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리자” … 안세영의 2관왕 시동, 부담감 찢고 코트 삼켰다

“미쳐버리자” … 안세영의 2관왕 시동, 부담감 찢고 코트 삼켰다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처절한 법이다. 모든 이의 표적이 된 채로, 한 번의 실수조차 치명적인 틈으로 여겨지는 비정한 세계다.더욱이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잠시 멈춰 섰던 여제라면 그 압박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 안세영의 양어깨를...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처절한 법이다. 모든 이의 표적이 된 채로, 한 번의 실수조차 치명적인 틈으로 여겨지는 비정한 세계다.

더욱이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잠시 멈춰 섰던 여제라면 그 압박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 안세영의 양어깨를 짓누른건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 그리고 연속 2개 대회 연속 2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역사였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22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전 말레이시아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 | 이치노미야=연합뉴스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22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전 말레이시아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 | 이치노미야=연합뉴스

그러나 코트에 들어선 여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스스로 승부의 광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압도적 격차, 위기 속에서 더 선명해진 클래스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 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전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과정은 아찔했다.

믿었던 복식 세계 2위 이소희·백하나 조가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덜미를 잡히는 등 흔들리는 기류가 역력했다.

단체전 특유의 도미노 붕괴 위기 속에서 중심을 단단히 잡은 이는 결국 안세영이었다.

첫 번째 단식 주자로 코트를 밟은 안세영은 세계 28위 레차나 카루파테반을 상대로 그야말로 완벽한 쇼케이스를 펼쳤다.

1게임에서 21-12로 가볍게 기선을 제압하더니, 2게임에서는 상대의 숨통을 완전히 틀어막으며 21-8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경기를 끝냈다.

지난 7월 겪었던 부상과 한 달간의 재활 공백에 대한 우려를 완벽하게 지워낸 쾌조의 몸놀림이었다.

셔틀콕이 코트에 꽂힐 때마다 상대의 추격 의지는 산산조각 났다.

숙명의 한일전, 미치지 않고는 넘을 수 없는 벽 복귀 후 세계선수권과 중국 마스터스를 연거푸 집어삼키며 건재를 증명했던 안세영이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메가 이벤트의 중압감은 결이 다르다.

3년 전 항저우에서 일궈낸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의 영광을 다시 재현해야 한다는 기대감은 선수 한 명이 온전히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다.

하지만 안세영은 피하지 않았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22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전 말레이시아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 | 이치노미야=연합뉴스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22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전 말레이시아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 | 이치노미야=연합뉴스

동료들의 응원에 심장이 더 뜨겁게 들끓는다며 팀을 향한 헌신을 먼저 이야기했다.

큰 무대의 부담감은 미치지 않고서는 결코 이겨낼 수 없기에, 아예 제대로 미쳐버리겠다는 각오로 라켓을 쥐었다.

승부의 낭떠러지 끝에서 공포를 지우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공포 속으로 더 깊이 뛰어드는 것뿐임을 그는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이제 대표팀의 앞에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4강 단판 승부가 기다린다.

적지의 심장부에서 결승 티켓을 다투는 혈전이다.

동료들의 잇따른 이변과 위기 속에서도 안세영이라는 견고한 기둥이 버티고 있어기에, 한국 배드민턴은 다시 결승을 정조준한다.

부다감조차 추진력으로 바꿔낸 순간, 코트 위 여제의 독주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궤도에 올랐다.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