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3골 내주고 교체됐다…골키퍼 가족까지 겨눈 ‘죽음의 협박’
지난 13일 볼리비아 프로축구 구아비라 선수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골키퍼 후안 마누엘 페렐이 경기 전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아비라 선수단은 볼리비아 축구계에 이른바 ‘마피아’가 존재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브루훌라 영상 캡처[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볼리비아 프로축구에서 골키퍼와 가족을 상대로...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볼리비아 프로축구에서 골키퍼와 가족을 상대로 “경기에서 3골을 내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해당 골키퍼는 실제로 3골을 허용한 직후 교체됐고, 팀은 0-6으로 대패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15일 AP통신과 볼리비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1부리그 구아비라의 레오나르도 에구에스 감독은 골키퍼 후안 마누엘 페렐과 그의 가족이 올웨이스레디전을 앞두고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에구에스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 전원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우리 골키퍼뿐 아니라 그의 아내와 어머니도 살해 협박을 받았다”며 “특정 금액을 지불하지 않거나 경기에서 3골을 내주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협박은 경기를 앞두고 페렐 측에 전달됐지만 에구에스 감독은 경기 도중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뒤 하프타임에야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됐다.
에구에스 감독은 경기 초반 선수들의 패스와 볼 컨트롤이 평소와 달리 불안했고 극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해발 4000m가 넘는 엘알토의 고지대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반이 끝난 뒤 라커룸 분위기는 심각했다. 에구에스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갔더니 선수들이 울거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에 설명했다. 이후 선수들로부터 페렐의 어머니가 위협받고 있으며 “3골을 내주거나 돈을 내야 한다”는 협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엘알토의 비야 인헤니오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올웨이스레디는 전반 17분 엔리케 트리베리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20분 조엘 아모로소, 35분 트리베리오가 연속 골을 넣었다.
페렐이 지킨 구아비라 골문에 정확히 3골이 들어간 시점이었다.
페렐은 이후 곧바로 호르헤 아라우스와 교체됐다. 볼리비아 매체들은 교체 시점을 전반 36∼39분으로 전하고 있다. 이후 올웨이스레디는 전반 40분 하비에르 우세다, 전반 추가시간 트리베리오가 추가골을 넣어 전반에만 5-0으로 앞섰다. 후반에도 한 골을 더 넣어 경기는 6-0으로 끝났다. 트리베리오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구아비라 선수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수 빅토르 아브레고는 더 이상 경기를 뛰기가 두려워 스스로 교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브레고는 “우리가 0-3으로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골을 넣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러면 동료의 어머니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속 뛸 수 없다고 감독에게 말했고 울었다”고 했다.
에구에스 감독은 “살해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분석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며 “축구가 더럽혀졌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아비라 선수단은 경기를 마친 뒤 산타크루스로 돌아가 볼리비아 범죄수사 특별부대(FELCC)에 사건을 신고했다. 에구에스 감독도 경찰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고, 현지 보도에 따르면 페렐 역시 관련 내용을 정식으로 신고했다. 에구에스 감독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번 사건이 승부조작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협박의 주체나 실제 승부조작 세력이 개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단 법률고문 마르셀로 오르티스는 “매우 심각한 주장”이라며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선수들이 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올웨이스레디는 구아비라 선수들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도 6-0 승리 자체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볼리비아 프로축구선수노조(FABOL)도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다비드 파니아과 사무총장은 “구아비라 선수들에게 벌어진 일을 조사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볼리비아 축구에 분명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볼리비아 축구가 이미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의혹으로 한 차례 크게 흔들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축구협회(FBF)는 2023년 선수와 심판, 구단 관계자 등이 연루된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에 형사 고발을 했다. 당시에는 1부리그와 컵대회의 정상적인 진행마저 어려워져 두 대회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3년 만에 이번에는 선수와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특정 스코어를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현재 올웨이스레디는 볼리비아 1부리그에서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구아비라는 중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리그 순위보다 중요한 문제는 실제로 누가 페렐에게 돈과 특정 실점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이 협박이 불법 베팅이나 승부조작 조직과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