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은 화려했지만 낡았고 무기력했다…우루과이에 항복한 기존 멤버들, 계속 쓰는 게 맞을까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4로 패한 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한국은 우루과이를 맞아 이0름값이 있는, 북중미 월드컵 주축 선수들을 내세웠다. 황인범 정도를 빼고는 명실상부한 최고 유명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한국은 우루과이를 맞아 이0름값이 있는, 북중미 월드컵 주축 선수들을 내세웠다. 황인범 정도를 빼고는 명실상부한 최고 유명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플레이는 기대 이하 졸전이었고 태도 역시 안일했다.
수비는 우왕좌왕했다. 중앙 수비수 2명과 미드필더 1명 또는 2명이 이뤄야 하는 사각형 또는 삼각형은 수차례 어그러졌다. 자기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데다 동료들의 위치도 의식하지 못한 탓이다.
뒷공간 패스를 수차례 허용했다. 공을 잡은 선수만 따라다니다 보니 뒤로 빠지는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패스는 여전히 뒤로, 옆으로 맴돌았다. 전진패스는 제대로 하지 못했고 냉정하게 말해 제대로 된 전진패스는 몇 개 없었다. 중앙에서 버텨주는, 중앙에서 볼을 간수하면서 스루패스를 해줄 선수도 없었다.
오프 더 볼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우루과이는 선수들이 미리 움직이는 것을 의식해 빈 공간으로 패스를 줬다. 우리 선수는 없고 우루과이 선수가 파고드는 공간이었다. 그리로 향하는 패스를 우루과이 선수는 쉽게 잡았고 쉽게 한국을 농락했다. 한국 패스는 사람에게만 향했다. 움직임이 고착된 데다, 빈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도 약했다. 결국 서있는 선수에게 주는 패스는 우루과이에게 너무 쉽게 읽혔고 우루과이가 대응하기 너무 편했다.

한국 선수들은 영리하지 못했다. 선취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도 뒤쪽에 있는 우루과이 선수만 의식해 오프사이드라고 판단해 멈칫거리는 순간 누녜스의 돌파를 놓쳤고 그게 실점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오프사이드라고 손을 들었지만 어리석은 플레이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동에 불과했다.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위치, 상황에 있는 선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어도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우리 선수들은 밖으로, 뒤로, 옆으로만 빠졌다. 공을 잡아도 자꾸 뒤로, 옆으로 먼저 패스하려고 했다. 볼이 나가는 방향을 그대로 살리면서 전방을 바라보고 전방 패스부터 먼저 하려는 움직임은 가뭄에 콩나듯했다. 반면 우루과이 선수들은 공을 받기 전부터 전방을 봤고 전방으로 패스하기 위해 볼을 흘리거나 볼의 흐름을 살렸다.
동료를 도와주려는 움직임도 별로 없었다. 공을 잡고 있는 선수를 위해 다른 공간을 파고들거나 도우려고 접근하는 플레이도 미흡했다.
스피드, 개인기, 센스, 태도, 응집력, 정신력 모두 밀렸다. 전반 0-3, 최종 1-4 스코어보다 내용은 더 밀렸다. 한 축구인은 “고등학교와 프로가 싸우는 것 같았다”며 “홈에서, 그것도 월드컵 졸전 이후 플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이 3-1로 꺾은 우루과이에 우리는 이기거나 비기기는커녕 1-4로 대패했다.
모레노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없지만 모레노 감독은 지금까지 5년 이상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온 주축 멤버를 이번 4차례 평가전 중 최강호인 우루과이와 맞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축구가 세계적 강호와 얼마나 맞설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월드컵 졸전으로 팬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준 직후였다. 1차전에서 에콰도르를 3-0으로 제압한 뒤 상암벌에서 치르는 경기였다. 선수들로서는 열심히 뛰어야 했고 경기에서는 질 수 있어도 당연히 좋은 플레이를 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와 내용 모두 실망스러웠다. 모레노 감독도 아마 많은 걸 확인했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실패한 팀, 기대 이하에 머문 팀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은 모레노 감독이 오면서 기존 선수들을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표팀 주축으로 뛰어온 베테랑들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다. 지금 멤버 중 다수는 지금까지 한국대표팀을 10년 안팎 이끌었다. 이들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많았고 잘 한 적도,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이 보여주는 플레이의 한계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대표팀은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줘야한다. 지금처럼 전성기를 지난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낯익은 선수들의 느리고 상투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물에서 갓 꺼낸 물고기처럼 퍼득퍼득 뛰는 활력과 생기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