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AG 5연속 금메달... 이겼는데 부끄러운 까닭

한국 야구 AG 5연속 금메달... 이겼는데 부끄러운 까닭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 초 2사 1,2루 상황에서 한국 문보경이 1타점 적시타로 정준재가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6.9.27ⓒ 연합뉴스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 초 2사 1,2루 상황에서 한국 문보경이 1타점 적시타로 정준재가 홈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6.9.27

ⓒ 연합뉴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수 아래의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상대로 내내 졸전을 면치못한 초라한 경기력, 사실상 프로선수들의 병역혜택만 목표로 하는 대회로 전락해버린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에는 역부족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3-1로 승리했다.

이틀 전 일본과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0-5로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틀만의 재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하고 목표로 했던 5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에이스 곽빈(두산)을 선발로 투입했다. 곽빈은 21일 대만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데이어 6일만의 등판이었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25일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 타선을 7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좌완 히구치 신을 하루휴식만에 또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한국은 2회초 선두타자 윤동희(롯데)의 2루타에 이어, 문현빈(한화)의 좌중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한국은 3회 무사 1, 2루, 6회초 무사 1루, 7회초 2사 만루 등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고도 추가득점에 번번이 실패하며 1-0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일본 선발 히구치가 3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슈퍼라운드 때만큼의 위력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한국 타자들은 히구치가 일찍 내려간 이후에도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찬스를 놓치자 위기가 찾아왔다. 곽빈은 6회까지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 행진을 벌였으나, 7회말에만 무려 3개의 안타를 내주며 결국 1-1 동점을 허용했다. 111구를 던진 곽빈은 1사에 주자 2명을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구원투수 조병현(SSG)이 후속 타자 2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고 위기를 넘겼다.

침묵하던 한국 타선은 한일전 필승 징크스인 '약속의 8회'에 다시 힘을 냈다. 선두타자 김지찬이 2루타를 터뜨렸고, 조형우(SSG)의 희생 번트와 김주원(NC)의 볼넷으로 1사 1, 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정준재(SSG)의 3루수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한 김지찬이 아웃되며 또다시 흐름이 끊기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잠잠했던 김도영(KIA)이 3루수 강습 내야 안타로 김주원을 홈으로 불러 귀중한 결승타점을 터졌다.이어 문보경(LG)의 1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한국은 3-1로 다시 앞서갔다.

8회말에는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1사 후 조병현이 소에다 마나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자 한국 벤치는 마무리 박영현(kt)을 조기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영현은 무코야마 모토키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동점주자까지 출루하는 1, 3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박영현은 일본의 중심타선인 4번 아이자와를 삼진, 5번 야노 유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2사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잠시 흔들렸했으나 대타 시바사키 마사토를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한국의 금메달을 확정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 선수단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와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야구는 프로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최근 8번의 대회에서 7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최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켰다. 또한 이번 금메달을 통해 김도영, 조형우, 문현빈, 소형준 등 총 16명의 군 미필자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얻게 되며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에 큰 수혜를 입게 됐다.

하지만 금메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번 대표팀과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한 분위기다. 최근 남녀농구 대표팀의 12년만의 동반 금메달, '우생순' 여자핸드볼의 8년만의 금메달 탈환 등, 다른 구기종목들의 선전에 뜨거운 박수와 찬사가 쏟아졌던 것과는 온도 차가 사뭇 다르다. 팬들이 더이상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함께 열광할만한 공감대와 서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비롯하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프리미어12 등 여러 국제대회가 늘어나면서 아시안게임 야구의 위상은 점점 낮아졌다. 아시아에서 프로 수준의 리그와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사실상 한국, 일본, 대만 정도이고 나머지 국가들과는 아직 수준 차이가 크다. 이중에서 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선수로 정예 멤버를 구성하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뿐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린다. 또한 대만 프로야구의 수준과 선수층은 한국보다는 아직 한 수 아래로 꼽힌다.

결국 한국은 한 수아래인 대만과 일본, 두 팀만 넘으면 사실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실제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야구의 금-은-동메달 경쟁은 항상 세 팀간의 맞대결결과에서 결정됐다. 이는 강력한 전력의 라이벌 팀이나 언더독들의 존재로 다양한 변수가 많은 다른 종목들의 경쟁 난이도에 비교하여, 메달의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한국이 사실상 아시안게임에서 프로 최정예멤버를 내보내는 유일한 이유는 사실상 '병역혜택'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합법적으로 병역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선수 생활의 중요한 시기에 생길 수 있는 군 복무 공백을 줄일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이번 나고야-아이치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입은 야구선수만 무려 96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야구의 위상이 낮아지고 국위선양의 의미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병역혜택의 당위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KBO리그에서 충분한 부와 인기를 누리는 선수들에게, 경쟁국도 적고 우승 난이도가 현저히 낮은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병역 의무까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특혜'까지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제기가 속출했다.

이로 인하여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선수 차출의 공정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차라리 야구 선수들이 AG 금메달 놓치고 군대갔으면 좋겠다"는 주장이 오히려 높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KBO는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자체적인 연령제한과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서야 했다.

또한 아시안게임이 가져온 또다른 리스크는 'KBO리그 수준의 거품 논란'이다. 아시안게임은 경쟁국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이제 한국은 잘해야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못하거나 지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는 비록 이번에 금메달은 수성했지만,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실업팀 소속 투수인 선발 린이웨이(한국전 5이닝 1실점 비자책)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고,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는 전원 사회인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영봉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과의 결승전 재대결 역시 결과적으로 승리는 했지만, 하루 쉬고 다시 등판한 선발 히구치를 공략하지 못하여 종반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했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내고도 정작 시상식이나 인터뷰에서는 마음껏 우승의 기쁨을 드러내지 못하고 눈치를 봤던 이유였다.

물론 대만이나 일본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고, 한국은 해외파 부재와 연령제한 때문에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대만도 주력선수들 일부가 불참했고, 팀내 최고의 투수인 린위민이나 왕옌청은 소속팀의 차출조건 때문에 한국전에서는 나서지 못했다.

일본의 사회인야구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만, 선수들은 결국 회사 직원 업무와 야구를 병행하는 '투잡러'들이고, 아무리 잘봐줘야 일본 NPB 2군급 이상의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반면 한국은 25세 이하 선수이 주축이지만, 주전급 다수가 해외파들이 포함된 WBC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1진급 선수들로 구성됐다. 분명히 대만과 일본보다는 몇 수위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졸전'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허울 뿐인 영광 뒤에 진짜로 남은 것은, 이제는 프로선수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린 '병역혜택', 그리고 국내의 높은 프로야구 인기에 안주하며 야구 실력과 기술 발전은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 KBO리그의 냉정한 현실이었다.

일본 사회인팀이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를 받을만 했다면, 프로선수로 구성된 한국은 오히려 '이기고도 부끄러운'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아시안게임에서 이제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어떤 감동 포인트도 느낄 수가 없다. 1970년대에 도입된 낡은 국제대회 병역특례제도를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게 과연 시대적 흐름과 형평성에 적합한지도, 이제부터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