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LPGA 대회에 세계 1·2위가 없다[이준호의 골프 디코드]
22일 개막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유해란(왼쪽)과 김효주가 출전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22일 전남 해남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이자, 안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흔치 않...

[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22일 전남 해남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이자, 안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무대다. 그런데 출전 명단을 들여다보면 묘한 허전함이 남는다. 세계랭킹 1위도, 2위도 거기에 없다.
허전함의 정체는 두 개의 빈자리다. 하나는 그동안 '한국 선수의 자리'였고, 다른 하나는 올해 비어 버린 '세계 스타의 자리'다. 공교롭게도 이 둘이 이번 대회에서 한꺼번에 겹쳤다.
첫 번째 빈자리부터 보자. 이 대회는 2019년 처음 열렸지만, 그해 장하나의 우승 이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의 출전은 사실상 막혀 있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데도 정작 국내 투어 선수가 설 자리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지난여름에는 그 문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LPGA는 KLPGA 선수 출전을 최대 10명으로 묶으려 했고, KLPGA는 공식 대회로 인정받는 최소 기준인 30명을 요구했다. 일본과 중국에서 열리는 LPGA 대회에는 개최국 선수가 30명 안팎이 나서는 것과 비교되면서, 세계적인 시장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지난 7월, 두 단체는 올해 15명, 내년부터 30명으로 문을 넓히기로 합의했다. 2027년에는 108명 풀필드에 KLPGA 30명과 초청 4명이 더해지고, 컷도 도입된다. 이 합의에 따라 KLPGA 선수 15명이 출전권을 받았고, 필드는 LPGA 68명·KLPGA 15명·초청 1명, 모두 84명으로 꾸려진다. 국내 유일의 LPGA 대회에 KLPGA 선수들이 다시 집단으로 설 수 있는 길이, 늦게나마 제대로 열린 셈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다음가는 투어로 평가받는 KLPGA 선수들을 한때 열 명으로 묶으려 했다는 점이 끝내 아쉽게 남는다.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대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올해는 과도기이고, 진짜 변화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두 번째 빈자리는 더 공교롭다. 정작 그 무대를 빛내야 할 세계 정상급 선수 일부가 빠진 것이다. 5일(한국 시각) 발표된 롤렉스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세계 1위 넬리 코다와 2위 지노 티띠꾼이 출전 명단에 없다. 반면 3위 유해란, 4위 김효주, 9위 김세영 등 한국의 톱10 선수들은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1·2위의 맞대결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김이 빠지는 대목이다.
사실 이 대회의 간판은 그동안 탄탄했다. 2019년 초대 챔피언 장하나를 시작으로 고진영과 리디아 고, 이민지, 해나 그린이 차례로 트로피를 들었다. 세계적인 이름들이 해마다 해남을 거쳐 간 무대라는 뜻이다. 그런 대회의 출전표가 올해는 유독 헐거워졌다.
선수 본인들이 불참 이유를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출전을 저울질하는 입장에서 조건을 들여다보면, 이유를 짐작할 만한 대목은 있다. 우선 상금이다. 이 대회의 총상금은 235만 달러다. 바로 앞 중국 뷰익 상하이는 320만 달러, 다음 말레이시아 메이뱅크는 300만 달러다. 아시아 스윙 세 대회 가운데 한국 대회의 상금 규모가 가장 작다. 동선도 변수다. 상위권 선수들은 대개 앞선 상하이 대회에서 넘어오는데, 해남은 그 동선 안에서도 최종 목적지까지 추가 육상 이동이 큰 개최지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한국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대회'였는지 되물어 보면, 비어 버린 자리가 꼭 우연만은 아닌 셈이다.
물론 반대편 시각도 있다. 대회가 열리는 파인비치는 바다를 낀 링크스형 코스로, 경관과 코스 자체의 매력은 정상급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해남은 이 대회의 매력이자, 동시에 접근성에서는 약점인 양면의 장소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빈자리가 뜻밖의 기회를 만든다. 정상급이 비운 자리를 KLPGA 선수들이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 1·2위가 없는 대진표는, 국내 투어에서 뛰던 선수에게 LPGA 선수와 직접 겨뤄 볼 흔치 않은 시험대가 된다.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LPGA 투어 직행 카드까지 주어진다. 7년 가까이 닫혀 있던 문이 열린 첫해에, 한국의 신데렐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엔 오히려 눈여겨볼 이름이 많다. 유해란과 김효주가 출격하고, 지난해 챔피언 김세영이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여기에 윤이나까지 해외파가 총출동한다. 국내에서는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는 김민솔 같은 KLPGA의 간판들이 이들과 정면으로 맞선다. 해외파와 국내파가 안방 한복판에서 기량을 겨루는 그림은, 요 몇 해 보기 드문 장면이다.
결국 이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두 얼굴을 지녔다. 간판과 흥행만 놓고 보면 예년보다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 선수들에게는 가장 활짝 열린 대회이기도 하다. 다만 곱씹어 볼 대목은, 이 장면이 올해만의 우연이냐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LPGA 대회가 일부 세계 정상급 선수에게는 선택받지 못하고, 자국 선수에게는 좁은 문이었다는 사실은 한 해의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멀리 떨어진 개최지야 당장 바꿀 수 없다 해도, 상금 경쟁력과 일정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선수의 기량은 이미 세계 수준인데, 정작 안방의 무대가 그 위상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올해 해남에는 분명 빈자리가 있다. 세계 1·2위의 자리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꼭 아쉬움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좁았던 문을 통과한 15명의 KLPGA 선수가 바로 그 코스에 서기 때문이다. 누가 빠졌느냐보다, 그 빈자리를 누가 자신의 자리로 만드느냐. 어쩌면 이번 대회는 그렇게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참고 자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6 일정·개최지(전남 해남 파인비치)·총상금(235만 달러)·필드 구성(84명) 관련 보도, KLPGA·LPGA의 한국 선수 출전 규모 합의(2026년 7월, 2026년 15명·2027년 30명 확대 및 컷 도입) 관련 보도, 롤렉스 여자 세계랭킹(2026년 10월 5일 기준) 및 상위 선수 출전·불참 관련 보도, 아시아 스윙 앞뒤 대회 총상금(뷰익 상하이 320만 달러·메이뱅크 300만 달러) 관련 LPGA 2026 일정 자료, 대회 역대 우승자 기록. ※ 세계랭킹·출전 명단은 변동될 수 있음.
출처: 마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