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투어 노트] 프레지던츠컵엔 왜 대통령이 등장할까

[주영로 기자의 투어 노트] 프레지던츠컵엔 왜 대통령이 등장할까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프로 골프 대회에 대통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하지만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등 각국 정상급 인사가 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개막 행사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대회 마지막에는 시상식에 등장해 우승 트로피를...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프로 골프 대회에 대통령이 등장하는 장면은 흔치 않다. 하지만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등 각국 정상급 인사가 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개막 행사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대회 마지막에는 시상식에 등장해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이 이어져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2026 프레지던츠컵 시상식에 참석해 미국팀에 우승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6 프레지던츠컵 최종일 경기장을 찾았다. 싱글 매치에 나선 선수들과 캐디들을 맞이하며 악수했고, 한국의 김시우와 임성재, 김주형을 비롯해 양 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경기를 지켜본 뒤 미국팀의 우승이 확정된 시상식에도 참석해 우승 트로피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프레지던츠컵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뉴저지주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명예의장을 맡아 시상식에 참석했다. 2026년에는 최종일 싱글 매치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맞이했다. 프레지던츠컵 공식 기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대회의 명예의장으로 초청됐으며,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역할을 맡았다.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에 등장하는 이유는 대회 이름에 ‘프레지던츠’가 들어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회 출범 때부터 이어져 온 ‘명예의장(Honorary Chairman)’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회 이름과 명예의장 제도 역시 출범 당시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 미국 버지니아주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클럽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초대 명예의장은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열릴 때는 미국 대통령 또는 전직 대통령이, 해외에서 개최될 때는 개최국 정상급 인사가 명예의장을 맡는 전통이 이어졌다.

‘프레지던츠컵’이라는 이름 역시 이런 대회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대통령이 경기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정상급 인사가 대회를 대표하는 상징적 역할을 맡는 구조가 출범 때부터 자리 잡으면서 대회 명칭에도 ‘프레지던츠’라는 상징성이 더해졌다.

2026 프레지던츠컵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가운데)가 인터내셔널팀 대표 선수 김시우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초대 명예의장은 포드 전 대통령…클린턴이 첫 현직 대통령

프레지던츠컵의 명예의장은 누가 맡았을까.

초대 대회인 1994년에는 이미 퇴임한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이 명예의장을 맡았다. 1996년에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1998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존 하워드 당시 호주 총리가 명예의장이 됐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명예의장으로 참여한 첫 사례는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다.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명예의장으로 대회에 참여했다. 미국 밖에서 대회가 열릴 때는 개최국 정상에게 역할이 돌아갔다.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는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2007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스티븐 하퍼 총리가 명예의장을 맡았다. 2011년 호주 대회에서는 줄리아 길러드 총리가 역대 첫 여성 명예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9년 호주 대회에서도 스콧 모리슨 총리가 명예의장을 맡았다.

한국에서도 이 전통이 이어졌다.

2015년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명예의장을 맡았다. 프레지던츠컵이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 대회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환영했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대회 현장을 찾았다.

이후에도 각국 정상의 참여는 계속됐다. 2021년 대회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2년으로 연기되면서 2022년 미국 대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명예의장을 맡았고, 2024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명예의장으로 참여했다.

202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명예의장으로 나섰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임성재(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경기 운영과는 별개…국제 스포츠 행사로서 상징성

그렇다면 명예의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

명예의장은 경기 운영이나 선수 선발, 경기 방식 등에 관여하는 자리는 아니다. 말 그대로 대회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역할에 가깝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각국 선수들로 구성된 인터내셔널팀이 맞붙는 팀 대항전이다. 2년마다 열리고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을 오가며 개최된다. 2026년 대회 역시 미국팀 12명과 인터내셔널팀 12명이 출전해 승부를 펼쳤다.

이런 대회의 성격 때문에 개최국 정상의 참여는 의미가 있다. 국가와 대륙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무대에 국가 정상급 인사가 함께하면서 일반적인 골프 대회와는 다른 상징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마지막에는 시상식에도 함께했다.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은 아니지만, 대회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우승팀을 축하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골프코스 안에서는 선수들이 승부를 겨루지만, 코스 밖에서는 국가와 지역을 잇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성격을 갖는다. ‘프레지던츠컵’이라는 이름과 명예의장 제도가 함께 만들어낸 상징성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대회장을 찾는 모습은 프레지던츠컵이 일반적인 골프 대회와 다른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출처: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