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후 지금도 수백만 클릭 5초 영상, 쿠페가 히바우두를 막아낸 전설적인 ‘더블 세이브’

25년 후 지금도 수백만 클릭 5초 영상, 쿠페가 히바우두를 막아낸 전설적인 ‘더블 세이브’

그레고리 쿠페(리옹)가 2001년 10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동료의 백패스를 헤더로 걷어내고 있다. 쿠페가 머리로 쳐낸 공은 자신의 골대 크로스바를 맞았다. TNT스포츠[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골키퍼의 선방은 대부분 어디선가 본 장면과 닮아 있다. 몸을...

그레고리 쿠페(리옹)가 2001년 10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동료의 백패스를 헤더로 걷어내고 있다. 쿠페가 머리로 쳐낸 공은 자신의 골대 크로스바를 맞았다. TNT스포츠
그레고리 쿠페(리옹)가 2001년 10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동료의 백패스를 헤더로 걷어내고 있다. 쿠페가 머리로 쳐낸 공은 자신의 골대 크로스바를 맞았다. TNT스포츠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골키퍼의 선방은 대부분 어디선가 본 장면과 닮아 있다. 몸을 날리고, 손끝으로 쳐내고, 발이나 다리로 막는다.

그레고리 쿠페가 2001년 10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보여준 장면은 달랐다.

올랭피크 리옹 골키퍼였던 쿠페는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시작 2분여 만에 믿기 힘든 더블 세이브를 만들어냈다.

상황의 시작은 동료 수비수 클라우디오 카사파의 백패스였다. 카사파는 히바우두의 압박을 피해 골키퍼에게 공을 돌리려 했지만 공이 예상보다 높고 길게 떴다. 페널티지역 안에 있던 쿠페의 머리 위를 넘어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당시는 이미 골키퍼가 동료의 의도적인 발 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도록 하는 백패스 규정이 시행되고 있었다.

쿠페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는 뒤로 물러나다 몸을 뒤로 날려 머리로 공을 걷어냈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다시 골문 앞으로 튀었다. 쿠페는 골라인 뒤에 쓰러져 있었다.

그 순간 히바우두가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발롱도르 수상 경력이 있던 세계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히바우두가 튀어나온 공을 헤더로 연결했을 때만 해도 골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쿠페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오른쪽으로 던져 히바우두의 헤더까지 한 손으로 쳐냈다.

불과 5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쿠페는 10일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25년이 지난 뒤 당시를 떠올리며 “모든 것을 걸었다”며 “포커로 치면 올인이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선방은 판단력에서 나왔다. 쿠페는 “백패스 규정 때문에 손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리옹 훈련에서 풋볼 테니스를 많이 했고 다리 힘도 좋았다. 헤더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공을 골대 위로 넘기는 것이었다. 결과는 달랐다. 공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두 번째 선방은 반사 신경과 훈련의 결과였다. 쿠페는 “등으로 완전히 넘어졌지만 곧바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코어와 풋워크 훈련 덕분이었다”며 “앞으로 몸을 던지는 동작도 골키퍼 코치 조엘 바츠와 계속 훈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히바우두 역시 쿠페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나는 공을 빨리 골문 안으로 헤딩해 넣는 것만 생각했다”며 “쿠페가 그렇게 빨리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한 장면에서 두 차례 선방을 해낸 것은 인상적이었다”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방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작 실점 위기를 만든 카사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이 쿠페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순간 자책골이 되는 줄 알았다”며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정말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는 리옹의 0-2 패배로 끝났다. 후반 33분 파트리크 클라위버르트가 헤더로 선제골을 넣었고, 히바우두도 페널티킥으로 쿠페를 뚫었다.

경기 직후 쿠페 본인은 자신의 선방이 특별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도, 동영상 공유 플랫폼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커졌다.

얼마 뒤 국가대표팀 소집을 다녀온 리옹 동료 야체크 봉크가 “폴란드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네 선방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쿠페도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장면은 다시 살아났다. 영상 조회 수는 수백만 회로 늘었다.

쿠페의 선방은 1970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골키퍼 고든 뱅크스가 펠레의 헤더를 막은 장면과 함께 역대 최고의 골키퍼 선방을 논할 때 거론되기 시작했다.

쿠페에게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그는 리옹에서 프랑스 리그1 7연패를 경험했고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뛰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파리 생제르맹을 거쳐 선수 생활을 마쳤고 현재는 프랑스 3부 칸에서 골키퍼 코치로 일하고 있다.

25년이 지나도 젊은 축구팬들이 쿠페의 이름을 아는 이유는 대부분 그 장면 때문이다. 쿠페도 “챔피언스리그에서, 그것도 캄노우에서 그런 선방을 해냈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며 “히바우두를 상대로 내 최고의 선방을 했다는 것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장면을 100번 다시 했다면 히바우두가 99번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며 “그날 한 번은 내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5초였다. 그 짧은 순간은 25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