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스페셜리스트’ KT 고영표의 작심 발언 “확 낮아진 ABS존, 이러면 KS 변수될 수도”
KT 고영표가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KT위즈 제공[스포츠경향 대구 | 이정호 기자] “포스트시즌에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경기를 좌우할 수 있어요.”KT 베테랑 투수 고영표는 2026년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고영표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스포츠경향 대구 | 이정호 기자] “포스트시즌에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경기를 좌우할 수 있어요.”
KT 베테랑 투수 고영표는 2026년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고영표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비자책)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면서 개인 첫 15승(7패 평균자책 3.28)을 따냈고, 다승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최종일인 12일 광주 KIA전에 나서는 다승 공동 1위 LG 임찬규가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고영표는 개인 첫 타이틀로 (공동)다승왕에 오르게 된다.
고영표의 시선은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개인 첫 10승(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 2.92)에 성공한 5년 전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 투수(3경기 4.2이닝 2홀드 평균자책 3.86)로 나섰다. 팀 내 최다승 선발 투수지만, 그는 “팀 우승을 위해서는 불펜으로 뛰어도 상관없다. 감독님이 맡겨주시는 역할에 맞게 준비할 것”이라고 투지를 보였다.
고영표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이 유력한 2위 삼성과의 만남에서 특히 강했다. 고영표는 타선이 강력한 삼성전에 4차례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 2.25의 호성적을 거뒀다. 고영표는 “삼성에 구자욱, 류지혁, 김지찬 등 제 공을 잘 치는 좌타자들이 많다. 그래서 더 볼 배합을 할 때도 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ABS존에 대해 작심한 듯 이야기했다. ABS존에 변화가 있어 ‘가을 야구’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고영표는 “타자들은 ABS존에 대한 불만을 많이 얘기했지만 투수들은 많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이전 등판과 다르게)ABS존이 갑자기 낮아졌다. 이러면 투수들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에는 투수들도 바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시리즈에서도 ABS로 인해 경기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며 경기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걱정했다.
고영표는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을 체크하며 상단에 던진 공이 볼이 됐다. 평소에는 스트라이크 콜이 나온 공이었다. 뒤이어 스트라이존보다 조금 낮게 던진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가 됐다. 고영표는 “이런 차이가 마운드에서 훨씬 크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 2024시즌부터 도입된 ABS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고영표의 발언이란 점에서 더 관심이 집중된다. 고영표가 ABS 도입으로 조금 더 유리해졌다기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는 스트라이크존에서 제구가 좋은 고영표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볼넷을 내주지 않는 투수다. 올 시즌 선발 중 세 번째로 많은 172.2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단 22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키움 라울 알칸타라(155.2이닝 19볼넷)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볼넷을 기록했다. 고영표는 “스트라이크존에 어떻게 빨리 적응하냐는 문제에서 제가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타자들도 장단점이 있다. 낮은 공을 잘 치는 타자들한테 스트라이크존이 낮아지면 투수에게 불리해진다”고 했다.

실제 그에게 ABS 공략법에 대해 묻는 동료 투수들도 많다. 고영표는 “ABS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참 신기하다. 공이 약해지면 ABS존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시즌 초 부진에서 탈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지난해부터 구속이 떨어지며 투구 메커닉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는데 5월까지는 잘 되지 않았다. 6~7월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좋아졌다. 감독님 조언도 잘 맞아 떨어지며 공도 좋아졌다”고 했다. 직구 구위가 좋아지며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ABS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통과하는 공에 힘이 더해졌다. 여기에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떠오르는 커브의 위력도 배가됐다. 스위퍼 그립에도 변화를 줬다. 구위가 좋아지며 다양한 구종에 힘이 실리자 타자들이 커트해내는 타구 비율도 떨어졌다. 그는 “투구 메커닉적으로 몸을 더 쓰면서 공이 좋아졌다. 몸을 잘 써야 ABS 활용 폭도 좋아진다”고 했다.
한편 고영표는 개인 첫 15승에 성공한 이날 경기에 동료 선수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음을 밝혔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상황. 어찌보면 조금 지친 선수들이 쉬어갈 수 있는 경기에서 자신의 15승 도전을 위해 기꺼이 경기에 나서는 후배들을 위해 고과표를 만들었다. 안타, 타점, 득점 등에 따라 선물을 주기로 했다.
고영표의 전략(?)은 주효했다. 고영표는 이날 초반부터 터진 타선 지원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첫 번째로 언급했다. 고영표는 자세한 평가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 팀 동료들이 공수에서 많이 도와줘 승리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경기에서 제 기록을 위해 뛰어줬다. 그래서 동기 부여를 위해 마련한 이벤트”라며 미소지었다.
고영표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너무 떨렸다. 밤잠도 설쳤는데, 나도 모르게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생각을 비우려고 했지만 정작 기록이 앞에 있으니까 생각을 비우는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구 |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