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꼬리표' 떼나? 에콰도르 3-0 완파한 모레노, "비디오 분석하러 간다" 워커홀릭 선언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 후 벤치로 향하며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 경기 치렀을 뿐입니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처참한 실패로 벼...

[파이낸셜뉴스] "한 경기 치렀을 뿐입니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처참한 실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축구. 간절했던 '반등의 1승'을 거둔 직후였지만,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표정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에만 내리 3골을 폭발시키며 3-0 완승을 거뒀다. 11월까지만 지휘봉을 잡는 '임시 감독' 신분이지만, 정식 감독을 향한 첫 단추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끼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에 취한 팬들과 달리, 모레노 감독은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3-0으로 이긴 다음에 평가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좋은 것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히려 "패배한 경기에서도 잘한 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후반전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짠물 수비를 과시했던 '남미 3위권' 에콰도르를 상대로 한국은 전반전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마르셀로 가야르도 에콰도르 감독 역시 "우리가 준비한 건 전반전 정도만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변화는 하프타임에 일어났다. 모레노 감독은 벤치에서 재킷까지 벗어 던지며 열정적으로 경기를 지휘했고, 짧은 휴식 시간 동안 팀의 체질을 바꿨다.

모레노 감독은 "에콰도르는 피지컬이 좋고 굉장히 강한 팀이다. 우리가 전반에 공간을 공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아 하프타임에 몇 가지 작은 조정을 했다"며 "압박 방식을 바꿨고 빌드업 과정에서 공간을 더 잘 찾도록 했다. 불과 3일 훈련했지만 선수들의 재능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벤치에서 파악한 세밀한 디테일을 선수들에게 즉각적으로 이식한 '족집게 전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캡틴'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에 대한 사령탑의 평가였다. 각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터진 득점이었고, 교체 아웃될 당시 모레노 감독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이른바 '국뽕' 섞인 칭찬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손흥민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선수들과 나눈 대화는 비공개다. 팀 운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축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것"이라며 "기자 여러분이 특정 선수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어 하는 건 잘 알지만, 앞으로도 특정 선수에 대해 개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확고한 자신의 철학을 내비쳤다. 철저한 '원-팀(One-Team)'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승리의 여운을 즐길 법도 하지만, 모레노 감독의 시선은 이미 다음으로 향해 있었다.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감정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바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며 "호텔에 가서 경기 영상을 보며 세밀하게 분석하는 게 내 일"이라고 답했다.
단 3일의 훈련, 단 1번의 4-4-2 포메이션 가동으로 남미의 강호를 격파한 모레노 임시 감독. 승리에도 웃지 않는 그의 냉정함과 워커홀릭 기질이 추락하던 한국 축구를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