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구의 과감한 선택, 한국이라면 가능했을까

일본 농구의 과감한 선택, 한국이라면 가능했을까

지난 1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A조 한국-일본전에서 일본 구로카와 고테쓰가 한국 이정현을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100-83으로 꺾고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올랐다. AFP연합뉴스[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일본...

지난 1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A조 한국-일본전에서 일본 구로카와 고테쓰가 한국 이정현을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100-83으로 꺾고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A조 한국-일본전에서 일본 구로카와 고테쓰가 한국 이정현을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100-83으로 꺾고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일본은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최고의 농구대표팀을 내보내지 않았다. NBA에서 뛰는 하치무라 루이와 가와무라 유키가 빠졌다. 와타나베 유타, 조시 호킨슨, 바바 유다이, 도미나가 게이세이도 없다. 불과 2주 전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다.

결과만 보면 일본의 선택은 지난 13일 한일전에서 대가를 치렀다. 한국은 나고야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100-83으로 꺾었다. 이정현이 25점, 장재석이 18점, 이현중이 16점을 넣었다. 한국은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31일 카타르와의 2027 월드컵 아시아예선에 나선 일본의 12명에는 하치무라, 가와무라, 와타나베, 호킨슨, 바바, 도미나가, 사이토 다쿠미, 요시이 히로타카 등이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28.3세였다. 일본이 현재 구성할 수 있는 최정예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서는 팀을 거의 통째로 바꿨다. 월드컵 예선 카타르전 12명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 명단에도 포함된 선수는 셰퍼 아비 고키와 다카시마 신지뿐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평균 나이는 25.1세다. 21세 가와시마 유토를 비롯해 23~25세 선수들이 주축이다. 감독도 월드컵 예선을 지휘한 오케타니 다이가 아니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고 있는 요시모토 다이스케에게 맡겼다.

일본농구협회는 지난 6월부터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위한 합숙에 아예 ‘디벨롭먼트 캠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성장과 경쟁을 동시에 강조했다. 요시모토 코치는 당시 선수들에게 ‘Get Better(성장하라)’와 ‘Embrace Competition(경쟁을 즐겨라)’을 강조했다. 합숙에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고 아시안게임 직전에는 17~18세 U-18 대표 선수 3명까지 강화육성 선수 자격으로 성인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아시안게임을 단순히 메달을 따야 하는 대회로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본은 월드컵 예선에서는 하치무라와 가와무라를 불러 승리를 노리고, 아시안게임에서는 그 아래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대표팀을 이원화했다.

한국은 정반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이현중, 이정현, 여준석, 이우석, 유기상, 이승현, 장재석 등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주요 전력을 대부분 불렀다. 최준용도 토너먼트부터 합류한다. 목표도 분명하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이다.

한국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시안게임은 분명 중요한 국제종합대회이고 국가대표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남자농구는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 예전만큼 압도적인 위치도 아니다. 우승을 목표로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한국이라면 일본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이현중과 이정현, 여준석 등 핵심 선수들을 빼고 20대 초반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고 생각해보자. 8강이나 4강에서 탈락한다면 “왜 최정예를 내지 않았느냐”는 비판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과 협회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병역 문제도 얽혀 있다. 현행 제도상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선수 개인에게도 아시안게임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협회가 ‘이번 대회는 미래를 위한 경험의 장’이라고 선언하기가 일본보다 훨씬 어렵다.

한국 스포츠는 늘 세대교체를 말한다.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고 하고 국제경험을 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메달이 걸린 순간이 오면 가장 익숙하고 가장 강한 선수들을 다시 찾는다.

일본의 선택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선수를 키우겠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수를 쓰기 위해 당장의 패배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본은 안방 아시안게임에서 그 선택을 했다. 한국이라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