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안게임 e스포츠 퇴출 문서는 그대로인데 "결정 안 했다"는 OCA

[기자수첩] 아시안게임 e스포츠 퇴출 문서는 그대로인데 "결정 안 했다"는 OCA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는 제90차 집행위원회 결정문©OCA2024년 11월 2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회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대회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런데 어제 OCA는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는 제90차 집행위원회 결정문©OCA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는 제90차 집행위원회 결정문©OCA

2024년 11월 2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회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대회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런데 어제 OCA는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두 입장 모두 OCA에서 나왔다. 그런데 앞선 결정을 담은 공식 문서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제외 결정을 철회한다는 문서는 어디에도 없다.

인벤은 OCA 공식 홈페이지의 총회·집행위원회 결정문 목록에서 제90차 집행위원회 결정문을 확인했다. 문서 6항에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아시아 e스포츠·마인드 게임을 개최하는 안을 집행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명시돼 있다.

표현은 명확하다. 논의나 검토가 아니다.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적었다. 문서 하단에는 당시 회의를 주재한 티모시 폭 OCA 부회장과 후세인 알 무살람 OCA 사무총장의 사인도 들어가 있다.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제외 결정문을 부정하는 OCA의 공식 중국 SNS ©INVEN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제외 결정문을 부정하는 OCA의 공식 중국 SNS ©INVEN

그런데 OCA는 28일 공식 중국어 위챗 채널 ‘AsianGamesOCA’를 통해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OCA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제외되는 것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거나 발표한 적이 없다”며 온라인에 퍼진 내용이 OCA의 업무 계획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 무살람 사무총장은 별도의 아시아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대회 창설이 아시안게임 체계 안에서 e스포츠의 지위를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결정은 바뀔 수 있다. 2024년 당시 승인한 방침을 이후 재검토했을 수도 있고, 별도의 회의를 거쳐 철회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존 결정을 철회했다면 언제, 어떤 회의에서, 어떤 절차로 바꿨는지를 밝히면 된다. 제90차 집행위원회의 승인이 최종 결정이 아니었다면, ‘만장일치 승인’이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해야 한다. 결정문 자체가 잘못 작성됐다면 해당 문서를 정정하고 오류가 발생한 이유를 알리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29일 현재 OCA 공식 홈페이지에는 기존 결정문이 수정이나 철회 표시 없이 그대로 공개돼 있다. 결정문을 찾아가는 공식 목록에도 별도의 정정 안내가 없다. 공식 기록은 ‘제외를 승인했다’고 말하고, OCA의 현재 입장은 ‘결정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해석의 차이가 아니다. ‘만장일치로 승인했다’와 ‘어떠한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는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다. 더구나 두 문서에 등장하는 책임자도 다르지 않다. 2024년 결정문에 이름을 올린 사무총장이 2026년에는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제외를 SNS로 부정했다.

공식 SNS는 빠르게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집행위원회의 의결 결과를 담은 공식 결정문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과거 결정을 뒤집으려면 그에 맞는 결정과 기록이 뒤따라야 한다. SNS에 상반된 입장을 올렸다고 해서 기존 공식 기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종목의 거취는 선수와 지도자, 각국 협회가 준비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다. OCA의 결정 하나에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 지원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사안을 두고 공식 결정문과 현재 입장이 충돌한다면 혼란의 책임을 외부에 돌릴 수 없다.

OCA가 답해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2024년 집행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결정은 언제 폐기됐는가. 폐기되지 않았다면 왜 결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가. 어느 쪽이 현재 유효한 공식 입장인가.

결정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결정이 바뀐 과정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공식 결정문은 그대로 둔 채 상반된 입장만 내놓는다면, OCA가 잃는 것은 신뢰다.

출처: 인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