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메이커’ 김규민 “내가 먼저 뛰고 소리쳐야 동생들도 따라와”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분위기 메이커’ 김규민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기합을 넣는 선수 하나가 눈에 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동료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이자 팀의 ‘분위기 메이커’ 김규...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기합을 넣는 선수 하나가 눈에 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동료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이자 팀의 ‘분위기 메이커’ 김규민(36)의 이야기다.
4일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일본제철사카이체육관에서 만난 김규민은 “배구는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이 처지기 쉬운데 그럴수록 누군가는 팀원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먼저 열심히 뛰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동생들도 함께 따라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헤난달 조토 감독(브라질)도 이런 김규민의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 헤난 감독이 김규민을 ‘태생적인 리더’라 표현하며 “코트에 없을 때도 항상 옆에 있는 것처럼 존재감이 느껴지는 선수”라고 칭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터 한선수(41)에 이어 팀내 두번째 고참이 된 김규민은 자신의 역할이 코트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규민은 “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 배구적인 부분뿐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에서 이끌어가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일부러 먼저 다가서려고 한다. 김규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후배들이 어려워할 수 있다”며 “시간이 되면 밥도 같이 먹고 먼저 장난도 치면서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 배구뿐 아니라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존재감은 코트에서도 여전하다. 지난 시즌 팀이 4연패에 빠지며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 KB손해보험을 상대로 4세트 듀스 상황에서 연속 블로킹으로 승리를 매조졌고, 직접 연패를 끊어냈다.
김규민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감독님이 주포 안드레스 비예나의 공격을 막으라는 사인을 주셨는데 코스까지 정해주신 건 아니었다”며 “왼쪽 블로커에게 라인을 잡게 하고 제가 직접 한번 싸워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오른손을 벌리고 들어갔던 게 잘 맞았다”고 했다. 이어 “연패를 많이 겪어보지 않았던 후배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런 간절함에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9년부터 대한항공에서 뛰고 있는 김규민은 조재영, 김민재와 서로 다른 색깔의 미들블로커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규민은 대한항공 미들블로커진의 가장 큰 무기로 ‘공격력’을 꼽았다. 김규민은 “각자 팀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민재는 점프력이 좋고 높이가 있고, 재영이는 공격도 잘하지만 특히 블로킹에서 강점이 있다”며 “저는 공격과 블로킹 모두에서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자신의 블로킹을 한 단계 더 단단하게 가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규민은 “일본 세터들은 한국 세터들과 볼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속공을 줄 것처럼 잡았다가 다른 쪽으로 빼는 플레이를 많이 하는데 아직 눈에 익지 않아 블로킹할 때 애를 먹고 있다”며 “영상을 돌려보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시즌에 더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1일부터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대한항공은 시작부터 완전체로 나서진 못했다. 정한용, 임재영,임동혁, 최준혁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돼 3일에서야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규민은 “따로 조언해준 건 없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수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는 대회인 만큼 많이 응원했고 통화도 했다”며 “결과가 조금 아쉽게 돼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잘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고 시즌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한항공은 새 외국인 선수 쎈더 케트진스키(캐나다)와 아시아쿼터 세터 야마모토 류(일본) 등 새로운 얼굴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규민은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 만큼 서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며 “쎈더와 류도 잘 적응하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6~2027시즌은 1990년생 김규민에게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김규민은 “나이를 먹다보니 오히려 코트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시즌 대한항공의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