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팀 운영? 완전한 왜곡!” 첫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모레노 감독의 ‘매너’와 ‘단호함’

“챗GPT로 팀 운영? 완전한 왜곡!” 첫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모레노 감독의 ‘매너’와 ‘단호함’

3줄 요약 ㆍ모레노 감독, AI 전술 활용설 '완전한 거짓' 반박 ㆍK리그 분석 기반 4-4-2 포메이션 채택 ㆍ정신적 회복 강조, 선수 역할 명확화 계획 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49·스페인) 감독이 마침내 한국 축구와 마주 앉았다.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3줄 요약

ㆍ모레노 감독, AI 전술 활용설 '완전한 거짓' 반박

ㆍK리그 분석 기반 4-4-2 포메이션 채택

ㆍ정신적 회복 강조, 선수 역할 명확화 계획

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49·스페인) 감독이 마침내 한국 축구와 마주 앉았다.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모레노 감독은 특유의 신사적인 매너를 보이면서도, 껄끄러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자신만의 단호한 주관과 명확한 방향성을 뚜렷하게 피력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그를 따라다닌 ‘인공지능(AI) 전술 활용설’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과거 러시아 소치 감독 시절 구단 전 디렉터로부터 “이적 시장 보강과 전술 수립에 인공지능 프로그램 챗GPT를 과도하게 의존했고, AI의 답변에 따라 선수들에게 2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한 뒤 새벽 훈련을 시켰다”는 황당한 주장의 주체로 지목되며 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모레노 감독은 이 AI 과도 활용 논란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자 나를 왜곡하기 위한 이야기”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모레노 감독은 러시아 소치를 이끌던 중 2025~2026시즌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경질 후 약 1년 뒤 소치의 전 디렉터가 “팀 운영과 훈련을 모두 챗GPT에 의존했다”고 주장한 것이 외신을 통해 국내에 전해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후 모레노 감독은 이 같은 보도가 모두 거짓이라고 여러 차례 반박해 왔다. 러시아 현지 생활 중 언어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번역용으로 챗GPT를 썼을 뿐, 전술 수립과 구단 운영에 이용했다는 건 완벽한 허위라는 입장이었다. 축구계에서도 “범용 AI보다 더 정교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 모레노 감독이 챗GPT에 의존했다는 것은 허위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레노 감독은 “GPT 논란을 해명해달라”는 질문에 동요 없이 명료하게 답했다. 그는 “축구에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긴 하지만 그 논란 자체가 완전한 거짓이자 나를 왜곡하기 위한 이야기”라며 “내 자신이 축구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 자체가 기술력과 밀접하지만,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지 챗GPT를 과도하게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이어 모레노 감독은 “단 10분만 시간을 들여 확인해 봐도 왜곡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내 홈페이지에서도 여러 차례 해명한 부분”이라며 “질문 취지와 팬들의 궁금증은 이해하지만, 취임 기자회견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이런 부차적인 이야기로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거짓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참사 후유증을 앓고 있는 대표팀 수습책에 대해서는 세심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을 드러냈다. 전임 감독들의 성과나 실책을 두고 “동료 감독들의 업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족했던 점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예의를 갖춘 그는, 발목을 다친 자신의 아들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대표팀에 심어줄 정신적 메시지를 던졌다.

모레노 감독은 “아들이 다친 날부터 매일 밤 잠들기 전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한 달 후를 걱정할 필요 없이 바로 다음 목표에 집중해 한 발씩 딛고 나가야 한다고 일러줬다”며 “한국 대표팀 안에 심어주고 싶은 정신이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일들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계기로 삼아, 팬들에게 다시 한 발씩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전술적 접근 방식에서는 실용주의자의 면모가 돋보였다. 전임 홍명보 감독이 자신의 전술 철학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에 주어진 6경기라는 짧은 시간을 감안해 K리그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4-4-2 포메이션을 메인 전술로 채택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4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 및 친선경기 명단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그는 “시간이 많지 않은 대표팀에서 감독이 원하는 경기 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 2년간 K리그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활용된 시스템이 4-4-2였다”며 “포지션별로 역할을 매우 명확히 정의했고, 최근 10경기를 분석해 소속팀에서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이강인 등 핵심 해외파 활용법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소집한 뒤 결정을 공개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손흥민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공 소유 능력과 기술, 공격 지역(측면·공격형 미드필더) 선수들이 가진 재능과 잠재력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반면 수비 시에는 전방 압박보다 내려서서 기다리는 경향이 있는데, 선수들의 플레이 강도와 적극성을 잘 끌어올려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레노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두루뭉술하거나 불명확한 말 없이 명료하게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모레노 감독은 사회자의 주선이 없음에도 본인이 직접 “기자분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며 기자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친근함도 보였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