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대로면 10년 안에 한국 투수 다 망한다" 1년 전 일본 전문가 예언...사회인 야구에 지고 나니 더 섬뜩해 졌다

[아시안게임]"이대로면 10년 안에 한국 투수 다 망한다" 1년 전 일본 전문가 예언...사회인 야구에 지고 나니 더 섬뜩해 졌다

출처:연합뉴스(MHN 정철우 기자) “지금 수준의 투수력으로는 국제대회에서 절대 좋은 성적을 못 거둡니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다 망할 겁니다.”약 1년 전 일본의 한 투수 바이오메커닉 전문가가 한국 야구의 한 원로에게 건넨 말이다. 단순히 국제대회 한 번의 성적을 놓고 내린 평가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 투...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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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철우 기자) “지금 수준의 투수력으로는 국제대회에서 절대 좋은 성적을 못 거둡니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다 망할 겁니다.”

약 1년 전 일본의 한 투수 바이오메커닉 전문가가 한국 야구의 한 원로에게 건넨 말이다. 단순히 국제대회 한 번의 성적을 놓고 내린 평가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 투수들을 지켜본 그의 눈에 한국 야구의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들어왔다. 공은 과거보다 빨라졌지만 정작 ‘투수의 기본’은 오히려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그의 표현은 상당히 직설적이었다.

“류현진, 김광현 등이 버티고 있을 때 한국 야구는 정말 강했습니다. 일본의 톱 클래스 선수들도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투수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투구폼이 전체적으로 많이 무너졌어요. 기본기가 완전히 망가져 있습니다. 투수의 기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만 높이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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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 지적은 그다음이었다. 문제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이건 지도자들의 잘못이라고 봅니다. 투구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결국 공을 빠르게 던지게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구속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투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야구가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KBO리그는 ‘150㎞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속 150㎞는 특별한 투수에게만 허락된 숫자처럼 여겨졌다. 이제는 아니다. 아마추어 단계부터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 프로에 입단한 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더해지면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크게 늘어났다. 시속 150㎞를 던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혁명적인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구속이 올라간 만큼 ‘투수력’도 좋아졌는가.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몸은 강해졌고 공은 빨라졌지만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과 타자를 상대하는 기술, 경기 흐름을 읽고 위기에서 자신의 투구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함께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빠른 공을 갖고도 볼넷으로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스트라이크가 필요한 순간 공을 가운데 몰아넣었다가 얻어맞는다. 볼넷이 쌓이고 밀어내기로 경기 흐름이 바뀌는 장면도 이제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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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은 ‘투수의 능력’ 가운데 하나일 뿐 ‘투수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속 150㎞를 던지더라도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타자를 압도할 수 없다. 반대로 구속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변화구를 같은 터널에서 던지며 카운트에 따라 타자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면 훨씬 까다로운 투수가 될 수 있다. 투수는 단순히 강하게 공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다. 타자를 아웃시키는 사람이다.

25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드러난 한국 마운드의 문제가 뼈아팠던 것도 그래서다. 한국은 일본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마운드의 우위를 기대했다. 프로에서 검증받은 투수들이 나서는 만큼 적어도 힘에서는 앞설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선발 소형준이 3이닝 3실점(2자책)으로 흔들렸다. 뒤이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력한 불펜 카드인 조병현과 박영현까지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단순히 점수를 내줬다는 사실보다 과정이 더 아팠다. 일본 타자들은 힘으로 한국 투수들을 찍어 누르려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노리는 공과 코스를 명확히 정해 놓고 끈질기게 승부했다. 빠른 공을 억지로 잡아당기기보다 상황에 맞춰 대응했고 한국 투수들의 힘을 오히려 이용하는 타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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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타선이 침묵한 것은 분명 패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마운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투수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이 아니다. 낯선 타자를 빠르게 파악하고, 자신의 공 가운데 무엇이 통하는지를 찾아내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소 실점으로 버티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그 싸움에서 일본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했다.

더 생각해볼 대목은 최근 일본의 ‘넥스트 베이스’를 경험한 한국 투수들의 변화다. 새로운 훈련 방법과 데이터를 접한 뒤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을 다시 이해하고 기량 향상의 실마리를 찾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선수 개인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 전체로 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외에 나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풀어낸다면 결국 질문은 한국 지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 야구의 한 원로는 일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뒤 “가슴이 서늘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지도자들이 너무 공부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예전 경험만 갖고 선수를 가르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투구 메커니즘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데이터와 트레이닝 방법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지도자가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선수의 발전을 막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KIA가 넥스트 베이스에 선수들뿐 아니라 코치와 데이터 파트 직원까지 파견한다고 해서 대단히 반가웠다. 중요한 것은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다.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한다. 배운 뒤 우리 선수들에게 맞는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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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코칭이다. 선수의 투구수를 관리하고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투수코치의 역할이 끝날 수는 없다. 왜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는지, 하체에서 만든 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손끝까지 전달되는지, 특정 구종의 회전과 궤적이 왜 달라졌는지, 선수마다 다른 신체 조건에 어떤 메커니즘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좋은 선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재능을 좋은 투수로 완성시키는 것이 코칭의 본질이다.

한국 야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일본전 한 경기의 패배가 아니다.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아마추어 현장에는 시속 150㎞를 던지는 유망주들이 계속 등장한다. 재료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좋은 신체 조건과 강한 공을 가진 선수들은 많아졌다. 그런데 그 재능에 정교한 메커니즘과 제구, 경기 운영 능력을 입혀주지 못한다면 150㎞는 숫자로만 남는다.

그래서 “이러다 10년 안에 한국 투수가 다 망할 수 있다”는 경고를 과장으로만 흘려들을 수 없다. 지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투수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앞으로 10년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구속만 좇다가 기본을 잃어버린다면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계속 나와도 국제대회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그래도 늦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야구 원로 역시 마지막에는 희망을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지도자부터 배우고 달라져야 한다. 좋은 것을 배워와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팬들에게 수준 높은 야구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선수만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지도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국 투수들의 공은 이미 충분히 빨라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공만이 아니다. 그 공을 어디에, 왜 던져야 하는지를 가르칠 수 있는 야구다. 선수의 몸이 발전하는 속도를 지도자의 지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한국 야구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본이 무너진 야구에는 희망이 없다. 그러나 기본부터 다시 세운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 야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160㎞를 던질 것인가’가 아니다.

‘그 160㎞를 던지는 투수를 우리는 제대로 가르칠 준비가 돼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국제대회에서도, 그다음 국제대회에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될지 모른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