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 끝내기 홈런→3타자 연속KKK로 갚아줬다…'임시 수호신'이지만 "중압감 크다" [광주 포커스]
이의리. 고재완 기자 [email protected]사진제공=KIA 타이거즈[광주=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는 2대0. 1점이라도 내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넘어가는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좌완 수호신의 손끝에서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가 연거푸 포수 미트에 꽂혔다. 타자 3...


[광주=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는 2대0. 1점이라도 내주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넘어가는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좌완 수호신의 손끝에서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가 연거푸 포수 미트에 꽂혔다. 타자 3명을 상대로 아웃카운트 3개를 모조리 헛스윙과 루킹 삼진(KKK)으로 엮어내며 경기를 끝냈다.
지난 달 23일 고척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사 만루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던 쓰라린 기억을, 가장 잔인하고 압도적인 '3연속 탈삼진 쇼'로 완벽하게 되갚아준 순간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클로저' 이의리(24)가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9회초 등판,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퍼펙트 피칭으로 팀의 2대0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5번째 세이브를 수확하며 키움과의 악연을 통쾌하게 청산한 이의리. 이날 이의리의 구위는 경기장을 숨죽이게 만들 만큼 매서웠다. 첫 타자부터 거침없이 스트라이크존을 찌르며 삼진을 솎아냈고, 마지막 대타 여동욱은 7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키움 타선을 추풍낙엽처럼 돌려세웠다.
이의리는 "사실 오늘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운드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이어 삼진 3개를 연속으로 엮어낸 과정에 대해 "삼진을 의식하고 던지지는 않았다. 일단 내 공을 던지고, 던진 공에 연연하기보다 '그다음에 던질 공'을 한 단계 한 단계 생각하며 투구했다"라며 "변화구 제구가 잘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손 감각이 좋았나 보다(웃음). 처음에 힘이 들어가서 익숙지 않았는데, 변화구 손 감각이 잡히면서 직구도 힘이 빠져 잘 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6회까지 101구를 던지며 0-0의 발판을 놓아준 선발 아담 올러에 대해 "올러가 마운드에서 가졌을 부담감이 컸을 텐데, 7회 점수가 나자마자 '이 경기만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이의리에게 키움이라는 이름은 불과 3주 전 커리어 첫 블론세이브의 악몽을 안겨준 상대였다. 8월 23일 고척 원정에서 2사 만루 위기 상황에 등판했다가 대타 김재현에게 뼈아픈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대형 사고였지만, 이의리는 놀라울 만큼 단단한 멘탈로 이를 털어냈다.
이의리는 당시의 기억을 묻자 "그때 고척에서 던진 공은 솔직히 내 스스로 정말 몇 안 되는 '확신'을 가지고 던졌던 공이었다"라며 "내가 확신을 갖고 던진 공이었기 때문에 전혀 후회도 없었고, 멘탈적인 타격도 없었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팀이 패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컸지만, 내가 던진 공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이겨내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혹시 오늘 김재현과의 리턴매치를 의식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특유의 유쾌한 미소로 받아넘겼다. 이의리는 "오늘 보니까 김재현 선수가 빠져 있더라. 그래서 솔직히 조금 안심하면서 던졌다(웃음)"라고 농담을 던져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 팀 사정상 뒷문을 맡은 지 어느덧 두 달. 이의리는 9회의 마운드가 주는 고독과 압박감을 몸소 겪으며,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던 '선배' 정해영을 향한 깊은 존경심을 털어놨다.
이의리는 "마무리를 해보니 솔직히 기존 마무리 투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라며 "해영이 형이 유독 팬들에게 질타도 많이 받곤 하는데, 솔직히 제구, 회전수, 구위 등 다방면에서 두루 다 갖췄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 욕을 먹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선배를 감쌌다.
이어 "어린 나이에 꾸준히 30세이브씩 올린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만 해도 나를 빼면 다른 불펜 투수들은 다 던지고 퇴근 준비가 끝난 상황인데, 나 혼자 끝까지 남아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 마무리 투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큰 부담과 외로움을 견뎠을지 절실히 느낀다"라며 "만약 내가 프로 커리어를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 시작하지 않고 마무리만 했다면, 나는 절대로 해영이 형만큼 못 해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LG 손주영처럼 선발 복귀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이의리는 "나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좋아서 벤치가 시키는 대로 던질 생각"이라면서도 "이범호 감독님께서도 '그래도 결국에는 선발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을 해주셔서, 비시즌에 잘 준비해서 다시 선발에 도전해 보겠다"라고 미래를 그렸다.


출처: 스포츠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