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김민재도 "축구가 즐겁다"… '월드클래스' 춤추게 만드는 모레노호 '체계의 힘' [에콰도르전 현장]

손흥민도, 김민재도 "축구가 즐겁다"… '월드클래스' 춤추게 만드는 모레노호 '체계의 힘' [에콰도르전 현장]

손흥민(왼쪽),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손흥민도, 김민재도 입을 모아 축구가 즐겁다고 말했다. 체계를 갖춘 전술의 힘이다.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러 에콰도르에 3-0으로 완승했다. 후반 9분 오현규,...

손흥민(왼쪽),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왼쪽),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도, 김민재도 입을 모아 축구가 즐겁다고 말했다. 체계를 갖춘 전술의 힘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러 에콰도르에 3-0으로 완승했다. 후반 9분 오현규, 후반 12분 손흥민, 후반 42분 이동경이 차례로 골을 넣어 승리한 한국은 오는 28일 우루과이, 10월 2일 베네수엘라, 6일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상대한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 발표 및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대로 이날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오현규와 손흥민이 투톱으로 출격했고 송민규, 이재성, 박진섭, 정승원이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조현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엄밀히 말해 이번 경기에서 모레노 감독의 의중이 경기장에서 제대로 구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집 훈련 시작일로부터 4일이 되는 시점이었고, 해외파 등의 합류가 늦어져 완전체로 손발을 맞춰볼 만한 시기는 하루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2일에는 오픈 트레이닝으로 제대로 된 전술 훈련을 할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즉 에콰도르전은 23일 하루 전술적으로 합을 맞춘 상태에서 치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오현규(왼쪽), 김민재(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오현규(왼쪽), 김민재(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우선 전후반을 통틀어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특히 전반에는 후방 빌드업 시 3-2-5, 수비 시 4-4-2 내지 5-3-2 형태를 유지하는 것에 선수들이 골몰하면서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포지션을 메우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중원이 내려설 때 정승원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왔던 것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 한 명의 이동에 따른 연쇄 작용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체계의 중요성을 엿볼 만한 장면은 충분히 있었다. 이를테면 위치 선정에는 도가 튼 이재성의 경우 끊임없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적재적소에서 공 운반에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도 왼쪽 중앙이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아 한국이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때 중원에 공백이 생기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명확한 전술적 방향성도 보였다.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김민재와 이한범은 전진패스를 아낌없이 뿌리면서 공격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재성과 손흥민 등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이 공을 받은 반대쪽으로 패스를 뿌리던 것도 반대 전환을 통한 공간 창출을 위함임을 엿볼 수 있었다.

모레노 감독의 전술적 방향성은 선제골로 결실을 맺었다. 후반 9분 김민재는 한국 페널티박스에서 20미터를 치고 올라온 뒤 공간이 보이자 망설임 없이 공을 앞으로 뿌렸고, 송민규가 영리하게 흘리듯 전방으로 패스하며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오른쪽에서 정승원이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며 상대 센터백이 마냥 오현규에게 붙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오현규는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수비를 맞고 들어가는 선제골을 작성했다.

후반 들어 한국 조직력이 점차 맞아들어가고, 에콰도르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한국이 승기를 잡았다. 그럼에도 전방압박이나 수비 전환 상황에서는 부족함이 있어 때때로 에콰도르에 득점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모레노 감독의 축구가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그럼에도 이날 경기를 뛴 선수들은 하나같이 행복해했다. 대표적으로 주장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오늘 한 경기로 너무 들뜨지 않았으면 하지만, 축구가 즐거웠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즐겁게 플레이했고, 선수들끼리 얘기하면서 경기한 덕분이었다. 그게 지속된다면 선수들 호흡이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도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거라 감독님이 지시하는 걸 운동장에서 구현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후반에는 상대 선수들도 지쳐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만족했다.

수비 핵심으로 기능한 김민재 역시 "오늘 생각보다 우리 쪽에서 공간이 많이 나서 한범이와 내가 많은 공간을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어 재밌었다. 우리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포백을 쓰는 선수들이라 더 편안하게 했다"라며 "감독님은 센터백들에게 공간이 나면 치고 나가라는 것과 첫 번째 옵션으로 전진패스를 많이 하라는 거였다"라며 모레노 감독의 전략이 적중해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한범도 마찬가지로 증언했다.

이날 대표팀 선수들은 모레노 감독의 전술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각자 주어진 바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했다. 경기장에서 얼마나 구현됐느냐와 별개로, 전술 세부 사항까지 선수들에게 잘 전달이 됐다는 방증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신중론을 펼치며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암시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는 상대 공간을 공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상대 압박도 강렬했다. 초반 팽팽한 양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프타임에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압박 방식과 후방 빌드업을 통해 더 좋은 공간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이후에는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차이를 만들어냈다. 3일 동안 하는 훈련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며 이번 경기 승리는 전술의 승리보다도 선수 개인 기량이 빛을 발한 승리였음을 분명히 했다.

출처: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