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먼저, 클럽도 함께’ 모레노의 배려 리더십···“경기의 주인공 선수가 출전 여부 먼저 알아야”
로베르트 모레노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전을 앞둔 훈련을 지휘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스포츠경향 양승남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수 우선’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경기 출전부터 부상 관리까지 모든 판단에서 ‘선수’를 앞세운다. 선수의 상황에 소속 클럽까지 고려...

[스포츠경향 양승남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수 우선’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경기 출전부터 부상 관리까지 모든 판단에서 ‘선수’를 앞세운다. 선수의 상황에 소속 클럽까지 고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짧은 기간 대표팀을 이끌면서도 선수와 코칭스태프, 소속팀 사이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운영 철학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모레노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출전 명단의 윤곽을 묻는 질문에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그는 “경기에 누가 출전하는지는 선수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의 당사자이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의 출전 여부를 선수에게 알리기 전에 공개적으로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이 경기 전 선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은 그 이유를 ‘전술적 비밀 유지’가 아니라 선수에 대한 존중에서 찾았다.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에게 감독의 결정을 먼저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는 설명이었다.
짧은 A매치 기간에 4경기를 치르는 만큼 선수 운용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마다 누적된 피로도가 다르고 타박상이나 회복 상태, 휴식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훈련에서의 모습과 선수들의 컨디션, 전달한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하다면 이번 소집에 포함된 선수들에게 모두 기회를 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부상 선수에 대한 원칙이다. 조규성은 이날 대표팀에서 소집 해제돼 소속팀 미트윌란으로 돌아갔다. 대한축구협회는 조규성의 부상 부위나 정도를 공개하지 않은 채 남은 경기 출전보다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모레노 감독은 조규성의 이탈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무엇보다 선수의 건강과 몸 상태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의 커리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제가 축구를 바라보는 방식이고 선수들을 대하는 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조규성의 부상 부위를 대표팀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소속팀에서도 선수 상태를 직접 점검하고 알아야 하는데, 대표팀에서 섣불리 부상 부위를 공개하는 것은 클럽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게 모레노 감독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대표팀 감독의 시선이 대표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표팀에서 선수의 몸 상태를 관리하면서도 선수가 소속팀으로 돌아간 뒤 이어갈 시즌까지 고려한 것이다.

모레노 감독이 이강인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같은 철학이 드러났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4-4-2 전형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와 투톱으로 뛰고 있다. 모레노 감독은 우루과이전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묻자 “시즌 초반 스페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위치와 다른 곳에 배치한다면 오히려 내가 경솔하고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전술에 선수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 선수가 소속팀에서 가장 잘하는 축구를 대표팀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접근이다.
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모레노 감독이지만 선수들을 대하는 원칙만큼은 비교적 선명하다. 선수에게 먼저 설명하고, 몸을 먼저 생각하며, 가진 능력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양승남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