약 5%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며 “프로선수 수준의 요구를 받으면서 정작 프로다운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FIFPRO는 임금과 의료 지원, 훈련 시설, 지원 인력 등 최소한의 근로 기준을 각국 선수 계약에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사 대상 30개 여자프로리그 가운데 선수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고 있는 리그는 8개뿐이었다.
정신건강 지원 역시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NWSL)는 각 구단에서 정신건강 전문가가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최대 6개월의 정신건강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출산과 관련한 환경은 개선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1년 전 세계 여자선수를 대상으로 최소 출산 보호 기준을 도입한 이후 출산을 위해 축구를 그만두는 것을 고민한다는 선수 비율은 2017년 47%에서 올해 19%로 낮아졌다.
컬빈은 “여자축구의 상업적 성장과 선수 보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두 가지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축구는 관중과 중계권, 후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상당수 선수는 여전히 짧은 계약과 낮은 임금, 부족한 의료·심리 지원 속에서 뛰고 있다는 게 이번 조사의 결론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