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감독 "스트레스로 갈비뼈까지 잃었던 감독이라는 직업, 그럼에도 대표팀 지원했던 이유는" [뽈터뷰]
김도훈 전 울산HD 감독. 김정용 기자국가대표를 제외하면 한국 감독이 닿을 수 있는 가장 큰 명예를 쟁취했던 김도훈 전 울산HD 감독. 얄궂게도 그의 존재감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이후 희미했다. 뜻밖에 싱가포르의 라이언시티세일러스를 1년여 맡았고, 2024년 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잠시 모습을...

국가대표를 제외하면 한국 감독이 닿을 수 있는 가장 큰 명예를 쟁취했던 김도훈 전 울산HD 감독. 얄궂게도 그의 존재감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이후 희미했다. 뜻밖에 싱가포르의 라이언시티세일러스를 1년여 맡았고, 2024년 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잠시 모습을 보인 것 외에는 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의 임시감독 채용에 지원서를 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최종 합격자는 스페인의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라 김 감독이 슬슬 다시 움직이는 이유를 듣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야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지원을 위해 자신의 사단을 꾸려뒀다며, 감독으로서 일하고 싶은 의욕을 밝혔다.
- 근황은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지도자이고 싶다. K리그, J리그, 유럽축구를 분석하면서 다음 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한다. 축구 케미가 맞는 지도자들과 대화하며 현대 축구 트렌드에 맞춰가기 위한 준비 중이다."
- 비셀고베에서 최근 레전드 경기 멤버로 초청되기도 했다
"같은 고베 출신인 미우라 카즈요시(59세 현역 선수)를 만났다. 미우라는 한국 선수들과 관계가 늘 좋다. 한국과 일본이 류하는 장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게 우리 OB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물론 미우라는 현역이지만, OB팀 친선경기를 한다면 거기 뛰어야 할 나이니까."
- 미우라처럼 아직 현역이라면 56세 김도훈도 득점이 가능할까?
"3부나 4부 상대라면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제가 또 공격수니까, 일단 나가면 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겠나. 득점은 몸으로 익히고 있어서 찬스가 오면 공을 골대 안에 넣는 건 지금도 자신 있다. 근데 사실 조기축구 나가도 쉽지 않은 날이 있긴 하다. 날 한 번 잡아보겠다고 내 눈을 계속 마주치면서 맨투맨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면 미우라의 득점은 대단한 거다."
- 2022년 라이언시티를 떠난 뒤 휴식이 길어지고 있는 건 의도한 것인지
"의도도 있고, 어쩌다 그렇게 된 것도 있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뒤에는 생각보다 오퍼가 없더라. 내가 일 하겠다고 찾아나설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최근 나에 대한 루머가 있다고 들었다. 라이언시티에서 연봉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지간한 제안은 다 거절한다는 루머였다. 연봉 40억 원 설이 있던데, 그건 전혀 잘못된 정보라고 말씀 드린다. 싱가포르에 간 건 ACL 우승 이후 때마침 온 제안이었고, 영어도 배울 수 있어서 간 것이다."
- 최근 대표팀 임시감독에 지원한 과정은

"사실 다른 프로팀에서 오퍼가 있었다. 그래서 제 사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철학을 공유할 만한 코치님들과 의논하는 와중 대표팀 공고가 뜨더라. 고민 끝에 임시감독직에 지원하기로 했다. 2024년에 이어서 대표팀의 어려운 시기에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게임 모델을 가져가면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 2년 전에는 임시감독 후 대표팀에 안 돌아올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당시만 해도 대표팀 생각은 없었다. 당시 두 경기에 대해 축구협회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내겐 클럽축구가 더 맞는다 생각했는데, 대표팀에서 짧은 시간 동안 소집해 경기하는 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니 난 토너먼트에 강하더라. 울산 때 FA컵과 ACL에서 우승했고, 준우승까지 생각하면 인천유나이티드와 울산에서 각각 한 번씩 있었다. 또 대표팀 선수들은 워낙 퀄리티가 좋으니까 내 게임모델을 바로 소화하는 걸 봤다. 그래서 이번 임시감독을 준비했다."
- 이번에 지원할 때도 2년 전과 비슷한 철학이었나?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실패한 직후라는 힘든 상황이었다
"원래 내가 생각하던 것에서 두 가지 정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내 철학에는 포지셔닝, 라인 브레이킹, 밸런스가 중요하다. 여기에 공격 지역에서 많은 숫자를 둬서 조직적으로 기회창출하는 것, 그리고 레스트 디펜스 즉 상대 역습에 대한 수비 위치 조정을 더하려 했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내 이런 생각을 대표팀에 적용해 본다면 아시안컵 지도자가 나든 누구든 우승에 도움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 북중미 월드컵의 한국에 대해 논하자면, 열심히 안 뛰었다는 팬들의 시선은 어떻게 보나
"내가 준비과정을 보지 않아서 판단하긴 힘들다. 다만 선수들 정신력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압박 강도라고 본다. 압박 강도가 갈수록 약해졌다. 회복해가면서 다음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압박 강도가 약해졌고, 아마 고산지대에서 더운 지방으로 갔을 때의 컨디션 준비 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선수들이 해이해졌다는 건 어폐가 있다 본다.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은 선수 마음은 항상 100%라고 볼 수 있다."
- 잘하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었겠지만 매 경기 동기부여는 별도로 필요할 텐데
"선수단에서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국내에서만 볼을 차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차는 선수가 많다. 선수들의 가치관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걸 얼마나 그라운드에서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감독 입장에서 아마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는 명확하게 했을 것이다. 선수끼리라도 동기부여를 더 하고 격려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질타를 받는 건 지도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 이번 임시감독직은 청문회, 경찰조사 등 대표팀과 축구협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때 부담이 더 심했을 텐데도 지원했다

