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망이 앞에 '150㎞ 포심'을 숨겼다?…아빌라 "영업비밀이다, 시즌 끝난 후 말하겠다"

불방망이 앞에 '150㎞ 포심'을 숨겼다?…아빌라 "영업비밀이다, 시즌 끝난 후 말하겠다"

SSG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김영록 기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날 8회에만 12점을 쓸어 담으며 19대3 대승을 거뒀던 리그 최강의 불방망이를 단 1실점으로 잠재웠다. 그런데 경기 후 마운드를 내려온 에이스의 입에서는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포심 패스트볼을 왜 거의 던지지 않았느냐고요? 그 질문의 답은 시즌이 다...

SSG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김영록 기자
SSG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날 8회에만 12점을 쓸어 담으며 19대3 대승을 거뒀던 리그 최강의 불방망이를 단 1실점으로 잠재웠다. 그런데 경기 후 마운드를 내려온 에이스의 입에서는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포심 패스트볼을 왜 거의 던지지 않았느냐고요? 그 질문의 답은 시즌이 다 끝난 뒤에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이라는 말이다.

SSG 랜더스의 외국인 에이스 페드로 아빌라(29)가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와의 맞대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4대3 승리를 이끌며 KBO리그 데뷔 첫 10경기 평균자책점 1.41(역대 2위)이라는 전설을 완성했다. 아빌라는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그가 던진 패스트볼은 단 2개에 불과했다. 투심패스트볼 47개, 커터 21개, 체인지업 14개, 커브 8개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리그 최강의 타선을 상대로 주 무기인 포심을 꽁꽁 숨긴 채 투심과 커터 위주의 변칙 승부를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한화 타선은 5연승 기간 동안 58득점을 몰아치며 상대 투수의 빠른 공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빠른 공을 노려 치는 정타 비율이 극에 달해 있던 시점이었다.

아빌라는 '정타의 원천 차단'을 마음 먹었다. 깨끗한 궤적으로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은 아무리 150㎞를 넘어도 물오른 타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이에 아빌라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양옆으로 날카롭게 휘어지는 변형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우타자 몸쪽을 파고들며 헛스윙과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최고 152㎞의 고속 커터, 그리고 좌타자 몸쪽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투심을 집요하게 구사했다. 타자들의 눈에는 똑같은 150㎞대 직구로 보이지만, 배트에 맞는 순간 중심을 살짝 빗겨 나가며 힘없는 땅볼과 뜬공으로 둔갑하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SSG 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SSG 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고재완 기자 [email protected]
SSG 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김영록 기자
SSG 랜더스 페드로 아빌라. 김영록 기자

여기에 이숭용 감독도 감탄한 아빌라의 독특한 '피칭 철학'에 있다. 150㎞ 파이어볼러들은 대개 삼진 욕심에 사로잡혀 하이 패스트볼을 남발하다 투구 수가 불어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빌라는 "나는 삼진을 잡는 구위형 투수가 아닌, 맞춰 잡는 투수"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이 감독은 "아빌라는 주자가 있을 때 도망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으로 훨씬 더 공격적으로 들어간다"라며 "투수가 과감하게 존을 찌르면 타자는 심리적으로 급해지고 카운트 싸움에서 쫓기게 된다. 결국 불리한 카운트에서 비슷한 공에 배트가 밀려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아빌라는 그 심리적 수싸움을 완벽히 컨트롤한다"라고 짚었다.

한화전에서도 아빌라는 볼카운트 3구 이내에 빠른 승부를 걸어 상대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했다. 맹타를 휘두르던 한화 타자들은 아빌라의 공격적인 존 공략에 말려 조급하게 배트를 냈고, 공은 연거푸 범타로 이어졌다.

경기 막판 위기 상황에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깜짝 '사이드암 투구' 역시 아빌라의 본능적인 야구 지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획된 것이 아닌, 마운드 위에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릴리스포인트를 낮춰 던진 공이었다. 타자로서는 150㎞ 오버핸드 강속구를 대비하다가 갑자기 낮은 각도에서 날아오는 공을 마주하니 타이밍을 맞출 재간이 없었다.

패스트볼을 극단적으로 줄인 이유에 대해 아빌라는 "영업비밀이다. 시즌이 끝나야 밝힐 수 있다"고 답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SG의 경기. SSG 아빌라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8.16/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SG의 경기. SSG 아빌라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email protected]/2026.08.16/

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