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강하게, 선수는 다재다능하게”…이승여 감독의 제2의 김연경 육성법

“훈련은 강하게, 선수는 다재다능하게”…이승여 감독의 제2의 김연경 육성법

이승여 감독이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김세훈 기자[스포츠경향 청주 | 김세훈 기자] “어릴 때는 한 가지만 잘하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 모든 걸 잘하는 선수로 키워야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다.”17세 이하 여자배구대표팀 이승여 감독(55)이 선수 육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승여 감독이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이승여 감독이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김세훈 기자

[스포츠경향 청주 | 김세훈 기자] “어릴 때는 한 가지만 잘하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 모든 걸 잘하는 선수로 키워야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다.”

17세 이하 여자배구대표팀 이승여 감독(55)이 선수 육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강한 훈련을 견딜 수 있는 기본기와 체력, 기술을 만들고, 어린 선수에게 일찌감치 특정 포지션의 역할만 맡기지 않고 모든 걸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이 감독은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에서 본지와 만나 어린 선수일수록 강한 훈련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경기를 즐기려면 훈련에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견뎌야 한다”며 “과정을 안일하게 하면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달 칠레에서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이 감독의 지도 방식은 엄격한 훈련과 활실한 생활 관리가 함께 간다. 이 감독은 “운동 시간만큼은 초집중해서, 스스로 긴장하면서 훈련해야지 기량도 늘고 부상도 줄어든다”며 “대충해서는 절대 성장할 수도 없고 부상도 잦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하고 경기에서 이기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게 우리 대표팀이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웃으면서 스스로 열심히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훈련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선수들의 자율에 맡긴다. 휴대전화는 예외다. 이 감독은 이번 칠레 대회 내내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풀어주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데다, 칭찬과 비난에도 쉽게 흔들리기 쉽다”며 “선수들도 나중에 휴대전화를 돌려받고는 쓰지 않은 게 나았다고 입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비관하지 않는다. 저출산 등으로 선수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어린 선수들은 과거보다 체격과 힘이 좋아졌고 훈련 환경도 나아졌다고 봤다. 이 감독은 “어린 나이에 포지션을 빨리 고정해 특정 플레이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수비, 공격, 연결 등 모든 걸 함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여 감독이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제자가 때리는 스파이크를 받아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이승여 감독이 최근 청주 금천중학교 체육관에서 제자가 때리는 스파이크를 받아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이 감독은 참으로 우연하게 지도자의 길을 들어섰다. 실업배구 미도파, 수원시청 등에서 장윤희, 지경희, 이도희 등과 선수 생활을 한 뒤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일찍 접었다. 이후 야구 선수 아들 둘을 키우는 ‘베이스볼 맘’으로 생활했다. 야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들을 뒷바라지하려고 청주로 간 이 감독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쳐보라는 제안을 은사로부터 받고 숙고 끝에 수락했다. 그는 2012년 금천중 창단 감독이 된 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후학을 키워냈고 지난해 U-16 대표팀과 올해 U-17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지도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지난 15년 배구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제자들 얼굴을 보면서 책임감으로 견뎌왔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엄마 같은 감독으로 불린다. 실제로 자신을 “(큰)엄마”라고 부르는 선수들도 있다. 17세 이하 대표팀 간판 손서연도 “코트 안팎에서 엄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손서연이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수비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모든 대표 선수들에게 주위 관심에 들뜨지 말고 초심을 지키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한국 배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린 선수들이 연령대별로 일관성 있는 교육을 받아야한다”며 “어느 나이에, 어느 팀에서, 언제 훈련하든지 일관성 있는 훈련을 받는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면 한국 배구도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