"내가 지도자 안 한다는 소문이 너무 돌아서(웃으며). 월드컵 끝나고 질책을 받는 것도, 잘못된 부분을 바꿔야 되는 것도 맞다. 동시에 우리 대표팀은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고 A매치를 해야 하지 않나. 누군가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중요한 평가전을 맡아야 했다. 임시감독에게 주어지는 6경기가 대표팀 경기력을 올리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2차 면접전형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결과 통보 과정은 어땠나
"주말은 지나고 연락이 오겠지 싶었는데, 그냥 주말에 오더라. 이메일로 왔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이런 내용이었다. 나중에 가이드라인을 확인하면서 내가 미흡했나 보다 생각했고 빨리 수긍했다. 아마 서류를 점수제로 평가할 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 보통 사람들에게 취직 실패는 흔한 일인데, 축구인은 탈락 통보라는 경험이 드물 것 같다
"그렇다. 지난번 임시 감독은 협회에서 맡아달라고 연락을 받았던 거니까. 살면서 떨어진 경험은 운전면허 시험 실기 볼 때 급브레이크 밟아서 한 번 떨어졌네. 아, 근데 이거 한 번에 붙은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 최종 후보 5인이 모두 외국인인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마 혁신위원회와 전력강화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높게 잡았고, 그건 잘한 것 같다. 우리 대표 선수들이 외국의 좋은 환경에서 많이 생활하니까 그걸 한국에 가져오는 건 긍정적이다. 아시안컵 우승과 같은 좋은 결과를 내 줬으면 한다."
- 일본의 경우는 현직 감독과 차기 감독 모두 일본인인데, 한국 감독의 차례는 언제일까
"국내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가치관과 생각,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한국 지도자들은 책임감이 강하다. 공부하는 지도자들이 있고, 게임모델을 지속적으로 팀에 입히려 하는 지도자들도 많다. 그들에게 언젠가 기회가 간다면 좋을 것 같다. 한국 감독들도 내가 처음 인천에서 시작했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었다. 더 전문적인 구성을 요구하게 되면서 나도 그런 사단을 꾸리고 있다. 예전처럼 감독이 코치를 수족처럼 부리는 권위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 현재까지 이어 온 감독 경력을 돌아본다면
"처음엔 이런 경력을 상상하지 못했다. 코치 생활을 9년 한 뒤에 인천을 맡으면서 그 팀 하나만 생각했지. 울산이 날 선택해줬을 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려 노력했다. 많은 질타를 받았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ACL에서 결과를 냈고, 싱가포르에서도 라이언시티를 1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다. 성남 코치 시절부터 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다."

- 특히 아쉬웠던 시기가 있다면
"울산에서의 2020년. 우승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 컸다. 그런데 마음이 과하면 아쉬운 결정을 하게 된다. 선수 명단을 짤 때 내가 믿는 선수들을 더 믿어야 하는지, 포백을 쓰다가 파이브백을 써서 수비만 해야 하는지 등등.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일이 있었다. 그해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정신적 지주였던 양아버지도 그 즈음 돌아가셨고, 스트레스 때문에 뼈 수술을 했다. 그래서 팀 분위기를 볼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김광국 당시 단장님이 ACL까지 해 보라고 하더라. 까짓 준우승 한 번 더 하면 되지 않냐면서."
- 스트레스 때문에 뼈 수술을 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
"아버지께서 3월에 돌아가시고, 그 뒤다. 구단에서 해 주는 건강검진에서 2019년에 발견한 문제가 있었는데 2020년에 커졌다. 갈비뼈에 생긴 문제였는데 그냥 놔두면 암으로 갈 수 있다고 해서, 이쪽 갈비뼈 하나를 잘라냈다. 팀에서는 굳이 밝히지 않고 쉬쉬했던 일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니까 내게 시련을 이렇게나 주는구나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ACL에서 우승하면서 보상을 받았다고 할까. 희비가 엇갈렸다."
- 사단을 꾸렸고, 새 팀에서 일할 의욕을 밝혔다. K리그든 해외팀이든 상관 없나
"상관 없다. 내 생각과 철학을 얼마나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이냐가 중요하다. 사단으로 갈 수 있다면 어느 팀이든지 그 팀을 발전시키고 인기가 올라가게 할 수 있다."
- 번외로 요즘 K리그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페이스가 느리다고 보는지
"내가 감독으로 일하던 몇 년 전만 해도 이기기 위해서 전술을 짰다면, 지금은 그래도 자기만의 철학을 유지하려고 하는 팀이 많다. 그건 굉장히 좋은 일이다. 단 상위권 팀은 기대치가 높으니 더 도전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강팀 울산에서는 갈수록 더 공격적인 방향을 추구하려 했다. 최근 내가 조사했던 부분이 있는데, K리그를 J리그와 비교해 보면 스프린트 거리가 부족하다. 팬들의 높은 기대에 맞추기 위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P급 지도자 강습 심사를 본 것으로 안다. 차세대 지도자들은 달라지고 있는지?
"굉장히 많이 공부한다. P급 과정에 들어가려면 시험만 한 번 치는 게 아니라 게임모델과 철학에 대해 발표를 해야 한다. 그 준비과정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졌다. 그리고 프로 경험 없는 지도자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봤다. 단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리뉴, 나겔스만 같은 감독처럼 컴퓨터를 전공하고 분석하는 분위기가 해외에는 형성돼 있는데, 국내도 더 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풋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