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구설이 끊이지 않던 두 남자, 역사 앞에 서다... 최원준-레이예스 KBO 최초 동반 200안타 -5
(MHN 정철우 기자) 잘해서 살아남았지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늘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명은 외국인 타자라는 이유로 장타력을 끊임없이 의심받았고, 또 한 명은 트레이드와 FA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거쳐 새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두 선수가 KBO리그 역사에 없었던 기록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하게...

(MHN 정철우 기자) 잘해서 살아남았지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늘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명은 외국인 타자라는 이유로 장타력을 끊임없이 의심받았고, 또 한 명은 트레이드와 FA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거쳐 새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두 선수가 KBO리그 역사에 없었던 기록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와 KT 위즈 최원준이 나란히 시즌 2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
3일까지 두 선수의 안타 숫자는 똑같이 195개다. 최원준은 3일 수원 롯데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전날까지 단독 선두였던 레이예스를 따라잡았다. 이제 최원준에게는 6경기, 레이예스에게는 8경기가 남아 있다. 둘 모두 안타 5개만 추가하면 200안타다.
단순한 최다 안타 경쟁이었다면 여기까지 흥미롭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둘 모두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받았고, 그때마다 방망이로 답을 내놓았던 선수들이다.

레이예스는 KBO리그에서 뛰는 동안 해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외국인 타자로 계속 데리고 갈 만큼 가치가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홈런 때문이다. KBO리그 구단들이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가장 전형적인 역할은 장타 생산이다. 중심 타선에서 홈런을 때리고 많은 타점을 올려주는 해결사를 선호한다. 그런 기준에서 레이예스는 조금 특이한 외국인 타자다. KBO리그에서 한 번도 한 시즌 20홈런을 넘긴 적이 없다.
외국인 타자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항상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재계약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안타를 쳐도 '조금 더 장타력이 있는 외국인 타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레이예스는 그 질문을 자신의 방식으로 지워왔다.
홈런 대신 안타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만들어냈다. KBO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24년에는 무려 202안타를 기록했다. 2014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이 201안타로 처음 열었던 시즌 200안타의 문을 10년 만에 다시 통과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 숫자 앞에 섰다.
레이예스가 남은 8경기에서 안타 5개를 보태면 개인 두 번째 200안타 시즌을 완성한다. KBO리그에서 두 차례나 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아직 없다. 자신의 2024년 기록인 202안타를 넘어선다면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도 스스로 다시 쓰게 된다.
3년 동안 두 차례나 200안타에 도전한다는 것은 우연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20홈런을 치지 못한다는 약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레이예스는 다른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안타 생산 능력으로 자신의 약점을 덮었다. 외국인 타자는 반드시 거포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장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년 평가대에 올랐던 타자가 이제는 KBO리그에서 아무도 해보지 못한 '두 번째 200안타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최원준의 200안타 도전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최원준은 FA를 앞두고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KIA 타이거즈를 떠나 트레이드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NC와도 헤어졌다.
FA 시장에 나온 최원준을 향한 평가는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때 손을 내민 팀이 KT였다.
KT는 최원준에게 4년 총액 48억원을 투자했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계약 발표와 동시에 적정 몸값을 둘러싼 논쟁이 따라붙었다. 최원준의 당시 가치에 48억원이 과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오버페이' 평가도 나왔다.

최원준에게는 결국 그 돈의 가치를 야구장에서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6시즌이 시작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최원준은 시즌 내내 꾸준하게 안타를 쌓았다. KT가 선두를 질주하는 과정에서 가장 꾸준하게 공격의 물꼬를 텄고,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좋은 FA 영입이라는 평가를 넘어 리그 최다 안타 경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3일 수원 롯데전은 상징적인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최다 안타 경쟁자인 레이예스가 속한 롯데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쳤다. 시즌 안타를 195개까지 늘리며 레이예스와 공동 선두가 됐다.
이미 개인 기록은 오래전에 넘어섰다. 종전 최다였던 2021년 174안타를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에 2016년 이대형과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갖고 있던 KT의 단일 시즌 최다 192안타까지 갈아치웠다.
이제 남은 것은 200이라는 숫자다.
최원준이 남은 6경기에서 안타 5개를 추가하면 2014년 서건창 이후 12년 만에 200안타를 친 국내 선수가 된다. 역대 국내 선수로는 두 번째다.
4년 48억원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선수가 계약 첫해부터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썼고 이제 KBO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대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200안타까지 도달한다면 최원준의 2026시즌은 단순한 FA 성공 사례를 넘어 자신의 야구 인생을 완전히 뒤집은 시즌으로 남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의 경쟁이 마지막에는 하나의 역사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서건창과 레이예스뿐이다. 45년 역사에서 단 두 명만 허락받았던 영역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두 명이 동시에 195안타에 올라 있다.
둘 모두 5개씩만 더 치면 된다.
그 순간 KBO리그에서는 처음으로 한 시즌에 200안타 타자 두 명이 동시에 탄생한다. 레이예스에게는 사상 최초의 개인 두 번째 200안타 시즌이고, 최원준에게는 서건창 이후 12년 만에 등장하는 국내 선수의 200안타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를 넘어 둘이 함께 도착할 수 있느냐까지 지켜봐야 하는 경쟁이 됐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주인공들이 한때 가장 많은 물음표를 달고 다녔던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레이예스에게는 늘 '홈런이 부족한 외국인 타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최원준에게는 '48억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라다녔다. 한 명은 재계약 때마다 장타력으로 평가받았고, 또 한 명은 FA 계약을 하자마자 몸값부터 검증받아야 했다.
두 선수는 말로 반박하지 않았다.
레이예스는 안타를 쌓았고 최원준도 안타를 쌓았다.
그렇게 쌓은 안타가 어느새 똑같이 195개가 됐다.
레이예스에게 200안타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외국인 타자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숫자가 될 수 있다. 홈런 20개를 치지 못해도 다른 누구보다 많이 살아나가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확실한 경쟁력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최원준에게 200안타는 자신의 가치를 둘러싼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숫자다. 트레이드로 친정팀을 떠났고 FA 시장에서도 냉정한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48억원을 투자한 KT에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면서 해낸 결과다.
그래서 올해의 200안타 경쟁은 기록만으로 설명하기 아깝다.
늘 평가받았고, 끊임없이 의심받았으며, 때로는 몸값과 존재 가치까지 구설에 올랐던 두 타자가 마지막에는 KBO리그 역사상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장면을 향해 함께 달리고 있다.
레이예스와 최원준에게 필요한 안타는 이제 각각 5개다.
누가 최다 안타왕이 될지도 중요하다. 레이예스가 자신의 202안타 기록을 다시 넘어설지도 관심거리다. 최원준이 12년 만에 국내 타자의 200안타 시대를 다시 열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따로 있다.
'장타 없는 외국인 타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레이예스와 '48억원 오버페이'라는 의심을 받았던 최원준이 나란히 200이라는 숫자를 찍는 것이다.
늘 구설의 중심에 섰던 두 사나이가 이번에는 안타로 역사를 쓰려 한다.
KBO리그 45년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동반 200안타'가 이제 불과 5개씩 남았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