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은 이기는 한일전, 형들은 11연패...고교 때는 오타니도 이긴 한국야구, 성인 되면 왜 격차 커질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더게이트]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한국야구 청소년대표팀이 14일 화려하게 귀국했다. 보통 청소년 대표팀의 귀국길에 취재진이 몰리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날만큼은 많은 신문과 방송이 총출동해 우승 멤버들을 반겼다.대표팀은 이번 제14회 BFA U18 아시아선수권...

[더게이트]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한국야구 청소년대표팀이 14일 화려하게 귀국했다. 보통 청소년 대표팀의 귀국길에 취재진이 몰리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날만큼은 많은 신문과 방송이 총출동해 우승 멤버들을 반겼다.
대표팀은 이번 제14회 BFA U18 아시아선수권에서 난적 타이완은 물론 숙적 일본까지 연파하고 우승했다. 특히 일본 상대로는 슈퍼라운드에서 역전승을 거뒀고, 결승에서는 에이스 하현승의 완봉 역투로 2대 0으로 이겼다. 하현승은 결승에서 일본 타선을 7이닝 1피안타로 틀어막았고, 대회 3경기 15.2이닝 25탈삼진 평균자책 0.00으로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한 개인 타이틀 3관왕에 올랐다.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는 경악과 감탄이 동시에 나왔다. 결승에서 4번타자 겸 포수로 나선 야마다 린토라는 "한국과 일본은 힘의 차이가 있었다. 힘을 길러야 한다"며 "정말 대단한 투수였다. 결정구인 슬라이더에 손이 나갔다. 실력 부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카다 다쓰오 감독도 "상대는 사회인야구 수준의 체격이더라. 파워가 전혀 다르더라"며 격차를 인정했다.
청소년 레벨에서는 한일전 승리 드문 일 아냐

최근 성인 레벨 대표팀 경기에서 일본을 이겨본 기억이 워낙 가물가물하다 보니, 야구팬들 사이에선 청소년대표팀의 이번 한일전 승리가 더 큰 쾌거로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소년 레벨에서 한일전 야구를 이기는 건 그렇게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주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2017년 이후 한일 청소년대표팀은 이번 대회까지 최근 10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한국이 7승 3패로 우세했고, 득실차도 33대 28로 한국이 앞섰다. 한국은 2017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WBSC U18 야구선수권 슈퍼라운드에서 6대 4로 이겼고, 이듬해 열린 BFA 청소년선수권 예선라운드에서도 3대 1로 승리했다. 2019년 한국 기장에서 열린 WBSC U18 대회 슈퍼라운드에서는 5대 4로 신승했다.
2022년 미국 새러소타·브래던턴에서 열린 WBSC U18 월드컵에서는 한일전이 두 차례나 벌어졌다. 슈퍼라운드에서는 한국이 8대 0으로 완승했고, 3·4위 결정전에서는 2대 6으로 졌다. 2023년 타이완에서 열린 대회 슈퍼라운드에서도 한국이 1대 7로 완패했다. 2024년 BFA U18 선수권 슈퍼라운드에선 한국이 1대 0으로 이겼고 202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WBSC U18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2대 4로 패했다. 그리고 이번 2026년 대회에서 한국은 슈퍼라운드(3대 2)와 결승(2대 0)을 모두 잡아내며 2연승을 달렸다.
그러다고 일본이 아시안게임에 사회인 선수를 내보내듯 청소년대표팀을 특정 지역 선수들이나 2진급으로 꾸리는 것도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뛰어난 고교 선수들을 선발해 내보낸다. 그런데도 한국 청소년야구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 성인야구 레벨에서 일본에 밀리는 것이지, 청소년 레벨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란 얘기다.
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2년 서울에서 열린 IBAF 18세 이하 세계선수권 당시를 떠올려 보자. 당시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와 후지나미 신타로라는 고교 괴물 투수 2명을 앞세운 초호화 멤버로 나섰다. 오타니는 그때도 역대급 괴물 선수로 전세계적으로 큰 기대와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국은 2라운드에서 일본에 2대 4로 패했다. 후지나미와 심재민의 선발 대결이 완투승을 거둔 후지나미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은 일본과 5~6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났고, 이번엔 오타니가 선발 등판한 일본에 3대 0으로 설욕했다. 오타니는 7이닝 동안 2실점하며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고, 승리투수는 당시 동산고 에이스로 고교 무대를 평정한 이건욱(현 SSG)이었다.
일본전 승리 14년 뒤, 하늘과 땅 차이가 된 위상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 대표팀 멤버들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렸다. 일본 대표팀 멤버 중 오타니와 후지나미는 NPB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고, 포수 모리 도모야는 NPB 올스타를 거쳐 성인 대표팀 멤버가 됐다. 오타니는 아예 지구상 최고의 슈퍼스타로 성장해 일본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반면 한국 청소년대표팀 멤버들은 일부가 KBO에 진출했지만, 리그 정상급 스타로 성장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오타니를 상대로 안타를 날렸던 송준석이나 오타니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했던 이건욱, '오타니 라이벌'로 불렸던 윤호솔(개명 전 윤형배)도 프로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성인이 된 뒤 다시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그 세대만의 실패라고 할 일도 아니다. 고교 레벨에서 일본과 대등한 한국야구가 어찌된 노릇인지 성인 대표팀 레벨로 가면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한국 성인 대표팀은 최근 일본에 11연패 중이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4대 3 승리) 이후 열린 12경기에서 11패 1무를 기록 중이며, 유일하게 패배를 면한 경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평가전 2차전으로 9회말 김주원의 동점 솔로 홈런으로 간신히 비겼다. 최근에는 '졌잘싸'도 아니고 아예 대패나 일방적인 완패를 당하는 경기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고교 레벨에서는 일본과 대등한데, 성인이 되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고교 시절 오타니와 대등하게 맞대결했던 유망주들이 프로에 올라가서는 지구 최고의 슈퍼스타와 평범한 선수로 갈린다. 구세대 야구인들이 요즘 아마추어 선수들을 향해 "야구 수준이 떨어졌다", "절실함이 부족하다", "연습량이 부족하다", "주말리그가 야구를 망쳤다"고 비판하지만, 한일전 결과만 놓고 보면 딱히 아마추어 선수들의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진짜 문제는 충분히 좋은 신체조건과 자질, 성장 가능성을 갖춘 선수들이 성인이 되고 프로 무대에 와서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KBO리그가 과거보다 많은 면에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과 과학적인 훈련, 지도자들의 역량 면에서 일본에 크게 뒤지는 게 사실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바라보는 일본야구계의 시선은 한국과는 결이 다르다. 아사히신문 안도 센이치로 기자는 칼럼에서 오타니도 고교 시절인 2012년 대회에서 6위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U18은 육성 연령대 대회인 만큼 "우승을 위한 야구"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며, 고시엔을 막 마친 선수들에게 다시 자기희생형 야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안도 기자는 "이번 아시아 준우승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대회의 성과가 진짜 검증되는 건 5년 후, 10년 후"라고 썼다.
결승에선 이겼지만 5년 후, 10년 후에도 이길 수 있을까. 이번 아시아선수권 우승 멤버들은 전원 프로행이 유력하다. 하현승은 역대 최고 계약금을 받고 KBO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유력하며, 이호민·박근서·윤예성·박보승 등 다른 멤버들도 상위권 지명이 점쳐진다. 이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기대대로 성장해 성인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야구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출처: 더게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